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용인 자연농원’의 초심을 떠올린 이유[전승훈의 아트로드]

전승훈 기자

입력 2024-04-22 17:15 수정 2024-04-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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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는 1976년 4월17일 용인자연농원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자연농원에는 밤나무, 사과나무, 복숭아 나무 등의 과일나무가 있었고, 동물원에는 사슴과 멧돼지 등이 있었다. 이후 1996년 3월 개장 2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어트랙션 뿐 아니라 여름에 파도풀을 즐길 수 있는 캐리비안베이, 모터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스피드웨이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든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가 등장했고, 2016년에는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들여오면서 판다를 직접 볼 수 있는 판다월드가 개장했다. 또한 숙박시설인 ‘홈브리지’, 퍼블릭 골프장 ‘글렌로스’가 자리잡고 있고, 호암미술관 삼성교통박물관도 리조트 안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지만, 전 세계 테마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에버랜드 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하고 꼽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에버랜드 측은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방향에서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에버랜드는 놀이동산 측면에서는 디즈니랜드와 경쟁할 순 없고, 콘텐츠 면에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되긴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테마파크와 달리 에버랜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유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농원 시절부터 가꿔온 오래된 정원입니다. 해외에서 온 테마파크 관계자들도 에버랜드의 숲과 정원을 보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문 부사장)


에버랜드가 다시 ‘자연농원’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된 것은 국내에서 점점 커지는 정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산림청에서 2012년부터 도심 숲 양성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2019년 코로나 이후 자연 속에서 건강과 휴식, 힐링을 경험하는 문화가 조명을 받으며 ‘숲캉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78%인 3229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숲길을 체험한다고 한다. 지난해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7개월간 980여만 명이 방문했다. 순천의 성공 이후 전국 각 지자체의 관광정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정원도시’다.


에버랜드에는 5대 정원이 있다. 1976년 개장 초기부터 이어 온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등의 헤리티지 정원부터 뮤직가든(2016년), 하늘정원길(2019년), 포레스트캠프(2019년) 등 저마다의 테마를 가진 정원이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이러한 정원을 놀이기구와 캐리비안베이, 스피드웨이, 판다월드 등 리조트를 구성하는 배경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원을 별도의 주인공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젊은이들처럼 짜릿하고 스릴넘치는 놀이기구는 타고 싶지 않지만, 계절마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꽃을 감상하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관람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놀이기구 리조트 입장권을 끊지 않고, 정원만 감상할 수 있는 티켓도 별도로 마련했더니 관람객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요즘에는 MZ세대 젊은층 커플도 인증샷 사진을 찍기 위해 정원을 많이 찾습니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실제로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보름여간 약 1만 명이 정원 관람 단독 상품을 이용했으며, 매화가 절정인 3월말 방문객 중 약 90%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늘정원길.
5대 정원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늘정원길이다. 약 3만㎡ 규모로 에버랜드 내 최대 크기인 하늘정원길은 지난 2019년 오픈한 수도권 최초의 매화 테마정원이다. 약 1km로 이어지는 관람로를 따라 만첩홍매, 율곡매, 용유매 등 13개 품종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와 수선화, 튤립, 꽃잔디 등 다양한 초화류를 감상할 수 있다.


해발 210m 높이 전망대는 꽃과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에버랜드 최고의 전망으로 꼽힌다. 하늘정원길의 맨 아래쪽 연못에는 거대한 수양벚나무 2그루의 축 늘어진 가지에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을 보여준다.


4~5월에 가장 화려한 정원은 ‘포시즌스 가든’이다. 계절마다 지속적으로 새롭게 꾸며지는 쇼가든이다. 봄 계절인 현재는 튤립, 수선화 등 100여 종 약 120만 송이의 봄꽃과 함께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등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야외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포시즌스 가든.
약 1만 ㎡규모의 포시즌스 가든에는 중앙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바나나, 열대식물, 가을에는 메리골드, 코스모스, 겨울에는 상록수, 억새류 등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과 식물들이 가득 채운다.

포시즌스 가든.
에버랜드 중앙 지역에 위치한 ‘뮤직가든’은 음악과 식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뮤직가든에서는 하모니트리라는 이름의 160년생 느티나무를 비롯해 산수유(110년), 팽나무(80년) 등 수십 주의 고목들이 자태를 뽐낸다. 세계 클래식 명곡과 에버랜드가 특별 제작한 뮤직가든 테마송 등이 흐르는 370미터의 산책로를 사색할 수 있다. ​​
에버랜드 장미원.
​ 에버랜드 장미원에는 5월 17일부터 720품종 약 300만 송이 장미가 피어나는 장미축제가 펼쳐진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꽃 축제로 시작한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그 동안 국내 주요 기업,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한 70여 개 꽃 축제의 효시가 된 축제다. 에버랜드 장미원은 지난 2022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장미컨벤션에서 세계 최고의 장미 정원에 수여되는 ‘어워드 오브 가든 엑설런스(Award of garden Excellence)’를 국내 최초로 수상했다.
에버랜드 장미원.
가을에는 국내 최장 은행나무 단풍숲길을 걸을 수 있는 포레스트캠프가 인기다. 또한 에버랜드 호암미술관의 한국 전통정원인 ‘희원’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정원이다. 희원에는 호암미술관이 수집해온 신라시대의 석탑을 비롯해 석공들이 만들어 낸 불상, 장승, 석등이 뜰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희원 연못의 관음정과 어우러진 연못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작품이 피어있고, 미술관 진입로 부근 호수 앞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이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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