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Reality Story] 가상의 움직임을 현실로, '리얼감 건틀렛'

동아닷컴

입력 2018-05-30 13:35 수정 2018-05-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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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간에 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VR(가상현실) 기술과 현실 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융합하는 AR(증강현실)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VR/AR 기술을 통해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이나 경험, 법률적인 지식 등이 부족해 꿈을 펴지 못한다면 이보다 아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운영하고 있는 'NRP(Next Reality Partners)'는 이러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VR/AR 진흥 프로그램이다. NRP는 선발 기업에게 6개월간 제공하는 맞춤형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부터 후속 투자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팀 선발' -> '시드 R&D 자금 제공' -> '티칭섹션 및 멘토링' -> '데모데이 개최'로 진행되는 육성 과정 동안 사무 공간과 법률 상담, 멘토링, 비즈니스 교육 등도 제공한다. 특히, NRP는 경기도, 경콘진과 같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구글(Google)과 HTC 바이브(Vive), KT 등 국내외 기술 및 플랫폼 미디어 기업과 벤처캐피털 등 총 32개 사가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NRP는 1기는 지난 2017년 7월 19개팀을 선정해 6개월간 지원한 바 있으며, 올해초 선발한 NRP 2기 17개팀은 경콘진이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개최한 '2018 VR•AR 위크'에서 최종 결과물을 선보였다. 이에 IT동아는 NRP 2기로 참여해 내실을 다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경쟁에 나선 참여 스타트업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방문한 스타트업은 V|R 콘텐츠 데이터를 바탕으로 손목에 착용해 보다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컨트롤러 '리얼감 건틀렛'을 개발한 리얼감을 찾아가 오복성, 정연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경콘진이 개최한 지난 '2018 VR•AR 위크'의 모습 >(출처=IT동아)

가상현실 속 움직임을 현실로, 리얼감 건틀렛

IT동아: 오랜만에 다시 뵙는다. 지난 NRP 2기에 참여하면서 리얼감 건틀렛의 완성도를 많이 끌어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리얼감에 대해 그리고 열심히 완성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리얼감 건틀렛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리얼감 오복성 대표(이하 오 대표): 리얼감 건틀렛은 VR 콘텐츠와 연동되는 모션 제어 기기다. 개발 초기에 '모션 디바이스', '모션 컨트롤러', '포스 피드백 컨트롤러', '3D 모션 컨트롤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는데, 어느 정도 시제품을 완성한 현시점에서 '리얼감 건틀렛'으로 결정했다. 아직까지 시장에 없는 제품이다 보니 여러모로 설명하는 것이 참 어렵다(웃음).

리얼감 건틀렛은 내부에 들어가는 모터만 개발하는데 1년, 그리고 지금의 시제품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 개발 목표는 간단하다. VR 콘텐츠를 체험할 때, 보다 생생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데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리얼감 건틀렛에 오큘러스나 바이브의 컨트롤러를 끼우는 방식이다. 그리고 컨트롤러를 손에 쥔 뒤, 건틀렛 윗부분을 손목에 착용하면 VR 콘텐츠 속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총을 쏠 때 느껴지는 반동,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공을 칠 때 느껴지는 충격, 낚시할 때 물고기가 입질을 하거나 당겼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 등을 연출할 수 있다.

< 리얼감 정연우 공동대표(좌)와 오복성 대표(우) >(출처=IT동아)

IT동아: 콘텐츠 속 움직임을 실제 손목에 전달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오 대표: 현재 시제품을 거의 완성했고, VR 콘텐츠 연동을 SDK로 맞출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했다. 이제 양산만 남은 셈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생산 시점을 고민하는 단계다. 아직 남은 문제도 조금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오큘러스, 바이브 등과 같은 기존 VR 컨트롤러와 리얼감 건틀렛의 연결장치 디자인을 손보고 있다.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개발을 고도화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최종 제품은 오는 7월 중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7월에 내부적으로 중요한 비공개 테스트를 준비 중인데, 이 시점에 맞추는 중이다. 이 다음 단계에 상용화를 결정할 듯싶다.

< 리얼감 건틀렛 >(출처=IT동아)

대학생의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IT동아: 처음 아이디어를 누가 낸 것인지 궁금하다.

오 대표: 2013년, 아직 대학생일 때부터 시작했다. (참고로 오복성 대표는 올해 26살인 청년이다.) 친구들 4명과 모여서 순수하게 '재미', '흥미'를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1년간 연구를 계속하면서 결과물에 욕심이 생기더라. 이에 대회, 공모전 등에 나가기 시작했고, 한국발명진흥회에서 특허 출원을 돕는 개최한 대학생 멘토링 행사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지금의 정연우 공동대표님을 만났다. 우리가 발표한 아이디어에 정 대표님이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변 분들도 소개해주면서 지금까지 함께하는 중이다.

<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테스트 중인 리얼감 건틀렛 >(출처=IT동아)

리얼감 정연우 공동대표(이하 정 대표): 당시 오 대표와 친구들이 선보였던 아이디어는 팔 전체를 덮는 형태의 밀리터리 컨셉이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팔 부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웃음). 아이디어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컨셉은 좋았지만, 문제는 현실성이 조금 떨어졌었다. 팔을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고, 팔 움직임을 데이터로 변환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데이터로 팔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컨셉 단계의 아이디어 아닌가.

당시 오 대표는 제품을 착용한 뒤에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거나, 기타리스트가 기타를 치는 데이터를 가져와 피아노나 기타를 전혀 연주할 수 없는 사람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을 꿈꿨다. 기술적으로,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은 아무래도 한계가 명확한 아이디어였다. 이에 오 대표의 아이디어를 더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는, 크기를 좀더 줄인 지금의 리얼감 건틀렛 개발을 권유했다.

문제는 사람의 움직임을 부담없이 제어할 수 있는 모터였다. 손목이나 팔꿈치 등 사람의 관절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오고, 부담없이 제어하기 위해선서는 모터를 3~4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모터가 늘어날수록 개발 비용과 구매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 아닌가. 이에 모터 1개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과 하드웨어 개발이 필요했다.

오 대표: 특히, 모터 3~4개를 사용한 제품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말그대로 기계 덩어리를 팔이나 손목에 얹은 셈이기에, 무게를 줄이고, 다양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모터가 필요했다. 앞서 언급했듯 모터 개발에 1년을 보낸 이유다.

<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 스퀘어에 위치한 리얼감 연구소 >(출처=IT동아)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최종 단계, 양산을 꿈꿉니다

IT동아: 현재 상황을 좀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오 대표: 리얼감 건틀렛 개발은 대부분 끝났다. 시제품 디자인을 손 볼 부분이 약간 남았지만, 크게 어렵지 않은 것만 남았다. 기존 콘텐트와 연동되는 것도 어렵지 않고. 다만, 상용화,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여러 제품 디자이너와 제품 설계자를 만나고 있는데, 비용이 문제다. 몇 백대 수준의 소규모 생산은 대당 가격이 너무 비싸고, 몇 천대씩 생산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문제다. 아마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 부분을 오는 7월내 진행하는 비공개 내부 테스트에서 결정하고자 한다. 양산 전문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IT동아: 리얼감 건틀렛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

오 대표: 아무래도 VR 콘텐츠를 유통하고 개발하는 업체에서 많이 관심을 보이신다. 리얼감 건틀렛과 유사한 기존 제품은 진동이나 충격을 전달하는 느낌이 매우 약하다. 복싱 게임을 패드로 즐길 때, 느껴지는 진동을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뻗는 주먹을 막았을 때와 상대방이 몸으로 밀치고 들어올 때 발생하는 진동이 모두 똑같다. 레이싱 게임에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거나 벽에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진동도 똑같지 않은가.

< 리얼감 오복성 대표(좌)와 정연우 공동대표(우) >(출처=IT동아)

리얼감 건틀렛은 이보다 더 실감나는 충격, 진동, 움직임을 전달받을 수 있다. 기존 컨트롤러는 앞과 옆, 뒤 어느 방향에서 오는 충격도 단순 진동으로만 전달받을 수 있었다면, 리얼감 건틀렛은 충격의 방향뿐만 아니라 힘의 세기, 힘의 간극 등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IT동아: 기존 컨트롤러는 왜 이런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었는지. 리얼감 건틀렛의 경쟁 제품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오 대표: 이건 우리의 자부심과 연결되는 것인데, 리얼감 건틀렛에 탑재되어 있는 모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부 모터를 본 전문 엔지니어들은 "모터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른 응용 분야에도 이 모터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이 모터가 없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손목 컨트롤러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웃음).

< 리얼감 건틀렛 >(출처=IT동아)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감사할 뿐입니다

IT동아: 지금까지 기술 개발과 제품 완성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정 대표: 경기도와 경콘진의 NRP 프로그램, 창조 오디션 등을 비롯해 여러 정부 지원 사업과 민간 기업의 지원 등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곳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 스퀘어에서도 사무공간과 개발비용 등을 지원받는데, 약 1년간 임대비와 관리비 등을 무료로 제공해주신다. 1억 원의 개발비용도 있고…, 아침, 점심, 저녁도 입주 스타트업당 8명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경기도와 경콘진, 그리고 다른 스타트업 지원 기관 및 업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IT동아: 7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 대표: 마지막으로 남은 결정 단계라고 생각한다. 현재 모든 개발 일정과 내부 테스트 등을 여기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고 난 뒤에, 모터 기술을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하는데 사용할지, 리얼감 건틀렛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할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다음 단계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리얼감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 같은 꿈을 향해 노력 중인 리얼감의 전체 팀원 >(출처=IT동아)

정 대표: 현재까지 2개의 특허를 등록했고, 6개를 출원 중이다. 해외 출원도 앞두고 있고, 마침 특허청 IP R&D 사업을 통해 특허에 대한 리뷰와 해외 특허 출원 전략, 신규 특허 R&D 전략 등에 관련한 지원도 받았다. 주변의 관심과 지원에 많이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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