“수도권-서비스 규제 풀어 기업 투자 숨통 틔워줘야”
김지현 기자 , 김창덕기자 , 이상훈기자
입력 2015-03-16 03:00 수정 2015-03-16 03:00
[정부 경제활성화 대책 엇박자]30대 기업-경제전문가 22명 설문
“지금 정부 정책은 앞뒤가 안 맞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년 연장에 채용까지 늘리라고 하면서 임금도 올리라고 주문하면 서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대기업 A사 고위 관계자)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그렇게 많이 보유하고도 투자를 하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내려가게 해 소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
정부가 최근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 경제 활성화 대책들에 대해 직접적 당사자들인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 등의 정책 효과를 놓고는 엇갈린 시각을 보이면서도 단순한 기업 압박보다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가 15일 국내 30대 기업(지난해 매출액 상위 기준)과 대학, 민간 및 국책연구기관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 “이전 정부보다 기업 압박 더 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기업 경영 활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발언이 늘었는가’란 질문에 30대 기업 중 절반 이상(16곳·53.3%)이 ‘조금 늘어났다’(12곳) 또는 ‘많이 늘어났다’(4곳)고 답했다. ‘조금 줄었다’(2곳) 또는 ‘많이 줄었다’(0곳)는 답변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경제 전문가들 중에도 늘어났다고 보는 의견이 22명 중 15명(68.2%)인 반면 줄었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부가 다양한 기업 압박 카드를 꺼내는 데 대해 이병량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부처는 기업들에 매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실증된 바 있다”며 “정부가 여러 대책이 시장에서 잘 통하지 않자 정책수단이 반영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이처럼 기업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지갑을 채워 내수경기를 띄우겠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늘려 가처분 소득과 이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면 이것이 다시 기업으로 흘러들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성장 선순환’ 논리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7%에서 2012년 23%로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51%로 떨어졌다.
올해 가계소득 증대를 수반한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B사 고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때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정권은 유독 기업 압박이 심하다”며 “일부에서는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모두 승계 이슈나 가석방 문제가 걸려 있다는 약점을 정부가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 기업들 “규제완화가 더 시급”
문제는 정부의 기업 압박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정부 대책들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30대 기업 중 11곳(36.7%)과 경제 전문가 22명 중 11명(50.0%)은 ‘조금 부정적 영향’ 또는 ‘아주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답변(기업 30.0%, 경제 전문가 31.8%)보다 많은 수치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규제완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장 시급한 경제 활성화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기업 23곳 가운데 15곳(65.2%)이 규제완화를 꼽았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18명 중 11명(61.1%)이 규제개혁을 언급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경영 여건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력을 회복할 구조개혁이 먼저다”라며 “서비스 규제와 수도권 규제부터 풀고 노동부문 이슈의 해법을 빨리 찾아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하려면 기업들의 고용유연성이 함께 확대돼야 실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상훈·김지현 기자
“지금 정부 정책은 앞뒤가 안 맞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년 연장에 채용까지 늘리라고 하면서 임금도 올리라고 주문하면 서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대기업 A사 고위 관계자)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그렇게 많이 보유하고도 투자를 하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내려가게 해 소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
정부가 최근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 경제 활성화 대책들에 대해 직접적 당사자들인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 등의 정책 효과를 놓고는 엇갈린 시각을 보이면서도 단순한 기업 압박보다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가 15일 국내 30대 기업(지난해 매출액 상위 기준)과 대학, 민간 및 국책연구기관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 “이전 정부보다 기업 압박 더 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기업 경영 활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발언이 늘었는가’란 질문에 30대 기업 중 절반 이상(16곳·53.3%)이 ‘조금 늘어났다’(12곳) 또는 ‘많이 늘어났다’(4곳)고 답했다. ‘조금 줄었다’(2곳) 또는 ‘많이 줄었다’(0곳)는 답변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경제 전문가들 중에도 늘어났다고 보는 의견이 22명 중 15명(68.2%)인 반면 줄었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부가 다양한 기업 압박 카드를 꺼내는 데 대해 이병량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부처는 기업들에 매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실증된 바 있다”며 “정부가 여러 대책이 시장에서 잘 통하지 않자 정책수단이 반영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이처럼 기업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지갑을 채워 내수경기를 띄우겠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늘려 가처분 소득과 이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면 이것이 다시 기업으로 흘러들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성장 선순환’ 논리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7%에서 2012년 23%로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51%로 떨어졌다.
올해 가계소득 증대를 수반한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B사 고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때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정권은 유독 기업 압박이 심하다”며 “일부에서는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모두 승계 이슈나 가석방 문제가 걸려 있다는 약점을 정부가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 기업들 “규제완화가 더 시급”
문제는 정부의 기업 압박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정부 대책들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30대 기업 중 11곳(36.7%)과 경제 전문가 22명 중 11명(50.0%)은 ‘조금 부정적 영향’ 또는 ‘아주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답변(기업 30.0%, 경제 전문가 31.8%)보다 많은 수치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규제완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장 시급한 경제 활성화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기업 23곳 가운데 15곳(65.2%)이 규제완화를 꼽았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18명 중 11명(61.1%)이 규제개혁을 언급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경영 여건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력을 회복할 구조개혁이 먼저다”라며 “서비스 규제와 수도권 규제부터 풀고 노동부문 이슈의 해법을 빨리 찾아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하려면 기업들의 고용유연성이 함께 확대돼야 실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상훈·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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