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갈등 조정은커녕 갈등 유발”

동아일보

입력 2015-01-26 03:00 수정 2015-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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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미디어 생태계 교란]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공정한 방송통신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5일 방송통신 관련 업체의 한 임원은 “최근 방통위가 ‘공정’ 가치를 포기하고 편향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갈등 조정은커녕 ‘갈등 유발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27일 발표하는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는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압박과 규제 강도를 높이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핵심 규제들을 모두 풀어 주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통위는 올해 종편의 공공성 점검을 반기(6개월)마다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업무계획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3∼4년마다 돌아오는 재허가 심사 때 점검하는 내용을 유독 종편에 대해서만 6개월마다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점검 내용도 재허가 심사 내용과 거의 중복된다.

반면 ‘막장 드라마’ 제작, 외주제작사에 대한 갑(甲)질 등 공공성 훼손이 심각한 수준인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오히려 특혜를 주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핵심 요구 사항인 △광고총량제 도입 △KBS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도입 검토 등을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통위가 ‘지상파의 대리인’ 역을 자처하면서 종편과 지상파 방송 사이의 갈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상황은 통신 분야에서도 비슷하다. 방통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규제의 칼’을 남발해 사업자 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21일 SK텔레콤이 고액 리베이트를 살포했다며 처벌을 전제로 한 단독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한 업체만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초 ‘아이폰6 대란’ 당시 사후약방문 대처로 비난받자 이번에 과잉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와 달리 리베이트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연초라는 시기적 특수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방통위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라고 비유했다. 결국 방통위의 조치 이후 SK텔레콤은 “혼자 당할 수 없다”며 KT를 고발했고 두 회사는 원색적인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방통위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면서 “규제 권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한정훈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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