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도 해도 너무해”… 재계 “기업하기 더 어려워져”

김지현기자 , 천호성기자 , 강유현기자

입력 2017-02-14 03:00 수정 2017-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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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재소환]특검 vs 삼성 2라운드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씀드리겠습니다.”

13일 오전 9시 25분경. 특검 사무실 앞 포토라인에 두 번째로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몇 초간의 침묵 끝에 입을 뗐다.

이날 오전까지도 삼성 내부에서는 별도 입장 표명 없이 간단히 목례만 하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석 전 그룹 수뇌부와의 티타임에서 간단한 답변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환은 1차 소환 후 32일 만이고, 구속영장 기각 이후 25일 만이다.

이 부회장에 이어 관련 임원들도 이날 줄이어 소환되면서 삼성그룹 전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삼성그룹과의 ‘제2라운드’를 시작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3주간 보강수사를 통해 집중해 온 부분은 크게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의 특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로비 여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로 요약된다. 삼성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모두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어떤 특혜도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검은 2015년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엔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1400만 주를 줄여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도 이후 삼성과의 두 차례 협의를 거쳐 1000만 주에서, 최종 500만 주로 줄여줬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새로 규제가 도입될 때 통상 관련 부처와 해당 기업이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처분하라고 한 주식 500만 주가 지분으로 따지면 2.64%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및 승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삼성의 반박 논리다. 당시 이미 오너 일가 지분과 자사주 등을 포함한 통합 삼성물산 우호지분이 60%를 넘었기 때문이다. 로비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역시 “매각 주식 수를 500만 주로 줄인 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삼성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로비를 했는가도 논점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사들인 데 대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의 1대 주주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난관이 있다. 삼성은 “전환 조건이 예상보다 까다로워 내부적으로 전환 계획을 철회했다”고 했다. 금융위 역시 “당시 삼성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절차에 대해 문의해 와 법적 요건과 절차를 설명해줬으며 이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주어졌는지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3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바꿔줬다는 의혹이 일어서다.

삼성은 이에 대해 가장 황당해하고 있다. 삼성 측은 “당초 계획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었는데, 거래소가 국내 상장을 거듭 요청해 와 여론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국내에 상장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을 정조준한 이번 특검 수사의 영향으로 앞으로 ‘기업 하기 더 어려운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나가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용기 있는 공무원이 소신에 따라 재량권을 갖고 정책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최순실 사태 이후 기업들의 정당한 민원 및 의견 개진마저 모두 로비로 매도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천호성 / 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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