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실크로드… “대륙과 소통하는 물류 인프라 만들자”
김도형기자
입력 2015-08-06 03:00 수정 2015-08-06 13:24
한국문화관광硏-경주문화엑스포… ‘실크로드 문화창조 포럼’ 개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선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정책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실크로드 문화창조 융합 전략포럼’이 개최됐다. 21일부터 경북 경주시에서 진행되는 ‘실크로드 경주 2015’를 앞두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행사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관용 경북지사, 박광무 문화관광연구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 15명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살펴보고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논의했다.
○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뜨는 ‘실크로드’
유라시아는 사전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은 명칭이다. 전 세계 육지의 40%에 이르는 광대한 대륙이다. 이번 포럼은 실크로드와 관련해 중앙아시아 지역을 핵심에 놓고 이곳에서 형성된 다양한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중앙아시아는 다양하고 복잡한 지리적 기후적 환경 속에서 여러 개의 소단위 문명들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농경지대와 초원지대는 물론이고 사막과 오아시스, 카스피 해 같은 바다를 포함하는 공간 속에서 갖가지 문화가 꽃피었고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와도 교류를 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지역과 실크로드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중앙아시아에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우리 민족에게 문화적으로 중요한 원류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대륙과 소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최근 대장정을 마친 ‘유라시아 친선특급’를 보며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유라시아는 삼국시대 이후로 우리 민족에게 늘 교류와 협력의 장이었다”고 밝혔다.
○ “실크로드 건너온 반가사유상”
우리 민족이 실크로드를 통해 외부 세계와 문화 교류를 펼친 규모가 알려진 것 이상이라는 사실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강조됐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반가사유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영애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국보 78호인 반가사유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일월관’은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재에서 관찰되는 ‘티아라’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대표 문화재가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적 교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역시 실크로드 위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 둔황 천불동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가사유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페르시아의 고대 서사시 ‘쿠시나메’에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학술적 발견이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구전되다 11세기 무렵 처음으로 편찬된 이 서사시 속에는 망국의 비운을 겪은 페르시아 왕자 일행이 당나라를 거쳐 신라로 망명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신라 공주와 결혼한 뒤 낳은 아들이 신라의 도움으로 고국에 돌아와 작은 왕국을 세운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쿠시나메를 소재로 지금도 무용극과 동화 소설 등이 활발하게 재창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실크로드 통해 ‘대륙의 섬’ 벗어나야
포럼에서는 유라시아 그리고 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우리의 ‘앞마당’으로 끌어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도 함께 논의됐다.
우선 학술적으로 실크로드라는 단어에 갇히지 말고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가 어우러진 세계에 대한 이해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훈 경상대 사학과 교수는 “실크로드를 단순히 하나의 선으로 여기거나 탐험의 대상처럼 보는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크로드가 동서양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유목민을 중심으로 한 고유의 문화가 존재한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란 목표가 제시됐음에도 분단 때문에 대륙에 직접 닿을 수 없는 한국의 지정학적 한계는 긴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우리를 가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 연결을 출발점으로 해서 북한을 광대한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틀에 통합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개최될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실크로드 경주 2015’의 의미를 알리는 ‘실크로드 문화창조 융합전략
포럼’이 주요 인사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김관용 경북지사.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동우 문화엑스포 사무총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지와 바다의 실크로드)’, 러시아가 구축한 ‘유라시아 경제연합’, 미국의 ‘뉴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최근 5년 사이에 한국 등 주요 국가가 내놓은 유라시아 관련 정책이다. ‘실크로드’로 상징되는 유라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까지 유라시아 관련 정책의 밑그림 마련에 나선 것이다.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선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정책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실크로드 문화창조 융합 전략포럼’이 개최됐다. 21일부터 경북 경주시에서 진행되는 ‘실크로드 경주 2015’를 앞두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행사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관용 경북지사, 박광무 문화관광연구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 15명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살펴보고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논의했다.
○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뜨는 ‘실크로드’
유라시아는 사전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은 명칭이다. 전 세계 육지의 40%에 이르는 광대한 대륙이다. 이번 포럼은 실크로드와 관련해 중앙아시아 지역을 핵심에 놓고 이곳에서 형성된 다양한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중앙아시아는 다양하고 복잡한 지리적 기후적 환경 속에서 여러 개의 소단위 문명들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농경지대와 초원지대는 물론이고 사막과 오아시스, 카스피 해 같은 바다를 포함하는 공간 속에서 갖가지 문화가 꽃피었고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와도 교류를 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지역과 실크로드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중앙아시아에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우리 민족에게 문화적으로 중요한 원류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대륙과 소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최근 대장정을 마친 ‘유라시아 친선특급’를 보며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유라시아는 삼국시대 이후로 우리 민족에게 늘 교류와 협력의 장이었다”고 밝혔다.
○ “실크로드 건너온 반가사유상”
우리 민족이 실크로드를 통해 외부 세계와 문화 교류를 펼친 규모가 알려진 것 이상이라는 사실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강조됐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반가사유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영애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국보 78호인 반가사유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일월관’은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재에서 관찰되는 ‘티아라’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대표 문화재가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적 교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역시 실크로드 위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 둔황 천불동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가사유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페르시아의 고대 서사시 ‘쿠시나메’에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학술적 발견이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구전되다 11세기 무렵 처음으로 편찬된 이 서사시 속에는 망국의 비운을 겪은 페르시아 왕자 일행이 당나라를 거쳐 신라로 망명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신라 공주와 결혼한 뒤 낳은 아들이 신라의 도움으로 고국에 돌아와 작은 왕국을 세운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쿠시나메를 소재로 지금도 무용극과 동화 소설 등이 활발하게 재창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실크로드 통해 ‘대륙의 섬’ 벗어나야
포럼에서는 유라시아 그리고 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우리의 ‘앞마당’으로 끌어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도 함께 논의됐다.
우선 학술적으로 실크로드라는 단어에 갇히지 말고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가 어우러진 세계에 대한 이해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훈 경상대 사학과 교수는 “실크로드를 단순히 하나의 선으로 여기거나 탐험의 대상처럼 보는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크로드가 동서양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유목민을 중심으로 한 고유의 문화가 존재한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란 목표가 제시됐음에도 분단 때문에 대륙에 직접 닿을 수 없는 한국의 지정학적 한계는 긴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우리를 가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 연결을 출발점으로 해서 북한을 광대한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틀에 통합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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