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 위축땐 증시도 흔들… 문턱 낮추되 불법 엄단해야

박민우기자

입력 2015-03-27 03:00 수정 2015-03-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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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시드는 파생상품시장]<下>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는 한국

“만나는 외국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마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였던 파생상품 시장을 바탕으로 ‘금융허브’로 도약할 기회가 있었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망가뜨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국내 한 금융사 CEO는 한국 금융당국의 파생상품 규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하며 답답해했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잇단 규제로 급격히 쪼그라드는 동안 세계 각국은 파생상품 시장을 키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 시장과 함께 위축되고 있는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라도 파생상품 시장을 되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1%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이 2011년까지 세계 주요 거래소 중 1위 거래 규모를 보이다 지난해 11위로 추락한 것과 딴판이다.

특히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흥국은 성장세에 가속 엔진을 달았다. 중국은 2013년 주간에만 허용하던 파생상품 거래를 야간으로 확대하고 과거 폐지했던 5년 만기 국채선물을 재상장하는 등 상품 종류를 늘렸다. 그 결과 상하이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시장을 제쳤다. 브라질은 2013년 외환 관련 파생상품에 부과하던 금융거래세를 폐지하면서 거래규모가 2010년 세계 10위에서 지난해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금융 선진국도 파생상품 시장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 런던선물거래소(ICE)는 유럽의 파생상품거래소 중 하나인 유로넥스트(EURONEXT)를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은 도쿄거래소를 오사카거래소와 합병해 올해 파생상품 거래규모를 최대 50%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잇단 규제로 개인의 거래를 위축시킨 데 이어 내년부터는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까지 부과하기로 해 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도 파생상품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대부분 장외 파생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규제였다”고 지적한다.

파생상품은 현물 주식시장의 등락에 대비한 헤지(위험회피)나 차익거래 목적으로 이용하는 투자자가 많다. 파생상품이 위축되면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 파생상품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3년간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헤지가 필수적인데 파생시장이 위축되면서 헤지 기능이 약해져 신상품 개발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불법 시장으로 흘러가는 개인투자자들을 제도권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우리도 시장 진입에 대한 제한은 가급적 적게 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게 시장도 살리고 투자자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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