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직격탄’ 삼성SDI, ESS 호황 덕에 실적은 ‘선방’

곽도영 기자

입력 2024-07-31 03:00 수정 2024-07-3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분기 영업익 38% 급감에도
사업 다변화 힘입어 흑자 지켜
하반기에도 전기차 여전히 암울
배터리3사 잇단 투자 속도 조절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삼성SDI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다만 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흑자를 지켜냈다. 하반기(7∼12월) 배터리 업계 실적 약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3사 모두 ‘보릿고개’ 채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 삼성SDI 영업이익 38%↓, LG·SK 적자 지속

30일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501억 원, 영업이익 2802억 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4%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ESS 판매가 확대되며 이를 상쇄해 적자 위기는 면했다. 이 외에 소형 전지, 전자재료 등 상대적으로 다변화된 사업 구조도 부진한 전장 실적을 보완해줬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도 2분기 매출이 6조1619억 원, 영업익 1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57.6% 급감했다.전기차 수요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미 IRA에 따른 세액공제 보조금(AMPC) 4478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업손실 2525억 원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내달 1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도 증권가에선 영업손실 4000억 원대를 전망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 기대했던 하반기 점진적인 회복 전망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불투명한 전망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GM은 신형 전기차 모델 생산계획을 늦췄고, 포드도 전기차인 모델e 사업 부진을 드러내며 주가가 급락했다.


● “하반기도 보릿고개” 채비 나선 3사

배터리 업계는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며 하반기 ‘전기차 겨울’ 대비에 나선 상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한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신규 생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현재 가동률이 떨어져 있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공장 유휴 라인을 ESS 등 다른 제품군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SK온은 이달 17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 의결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합병을 통한 자금 수혈을 앞두고 있다. 각각 합병기일은 11월 1일, 내년 2월 1일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3사 간 합병으로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반으로 SK온은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SK온은 최근 10개 분기 연속 누적 적자 2조5876억 원을 냈지만 올해도 7조5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ESS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장기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며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용 ESS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하는 등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물량을 추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