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분위기 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판… “실적 견인하기 위해 잠시 복귀”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3-28 13:11 수정 2023-03-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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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 개최
강성 주주 불만으로 의사진행 차질
서정진 회장 나서 주주 달래기
“주가 낮아 주주들에게 죄송하다”
7월 이후 주주 요구 시 합병 추진
M&A는 하반기 본격화 예정
“실적과 주가 격차 줄이도록 최선 다할 것”
올해 셀트리온 단독 매출 목표 2조 원 제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28일 인천 소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2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은퇴 2년 만에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의장 역할을 맡는다.

서 명예회장 경영 복귀 공식 무대인 이날 주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주주 70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일부 주주는 셀트리온 경영진 사퇴 문구가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주총에 참석했다. 그동안 하락한 주가에 불만을 가진 소액 주주연대 측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 주주와 갈등을 빚으면서 개회가 1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개회 후에도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강성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안건 의결이 차질을 빚었다.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 일부 주주는 퇴장당하기도 했다. 발언권을 얻은 주주와 발언권 없는 주주끼리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감정이 격해진 주주들을 달랬다. 서 회장은 “주주총회는 서로 다투거나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며 “(주가 하락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전 경영진을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소란이 벌어져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서 회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주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면서 원활한 주총 진행을 촉구했다. 이번 주총은 여느 때보다 소란스럽고 험악한 분위기로 열렸다고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주총이 시작된 이후 서 회장은 주총장 옆 사무실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10분가량 기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오는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인사하기 위해 잠깐 들렸다고 했다. 이번 경영 복귀에 대해 서 회장은 “셀트리온 정년이 65세이기 때문에 임원 자격으로 65세인 상황에서 은퇴했던 것”이라며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이번에 다시 선장으로 돌아 온 것일 뿐 태풍이 안정되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불확실한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위기와 기회는 함께 가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3사 합병 이슈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서 회장은 “합병은 금융감독위원회 행정절차가 7월에 마무리 되고 주주들이 합병을 원한다면 합병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시기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현재 현금 여유가 있고 M&A는 당연한 경영전략 중 하나”라며 “상반기에는 관찰을 하고 시작은 연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경영 복귀 후 행보에 대해 서 회장은 “그동안 명예회장 자격으로 해외에서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해외에 많이 다녀왔다”며 “경영 복귀 후 출근은 하지만 명예회장 때처럼 주로 해외(미국, 유럽, 일본 등) 사업장 방문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고 한 달의 3분의2는 해외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기자들과 만난 후 주총 행사장으로 돌아간 서 회장은 주총이 끝난 후 주주들에게 그동안 소회와 향후 방향성을 공유하는 발표를 이어갔다. 주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지만 다양한 사업이 순항 중이고 이익이 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셀트리온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세부 사업 계획에 대해 서 회장은 “미국에서 오는 4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를 론칭하고 올해 연말에는 리베이트 카드를 꺼낼 것(다른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나설 때 리베이트 자제하고 다른 제약사들이 약값을 인하하는 시기에 맞춰 리베이트 전개한다는 계획)”이라며 “또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코드를 별도로 따서 경쟁시킬 계획으로 80mm 제품의 경우 (기존 40mm 제품과) 따로 코드를 생성해 40mm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올해 목표에 대해서는 셀트리온 단독으로 매출 2조 원을 제시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셀트리온이 하나의 바이오시밀러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상태이고 올해 미국 허가가 예상되는 램시마SC는 제품 및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셀트리온그룹 매출이 3조 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주총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기자간담회와 투자자 설명회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주요 경영진이 해외로 나가 기업설명회를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고 실적과 주가 격차가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부회장)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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