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마다 보던 폰 눈길 안준 1시간…행복이 충전됐다
정세진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18-01-30 03:00 수정 2018-01-30 10:45
[2020 행복원정대 : ‘워라밸’을 찾아서]
동아행복지수 측정해보니
동아행복지수는 행복을 위한 추상적인 조언이 아닌 구체적 방법을 찾으려고 고안했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부터 가족과 직장에서의 관계를 꼼꼼히 살펴 행복에 이르는 길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8.71점에 그쳤다. 이 지표를 처음 개발한 2015년 당시(57.43점)보다 소폭 올랐지만 한국인의 삶은 여전히 행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답답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만드는 요인은 각양각색이겠지만 행복을 찾는 여정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행복도가 올라갔다. 하루 3∼6시간을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62.15점)은 1∼3시간(59.36점), 1시간 미만(50.24점)인 사람보다 행복감이 컸다.
다만 남녀 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감이 정비례했다. 반면 여성은 가족과 6시간 이상 보내면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졌다.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여성에게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직장과 가정의 균형 못지않게 가정 내에서 일의 균형이 여성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균형의 중요성’은 여러 분석 결과에서 확인됐다. 자녀에 대한 투자도 균형을 이뤄야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가 소득의 40% 이상을 사교육비 등으로 자녀에게 투자하면 행복도가 떨어졌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도 ‘취업 때까지’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64.20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행복지수는 60.90점에 그쳤다. 직장인 박모 씨(58)는 “자녀에게 투자를 많이 하면 나 자신도 행복해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자녀에게 돈과 시간을 많이 쏟다 보니 정작 내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직장 내 소통도 행복감과 직결됐다. 좋은 일이 생기면 직장 동료와 공유한다고 응답한 이들의 행복지수는 61.45점으로 공유 대상이 가족(59.77) 친구(59.87) 애인(57.33)일 때보다 높았다. 직장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응답한 이들 역시 행복지수가 61.73점으로 다른 공유 대상이 있을 때보다 행복감이 컸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근무하는 권순섭 씨(32)는 주로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IT 업계에서 주로 쓰는 전문용어들을 섞어가며 직장 동료와 업무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적인 고민도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권 씨는 “업무나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이나 친구들보다 직장 동료에게 마음속 깊은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가족에게 힘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한국의 이른바 ‘가부장적인 사고’가 직장 내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고민은 같은 환경에 처한 비슷한 위치의 사람과 나누는 것이 훨씬 낫다는 한국 직장인이 많다는 얘기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에서 가족은 생존과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체”라며 “그렇다 보니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고 자녀는 부모에 의존하며 서로 편안하게 친구처럼 감정을 공유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을 덜 쓸수록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30분∼1시간에 한 번꼴로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행복지수는 60.30점으로, 1∼10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이들의 행복지수(45.65점)보다 무려 14.65점 높았다. 스마트폰을 자주 열어볼수록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지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소홀해지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중 사진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결과도 눈길을 끈다.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행복감을 높이는 지름길인 셈이다. 반면 행복지수가 낮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주로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즐겼다.
정세진 mint4a@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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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행복지수 측정해보니
1월 초 경기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있는 이선연(34) 박신영 씨(31·여) 부부와 진헌 군(3) 가족. 안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다른 말은 ‘행복 추구’다. 구글 최고의 엔지니어인 모 가댓 같은 과학자까지 행복방정식 찾기에 나설 정도로 행복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인간의 궁극적 목표다. 동아행복지수는 행복을 위한 추상적인 조언이 아닌 구체적 방법을 찾으려고 고안했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부터 가족과 직장에서의 관계를 꼼꼼히 살펴 행복에 이르는 길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8.71점에 그쳤다. 이 지표를 처음 개발한 2015년 당시(57.43점)보다 소폭 올랐지만 한국인의 삶은 여전히 행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답답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만드는 요인은 각양각색이겠지만 행복을 찾는 여정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행복도가 올라갔다. 하루 3∼6시간을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62.15점)은 1∼3시간(59.36점), 1시간 미만(50.24점)인 사람보다 행복감이 컸다.
다만 남녀 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감이 정비례했다. 반면 여성은 가족과 6시간 이상 보내면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졌다.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여성에게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직장과 가정의 균형 못지않게 가정 내에서 일의 균형이 여성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균형의 중요성’은 여러 분석 결과에서 확인됐다. 자녀에 대한 투자도 균형을 이뤄야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가 소득의 40% 이상을 사교육비 등으로 자녀에게 투자하면 행복도가 떨어졌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도 ‘취업 때까지’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64.20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행복지수는 60.90점에 그쳤다. 직장인 박모 씨(58)는 “자녀에게 투자를 많이 하면 나 자신도 행복해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자녀에게 돈과 시간을 많이 쏟다 보니 정작 내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직장 내 소통도 행복감과 직결됐다. 좋은 일이 생기면 직장 동료와 공유한다고 응답한 이들의 행복지수는 61.45점으로 공유 대상이 가족(59.77) 친구(59.87) 애인(57.33)일 때보다 높았다. 직장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응답한 이들 역시 행복지수가 61.73점으로 다른 공유 대상이 있을 때보다 행복감이 컸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근무하는 권순섭 씨(32)는 주로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IT 업계에서 주로 쓰는 전문용어들을 섞어가며 직장 동료와 업무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적인 고민도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권 씨는 “업무나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이나 친구들보다 직장 동료에게 마음속 깊은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가족에게 힘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한국의 이른바 ‘가부장적인 사고’가 직장 내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고민은 같은 환경에 처한 비슷한 위치의 사람과 나누는 것이 훨씬 낫다는 한국 직장인이 많다는 얘기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에서 가족은 생존과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체”라며 “그렇다 보니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고 자녀는 부모에 의존하며 서로 편안하게 친구처럼 감정을 공유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을 덜 쓸수록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30분∼1시간에 한 번꼴로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행복지수는 60.30점으로, 1∼10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이들의 행복지수(45.65점)보다 무려 14.65점 높았다. 스마트폰을 자주 열어볼수록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지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소홀해지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중 사진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결과도 눈길을 끈다.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행복감을 높이는 지름길인 셈이다. 반면 행복지수가 낮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주로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즐겼다.
정세진 mint4a@donga.com·유근형 기자
※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설문 링크(bit.ly/balance2018)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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