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고혈압약 104種은 안전”… 두번 분통터진 환자들

김하경기자 , 윤다빈기자

입력 2018-07-10 03:00 수정 2018-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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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암성분 제품 販禁’ 혼란 키워
확인없이 219개 제품 판매중지… 조사뒤 “절반가량은 문제없다”
환자들 “약국-병원 문닫은 주말 발표… 불안 떨며 약 먹었더니 더 헷갈려”
9일 병원마다 “내 약 괜찮나” 북새통


9일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처방받은 약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돼 판매 중지한 고혈압 치료제 219개 중 104개 제품이 해당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불안한 마음에 많은 환자가 이날 병원과 약국을 찾았다. 뉴스1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어수선했다. 접수창구 앞에선 수십 명의 환자가 차례를 기다렸다. 6대나 되는 혈압측정기 앞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이날 순환기내과에 환자들이 몰린 것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19개의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발암물질이 담긴 약이 나왔다는 건 적잖은 충격이다. 식약처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토요일인 7일 정오경 긴급하게 판매 중지한 219개 제품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틀 만인 9일 이 중 104개 제품은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토요일 발표를 하는 바람에 이틀간 병원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떤 600만 명의 고혈압 환자들은 이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소동의 발단은 이렇다. 유럽의약품청(EMA)은 5일 중국 ‘제지앙화하이’에서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며 이 발사르탄이 들어간 고혈압 치료제를 회수 조치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자 우리나라 식약처도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219개 제품의 판매를 중지시켰다. 하지만 현장 조사 결과 104개 치료제는 중국산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115개 치료제는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사실이 최종 확인돼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을 찾은 고혈압 환자 박모 씨(34)는 “토요일 오후 관련 소식을 듣고 문의할 병원과 약국이 없어 답답했다”며 “그렇다고 임의로 고혈압 약을 끊을 수 없어 주말 내내 불안했는데 다행히 처방받은 약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제약사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A제약사 관계자는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다가 해제됐지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확인을 마친 뒤 명단을 공개했다면 이런 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처는 혼선이 커진 데 대해 “219개 제품은 중국산 발사르탄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들이었다”며 “하지만 현장 조사를 해보니 제약사가 원료 수입 상황에 따라 다른 나라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해명했다. 제약사가 사전에 중국산과 미국산, 유럽산 등 여러 곳의 원료 수입 허가를 받은 뒤 실제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지는 현장 조사를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해당 중국 제조사의 발사르탄 제조·수입량은 우리나라 전체 발사르탄 제조·수입량의 2.8%에 불과해 식약처가 성급하게 명단 발표부터 했다가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혼란이 커진 9일 오후 늦게 발암 유발 물질이 함유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대체약을 처방받으면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준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평소 음식물을 섭취하면서도 소량의 NDMA에는 노출될 수 있다”며 “판매 금지된 고혈압 약이라도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대체 약으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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