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보다 흑미-찹쌀 먹어야 건강”… 잡곡소비 늘었다

동아일보

입력 2013-11-11 03:00 수정 2013-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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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리쌀, 옥수수쌀, 차좁쌀, 기장쌀, 흰찰보리쌀, 서리태, 약콩, 새찰보리쌀, 검정현미….’

주부 강하나 씨(38)가 밥에 넣는 잡곡이다. 강 씨가 일주일 동안 밥에 넣는 잡곡의 종류는 20여 가지에 이른다. 현미나 찹쌀은 기본이고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한 잡곡에 대해서 해박한 그는 주변에서 ‘잡곡박사’로 통한다. 강 씨는 “잡곡이 흰쌀보다 10∼20% 비싸지만 건강에는 좋기 때문에 건강을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난의 상징’이었던 잡곡이 부활하고 있다. ‘잡곡=건강에 좋은 약곡(藥穀)’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흰쌀 소비가 주는 대신에 잡곡 소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이마트가 10월 한 달간 양곡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반 쌀의 매출은 지난해 10월보다 7.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찹쌀은 213.7%, 흑미는 103.9%, 좁쌀류는 판매량이 89.1% 증가하는 등 잡곡류 매출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의 자료를 봐도 흰쌀 소비는 해마다 줄고 있다. 1인당 흰쌀 소비량은 1979년 이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69.8kg에 그쳤다. 이는 30년 전인 1982년(130kg)의 53.7%에 불과하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흰쌀 소비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흰쌀에는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찐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잡곡에는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탄수화물’뿐 아니라 지방, 단백질 등 필수영양소가 골고루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 세대는 흰쌀밥을 선호하지만 젊은 세대는 건강,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가 보편화되면서 잡곡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곡류 소비 행태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부 한정숙 씨(62)는 대형마트에서 쌀을 직접 도정해서 먹는다. 공장에서 도정한 쌀보다는 영양분이 덜 파괴되어 현미나 통밀과 비슷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직접 도정할 경우 가격은 10kg에 3만1800원으로 일반 쌀(2만7800원)보다 10% 이상 비싸다. 그는 “쌀에 함유된 영양분의 60% 이상이 쌀눈에 있는데 도정이 끝난 백미에는 불과 5%만 남는다”고 말했다. ‘혼합곡’ 포장제품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잡곡을 사먹는 추세도 두드러진다. 이태호 롯데마트 곡물 바이어는 “요즘 소비자들은 잡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필요한 곡물을 선택적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잡곡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용 밥솥의 매출도 증가세다. 밥솥을 ‘통가열’해서 곡류를 익히는 ‘전자기유도(IH·Induction Heating) 밥솥’은 취사시간을 줄이고 곡물을 고루 익힌다. 이마트에서 일반 전기밥솥과 전기압력솥의 10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6%, 54.6% 감소했지만 IH밥솥의 매출은 18.5% 증가했다.

김유영 abc@donga.com·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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