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르노삼성 “QM3, 1000대 한정판의 거품?”

동아경제

입력 2013-11-29 14:40 수정 2013-11-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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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일 자사의 다섯 번째 신규 라인업 QM3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각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신차가 출시 전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자료에는 다음 달부터 시장에 풀리는 1000대의 QM3 한정판 예약이 7분 만에 완료됐으며, 예약주문도 3000대(20일 기준)를 넘어섰다는 설명이 들어있다. 사실상 수입차임을 밝히면서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판매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르노삼성의 행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오히려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이번 사전계약 돌풍이 특별한 경우도 신차효과가 이례적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국내 자동차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이고, 르노삼성에게 자칫 독이 될 것이란 지적까지 하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신차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을 받는 것은 흔하게 쓰는 마케팅 전략이다. 대부분 가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사전계약은 시판을 앞둔 신차의 대략적인 사양을 공개한 후 소액의 계약금을 받고 진행한다.

하지만 사전계약 건수가 신차출시 이후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객 입장에선 계약을 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사전계약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확률은 통계상 30%를 밑돈다.

이번 QM3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차량의 대략적인 사양이 알려졌고 심지어 가격까지 공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전계약의 불확실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이다. 더구나 TV 홈쇼핑 광고의 ‘마감임박’ 단어처럼 1000대가 한정적으로 공급되고, 이후 물량은 최소한 4개월 후에나 들어오는 짜릿한 ‘한정판’의 유혹 마저 있었다. 때문에 소비자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의 무조건식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르노삼성이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QM3 1000대 한정판 예약의 7분 신화는 어쩌면 당연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연출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가계약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12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초도물량이 국내에 풀린다. 이후에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3월이나 돼야 다음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다. QM3 사전계약을 신청한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최소한 4개월이 지나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이들이 QM3를 받기 위해 4개월 이상을 기다릴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QM3의 경우 경쟁 모델들이 많아 출고가 늦어질 경우 사전계약분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물량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QM3의 인기가 단기간에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도 물량이 풀린 이후 4개월은 차에 품었던 소비자들의 환상이 충분히 깨질 수 있는 시간”이라며 “시장에 차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가 진짜 승부인데, 가격을 낮추려고 옵션을 많이 제외해 ‘깡통차’ 소리까지 듣는 QM3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만족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남아도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닛산 로그와 미쓰비시 차량을 대신 생산하면서도, 내수판매 모델을 전량 수입하는 이상한 구조도 르노삼성의 부담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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