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와인의 재발견… 한국 음식에도 잘 어울려
김유경 푸드디렉터
입력 2024-10-30 03:00 수정 2024-10-30 17:08
[푸드 NOW]
대전서 열린 와인 엑스포 주빈국… 세계 최고 스위트 와인, 토커이
223개 넘는 품종으로 와인 재배… 식문화 비슷해 한식 페어링 추천
가장 맛있는 해산물과 다양한 요리들은 서울에 있다는 말이 있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이 눈앞에 있어도 새벽 경매를 거쳐 가장 비싸고 좋은 품질의 해산물은 노량진시장이나 가락시장으로 올라오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 완성도 높은 식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업계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이보다 치열한 에너지가 대전에 모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 와인 트로피(Asia Wine Trophy)를 비롯한 오가닉 와인쇼, 국제 와인 콘퍼런스 등이 진행되는 대전 국제 와인 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와인 트로피는 201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의 와인 품평 대회이다. 국내외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모여 3000개 이상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 뒤 우수한 와인에 메달을 부여한다.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라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이 집중하고 있고, 최신 와인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헝가리라는 나라를 더 자세히 알아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기후와 음식 문화가 있고, 외세 침략을 많이 받은 역사가 있어 민족성에 대한 자부심이 뚜렷하다. 그 자부심은 식문화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헝가리를 대표하는 토카이 어수 와인이 생산되는 토카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와인 생산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장 문화 역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와인 엑스포 주빈국으로 헝가리의 수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대전을 찾았다. ‘고대 전통과 현대 장인정신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님빌리티 주관 킥오프 행사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만난 11종의 와인은 대부분 맛이 좋았다. 그동안 헝가리 와인에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 정도였다.
킥오프 행사에서 만난 헝가리 와인 마케팅 에이전시의 국제 교류 담당 사무관 베러 쉬치벌라시는 한국인들에게 살면서 꼭 맛봐야 하는 와인 품종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바로 토카이 어수(Tokaji Asz´U), 푸르민트(Furmint), 켁프런코시(K´ekfrankos)다.
먼저 귀부 와인의 결정체로 손꼽히는 어수는 짙은 새벽 안개 속에서 보트리티스균을 만난 포도알 속의 수분이 마치 건포도처럼 쭈글쭈글해지면서 당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디저트나 아페르티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유럽의 미식가들은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와 페어링해서 즐기기도 한다. 푸르민트는 헝가리 전 지역에 분포하는 헝가리 대표 화이트 와인 품종 중 하나로 직접 맛을 보니 침샘을 자극하는 산도와 신선함으로 국제 품종 중에서는 슈냉블랑과 가장 비슷했다. 현장에서 맛본 푸르민트 드라이는 알자스 리슬링과 루아르 소비뇽 블랑의 매력을 합쳐놓은 듯한 힙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나 뭉근하게 끓여낸 생선뼈 육수로 맛을 낸 도미 요리나 껍질을 바삭하게 튀긴 옥돔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켁프런코시는 한국인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이름이지만 헝가리 대표 레드 와인 품종 중 하나이다. 가벼운 로제부터 고품질 오크 숙성 스타일까지 다양해 유럽에서는 사슴이나 소고기 스테이크, 토마토 요리, 파스타 등과 두루두루 페어링해서 즐기는 품종이다. 직접 맛을 보니 뒤에서 미묘하게 치고 올라오는 흑후추의 향이 느껴져서 마블링이 고루 퍼져 있는 투뿔한우 구이와 함께 먹어도 아주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대한민국과 헝가리 수교 35주년이자 대전과 부다페스트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헝가리 와인 하면 토카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면 헝가리 와인의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한국인의 입맛, 식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헝가리 와인을 한국 음식과 페어링해도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대전서 열린 와인 엑스포 주빈국… 세계 최고 스위트 와인, 토커이
223개 넘는 품종으로 와인 재배… 식문화 비슷해 한식 페어링 추천
가장 맛있는 해산물과 다양한 요리들은 서울에 있다는 말이 있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이 눈앞에 있어도 새벽 경매를 거쳐 가장 비싸고 좋은 품질의 해산물은 노량진시장이나 가락시장으로 올라오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 완성도 높은 식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업계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이보다 치열한 에너지가 대전에 모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 와인 트로피(Asia Wine Trophy)를 비롯한 오가닉 와인쇼, 국제 와인 콘퍼런스 등이 진행되는 대전 국제 와인 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와인 트로피는 201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의 와인 품평 대회이다. 국내외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모여 3000개 이상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 뒤 우수한 와인에 메달을 부여한다.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라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이 집중하고 있고, 최신 와인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헝가리의 대표 와인인 토카이 어수 와인.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대전 국제 와인 엑스포에서는 매년 주빈국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헝가리가 주빈국이었다. 헝가리 하면 보통 수도인 부다페스트와 특유의 온천, 다양한 건축 유산 또는 헤비즈 호수와 벌러톤 호수 같은 자연 명소를 떠올리는데 식도락가들은 토카이 와인과 굴라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토카이 와인은 일찍이 와인을 즐기던 루이 14세와 루이 15세로부터 ‘Kings of Wine, Wine of Kings’라는 최고의 헌사를 받은 세계 최고의 귀부(貴腐) 스위트 와인이다. 굴라시는 일종의 소고기 스튜로 한국인의 김치찌개처럼 속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헝가리의 솔푸드다. 헝가리라는 나라를 더 자세히 알아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기후와 음식 문화가 있고, 외세 침략을 많이 받은 역사가 있어 민족성에 대한 자부심이 뚜렷하다. 그 자부심은 식문화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헝가리를 대표하는 토카이 어수 와인이 생산되는 토카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와인 생산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장 문화 역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와인 엑스포 주빈국으로 헝가리의 수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대전을 찾았다. ‘고대 전통과 현대 장인정신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님빌리티 주관 킥오프 행사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만난 11종의 와인은 대부분 맛이 좋았다. 그동안 헝가리 와인에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 정도였다.
1000년 이상 된 와인 문화를 보유한 헝가리 와인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헝가리 톨너주 팍스 지역의 와인 저장소 전경.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헝가리 와인은 1000년 이상의 와인 문화를 보유하고 있고 포도밭 면적은 약 6만5000ha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산지의 절반 정도나 된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나 그리스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무려 223개가 넘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재배한다. 킥오프 행사에서 만난 헝가리 와인 마케팅 에이전시의 국제 교류 담당 사무관 베러 쉬치벌라시는 한국인들에게 살면서 꼭 맛봐야 하는 와인 품종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바로 토카이 어수(Tokaji Asz´U), 푸르민트(Furmint), 켁프런코시(K´ekfrankos)다.
먼저 귀부 와인의 결정체로 손꼽히는 어수는 짙은 새벽 안개 속에서 보트리티스균을 만난 포도알 속의 수분이 마치 건포도처럼 쭈글쭈글해지면서 당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디저트나 아페르티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유럽의 미식가들은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와 페어링해서 즐기기도 한다. 푸르민트는 헝가리 전 지역에 분포하는 헝가리 대표 화이트 와인 품종 중 하나로 직접 맛을 보니 침샘을 자극하는 산도와 신선함으로 국제 품종 중에서는 슈냉블랑과 가장 비슷했다. 현장에서 맛본 푸르민트 드라이는 알자스 리슬링과 루아르 소비뇽 블랑의 매력을 합쳐놓은 듯한 힙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나 뭉근하게 끓여낸 생선뼈 육수로 맛을 낸 도미 요리나 껍질을 바삭하게 튀긴 옥돔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켁프런코시는 한국인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이름이지만 헝가리 대표 레드 와인 품종 중 하나이다. 가벼운 로제부터 고품질 오크 숙성 스타일까지 다양해 유럽에서는 사슴이나 소고기 스테이크, 토마토 요리, 파스타 등과 두루두루 페어링해서 즐기는 품종이다. 직접 맛을 보니 뒤에서 미묘하게 치고 올라오는 흑후추의 향이 느껴져서 마블링이 고루 퍼져 있는 투뿔한우 구이와 함께 먹어도 아주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대한민국과 헝가리 수교 35주년이자 대전과 부다페스트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헝가리 와인 하면 토카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면 헝가리 와인의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한국인의 입맛, 식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헝가리 와인을 한국 음식과 페어링해도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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