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편리하고도 세련! 왜건, 한국시장 흔든다

동아일보

입력 2013-02-25 03:00 수정 2013-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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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들의 ‘세단 사랑’은 유별나다. 4개의 문과 2열의 좌석이 있고, 차체 지붕은 뒤로 갈수록 가파른 경사를 보여 외관상 트렁크와 탑승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세단은 20여 년 전까지 국내에서 승용차를 일컫는 대명사와도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자동차 산업에서 세단은 고급 승용차를 의미했다. 세단의 어원은 프랑스의 지명인 ‘스당(sedan)’. 중세시대 이 지역 귀족들이 타고 다니던 의자식 가마에서 비롯됐다. 영국에서는 응접실이라는 뜻이 담긴 ‘살룬(saloon)’이라고도 부른다. 자동차가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시대에서 벗어난 지 40여 년에 불과한 한국에서 세단의 인기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차를 장만한다는 것은 신분의 상승을 의미하고, 세단이 아닌 다른 형태의 자동차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3년 기아자동차가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를 출시하며 세단이 강세를 보이던 국내 자동차시장은 점차 변화했다. 자동차를 레저 용도로 인식하는 소비자 층이 생기며 SUV가 점차 강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전체 판매대수(117만5891대)의 26.3%(30만9493대·승합차 포함)를 차지했다.

201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은 또 하나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를 필두로 ‘왜건’이나 ‘해치백’ 같은 다양한 형태의 차가 잇달아 출시되면서다. 신분을 나타내는 이동수단(세단)에서 여가활동의 필수품(SUV)으로 인식이 전환된 데 이어 실용성과 개성을 갖춘 차(왜건·해치백)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왜건·해치백의 한국 시장 분투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년 전만 해도 ‘해치백의 무덤’이었다. 뒷모습이 둥글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합쳐 놓은 해치백은 동급 세단에 비해 길이가 짧다. 최근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했던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차다. 해치백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폴크스바겐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골프’ 5세대를 2007년 국내 시장에 내놓으며 점차 바뀌었다. 이듬해 현대자동차가 준중형 해치백 ‘i30’을 출시하며 해치백은 점차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골프 6세대는 신형인 7세대 출시가 임박했음에도 지난해 수입차 판매 7위(3002대)에 올랐을 정도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의 ‘고난사’는 왜건 앞에서 명함을 못 내놓는다. 지붕이 트렁크 끝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적재공간을 극대화한 왜건은 말 그대로 ‘짐차’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왜건은 해치백보다도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됐다. 1967년 신진자동차가 일본 도요타와 제휴해 내놓은 ‘퍼블리카’가 시초다. 이후 현대차가 1995년 ‘아반떼 투어링’, GM대우(현 한국GM)가 1997년 ‘누비라 스패건’ 등을 내놓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수입차로는 폴크스바겐이 2006년 ‘파사트 바리안트’를 출시했지만 수요가 없어 판매를 중단했다.


독일 고급차 3인방 ‘세단보다 멋진 왜건’ 봇물

하지만 왜건이 국내 시장에서 다시 설욕을 꿈꾸고 있다. 최대 장점인 적재공간을 살리면서 디자인을 개선하고 고급스러움도 높인 왜건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독일 고급차 ‘빅3’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가 나란히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흥미롭다. 아우디가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출시한 ‘뉴 A5 스포트백’은 유형을 정의하기 어려운 ‘종합선물세트’ 같은 차다. 왜건의 실용성과 세단의 편안함, 쿠페의 스타일을 한데 모은 교집합이다. 이 차를 왜건의 범주 안에 넣기 위한 실마리는 넓은 적재공간이다. 480L의 트렁크 용량은 뒷좌석을 접으면 980L까지 늘어난다. 최고출력 177마력의 2L급 터보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L당 15.0km를 주행하는 경제성까지 갖췄다. 아우디 고유의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장착해 안정감을 더했다. 5840만∼6290만 원.

BMW는 준중형급인 ‘320d 투어링’과 중형급 ‘525d 투어링’을 내놨다. 정통 왜건형에 가까운 모델들이다. 320d 투어링(5070만 원)은 495L의 트렁크를 최대 1500L까지 늘릴 수 있다. 고급형인 ‘320d M 스포츠 패키지(5850만 원)’는 스포티함까지 더했다. 525d 투어링(7670만 원)은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를 장착해 가치를 더했다.

벤츠의 ‘뉴 CLS 250 CDI 슈팅브레이크(8900만 원)’는 ‘왜건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웅변하는 듯한 모델이다. 뒤까지 이어지는 지붕의 완만한 곡선으로 뚜렷한 개성과 우아함을 강조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날렵한 쿠페나 스포츠카의 느낌을 준다. 벤츠가 이 차를 왜건이 아닌 ‘5도어 쿠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트렁크 용량은 1550L까지 늘어난다. 동급 최고 수준인 L당 15.0km의 연비까지 갖췄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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