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요즘 애들은…” 꼰대 발언땐 AI선풍기가 회식자리에 찬바람 ‘쌩’

서영아 특파원

입력 2018-11-23 03:00 수정 2018-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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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제맥주 업체서 제작 화제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는 상사가 “모두가 그렇지. 나도 그랬거든. 아침부터 밤까지”라고 말하자 뒤에 설치된 ‘선배풍 1호’가 바람을 내보내고 있다. 유튜브 캡처
회식 자리에서 선배나 상사가 “요즘 젊은 애들은…”, “내가 소싯적에…” 하는 말을 꺼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럴 때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온다면?

일본 최대 수제맥주회사 요호브루잉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회식 자리에서 선배나 상사들의 ‘꼰대스러운’ 발언이 나올 경우 작동하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선배풍(先輩風) 1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선풍기는 상사나 선배가 ‘내가 젊었을 때는…’ ‘요즘 젊은이들은…’처럼 선배연하는 말을 꺼내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선풍기의 두뇌 부분에 설치된 IBM사의 ‘왓슨’ 등 2개의 AI는 약 2000가지의 꼰대스러운 단어를 기억해두고 있다. 그러다가 대화 중에 등장하는 30년 전 연호인 “쇼와(昭和) 시절에는…”이나 20여 년 전인 “거품경제 시절에 말이지” 같은 키워드들을 검출해낸다. 말이 길어지면 그것도 수치화한다. 이런 식으로 종합적으로 계산해 일정 수치를 넘으면 의자 등받이에 붙은 선풍기 6대가 돌아간다. 수치 상승과 비례해 3단계로 설정된 바람의 세기도 강해진다.

직장 회식에 참석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가 20∼50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조사에서 약 60%가 상사와의 회식에서 “무용담이나 자랑을 억지로 들어야 했다”고 답했다. 또 윗사람이 아랫사람보다 1.7배나 길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회사는 자유롭고 평등한 회식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사외 프로그래머나 조형작가의 협력을 얻어 약 2개월에 걸쳐 선배풍 1호를 제작했다. 요호브루잉 홍보 담당자는 “기계가 화제가 돼 바람직한 회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8월 선배풍 1호를 도쿄의 맥주레스토랑에 설치해 실제로 바람이 부는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로 공개하자 재생횟수는 170만 회를 돌파했다. 선배나 상사들 가운데서는 “자기도 모르게 선배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후배들은 “경험에 입각한 조언 등 좋은 선배의 얘기는 들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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