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여… “포용금융 외면” 지적
정순구 기자
입력 2024-04-02 03:00 수정 2024-04-02 03:00
연체 크게 늘자 ‘건전성 관리’ 나서
작년 7%대 금리, 2월 9%대로 올려
당국 “연체 고려”… 대출목표도 완화
전문가 “당초 설립 취지 위배” 목소리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설립 취지였던 ‘포용금융’에서 한발 멀어지고 있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일괄적으로 완화해주면서 오히려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대출 취급 당시 KCB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1년 전(8조2100억 원)보다 1조4000억 원(17.1%) 늘어난 9조6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연체 잔액도 1400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64.3% 급증했고, 연체율 역시 1.71%에서 2.39%로 0.68%포인트 치솟았다.
건전성이 악화된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3개 회사 평균 7%대였던 저신용자(KCB 기준 신용점수 650∼601점) 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2월 9%대로 올랐다.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들도 중·저신용자의 급전 수요를 외면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9% 감소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는 인터넷은행의 주된 설립 취지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들이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30.4%, 케이뱅크 29.1%, 토스뱅크 31.5%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카카오뱅크만 목표치(30%)를 달성했고, 케이뱅크(32%)와 토스뱅크(44%)는 미달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목표치를 ‘30% 이상’으로 일괄 완화해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예상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비중은 완화해줬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액 자체는 매년 늘릴 것을 요구했고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규 사업 인허가 때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을 위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같은 돈을 빌려줄 때 부실 위험 등을 고려하면 고신용자 대상 수익이 중·저신용자의 4, 5배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인터넷은행이 탄생한 배경 자체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중·저신용자들을 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핑계로 가장 중요한 목표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작년 7%대 금리, 2월 9%대로 올려
당국 “연체 고려”… 대출목표도 완화
전문가 “당초 설립 취지 위배” 목소리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대출 취급 당시 KCB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1년 전(8조2100억 원)보다 1조4000억 원(17.1%) 늘어난 9조6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연체 잔액도 1400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64.3% 급증했고, 연체율 역시 1.71%에서 2.39%로 0.68%포인트 치솟았다.
건전성이 악화된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3개 회사 평균 7%대였던 저신용자(KCB 기준 신용점수 650∼601점) 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2월 9%대로 올랐다.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들도 중·저신용자의 급전 수요를 외면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9% 감소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는 인터넷은행의 주된 설립 취지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들이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30.4%, 케이뱅크 29.1%, 토스뱅크 31.5%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카카오뱅크만 목표치(30%)를 달성했고, 케이뱅크(32%)와 토스뱅크(44%)는 미달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목표치를 ‘30% 이상’으로 일괄 완화해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예상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비중은 완화해줬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액 자체는 매년 늘릴 것을 요구했고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규 사업 인허가 때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을 위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같은 돈을 빌려줄 때 부실 위험 등을 고려하면 고신용자 대상 수익이 중·저신용자의 4, 5배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인터넷은행이 탄생한 배경 자체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중·저신용자들을 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핑계로 가장 중요한 목표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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