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조두순 출소? 막을 방법이 없진 않지요”
이진구 기자
입력 2018-11-12 03:00 수정 2018-11-12 03:00
허찬희 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의료부장
―김성수 자신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먼저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실제 김성수에게 정신질환이 있는데 정신감정을 안 해 모른 채 다른 일반 범죄자처럼 복역하고 출소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끔찍한 범죄가 또 벌어지지 않겠나. 정신감정은 본인이 요청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게 아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한다. 그리고 국가가 흉악범의 정신이상 여부를 감정하고, 치료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형량이 감경되는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또 형기가 끝났다고 다 나오는 것도 아니다.”
―형기가 끝났다고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공주치료감호소는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들이 복역하며 치료를 받는 곳이다. 하지만 형기가 끝나도 치료가 덜되면 치료 기간을 연장해 안 내보낸다. 병이란 게 형기에 딱 맞춰 낫는 게 아니니까…. 치료감호소 내에 의료부장이 위원장인 퇴소심사위원회가 있는데 형기가 끝난 수감자 중 퇴소시킬 사람을 선정해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올린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심사해 대상자를 최종 결정한다. 못 나간 사람도 많다.”
―조두순이 불과 2년 후인 2020년 12월이면 출소한다고 걱정이 많다.
“지금은 공주치료감호소에만 적용되는 연장 치료를 일반 교도소까지 확장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일반 교도소에서도 복역 중에 정신이상이 생기는 수감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별도의 교도소에 모아서 치료한다. 단지 이곳에 있는 정신질환 수감자들은 공주치료감호소와 달리 정신병이 다 낫지 않아도 형기가 끝나면 내보낼 수밖에 없다. 어느 교도소에 있든지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사이코패스 증상이 다 낫지 않은 수감자는 내보내지 않고 치료하는 제도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일부러 가둬놓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인권 침해 논란이 있겠지만 치료가 안 된 채 나와서 저지를 재범 우려를 생각하면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두순은 경찰의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진단 기준인 25점을 넘는 29점을 받았다. 부녀자 10여 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은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25점이었다. 조두순과 김길태는 현재 흉악범들을 수감하는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있다.
―김성수가 정신감정을 받는 데 한 달 걸린다는데…. 정신감정이 그렇게 복잡한가.
“그 한 사람만 하는 데 한 달 내내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감자도 많고, 또 수사기관에서 정신감정 의뢰를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정신감정을 하려면 일이 몰려 그 정도 걸린다.”
―정신이상 판정을 받으면 감형된다는 걸 알고 속이는 경우는 없나.
“극단적인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분노와 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노는 대부분 아주 어릴 적 엄마의 보살핌이 결핍되면 불만이 쌓이면서 생긴다. 예를 들어 한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다면 아이는 항상 불안에 떨면서 살게 된다. 자기를 지켜주지 않는 엄마에 대해 좌절한 갓난아이의 분노는 극심한 거다.” (한 살 때도 그런 걸 느끼나?) “느낀다. 6세 이전에 그 정도의 결핍을 느껴 장애가 오면 정신분열이 생긴다. 극단적 흉악범은 대개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그 분노가 밖을 향하면 흉악범이 되고, 밖으로 못 나가고 자기를 향하면 우울증을 앓고 자살을 한다. 이 둘이 혼재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자살도 엄마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해서’, ‘인기를 유지하기 힘들어서’라는 말을 하는데 핵심은 아주 어릴 적 엄마와의 관계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지만 우리가 근본적인 접근을 못하고 피상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후에 받는 상처로는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안 간다.”
“그래서 저녁에 아이와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낮에도 전화해서 목소리도 듣고…. 그러면 해소가 된다. 그런데 그런 필요성을 모르고 ‘아이는 혼자 크는 거야’ 하면서 간과하면 장애가 생기기 쉽다. 이건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모든 정신병의 근본은 아주 어릴 적 엄마와의 정서적 관계다.”
―심신미약,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형 감경에 분노하는 여론이 많다.
“우리 형법에 그런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잘못 아는 게 심신미약이라고 무조건 형을 감경해 주는 게 아니라, 그 증상이 범죄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를 따져서 판결한다. 정신질환자라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해당 범죄 발생과는 무관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중형을 받는다.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질병의 유무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해당 정신질환이 범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판사가 판단하기 때문에 사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2차 정신감정을 맡았던 김길태 사건도 정신감정 때마다 판단이 달랐다.
“1차 감정은 다른 사람이 하루 했는데 ‘정신이상이 없고 연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소견을 냈다.” (하루 했다고?) “정신감정에 정해진 시간은 없다. 며칠 만에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고, 한 번 보고 해달라고 하면 본 대로 보고한다. 그런데 판사가 보니까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야. 사람이 이상하다는 건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당시 공주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이던 나한테 2차 감정을 의뢰했다. 입원시킨 뒤 한 달을 지켜보는데 과거 병력기록을 보니 그 사건 전에도 다른 범죄로 4년간 복역하면서 3명의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더라. 아주 심한 정신병 환자에게 주는 고농도 약물도 4년간 먹었고.” (기록도 있는데 왜 1차에서는 이상 없다고 했을까?) “놓친 것 같다. 그래서 2심 재판정에서 1심 정신감정인에게 과거 기록을 봤냐고 물으니까 못 봤다고 하더라.”
―그렇게 결론이 난 건가.
“1, 2차 감정 결과가 다르니까 검찰이 서울대병원에 3차 감정을 다시 맡겼다. 여기서 일주일 정도 했는데 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엉?) “정신감정은 면담을 충분히,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주일이라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하고, 뇌파 찍고 하는 데 며칠 걸리니까 면담 시간이 적을 수 있다. 또 정신치료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이 형식적으로 하면 환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의사의 정신감정은 참고일 뿐이다. 판사가 판단하는데 결국 정신장애가 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받았다.”
―왜 치료감호소에서 일한 건가. 근무환경이 아주 열악했을 텐데….
“정신의학은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가장 효과가 좋다. 그런데 요즘은 대체로 약물 위주고 정신치료 수련은 미흡하다. 그전에는 개업의를 했는데 사회에서 노이로제 환자 정도만 보는 걸로는 성이 안 찼다. 정말 중증 정신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었다. 마침 국립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에 있는 후배가 부탁을 해 2008년 과장으로 갔는데 그해 말에 공주치료감호소 의료부장 자리가 비었다고 요청이 왔다. 생각해 보니 나한테 딱 맞는 자리인 거다. 속된 말로 완전히 미친 데다 나쁜 범죄까지 저지른 사람들이니…. 그때는 의사 한 명당 100명씩 담당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서 사실 치료보다는 수용소 비슷한 상태였다. 위험한 수감자가 많으니까 어떤 의사들은 병실에 잘 안 들어가고 간호사실에서 보고를 받기도 했고…. 그런 곳을 수용이 아니라 치료하는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사이코패스 같은 극악무도한 정신이상 흉악범도 치료될 수 있을까.
도대체 사람이 어떤 상태에 이르면 얼굴을 칼로 30번이나 찌를 수 있는 걸까. 허찬희 전 국립법무병원 의료부장은 1일 인터뷰에서 “흉악범죄의 기저에는 어릴 적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의 분노가 있다”며 “갓난아이 때 그런 극심한 결핍을 느껴 장애가 오면 정신분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영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지난달 14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는 현재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우리 형법(10조)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거나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왜 나라가 세금으로 흉악범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형량을 감해 주려 하느냐”는 비난도 많았다. 허찬희 전 국립법무병원 의료부장(65·마음편한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흉악범의 정신감정이 필요한 것은 형을 감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 의료부장이던 2010년,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등 다수의 흉악범죄자들에 대한 정신감정을 맡은 바 있다.》
이진구 기자
“실제 김성수에게 정신질환이 있는데 정신감정을 안 해 모른 채 다른 일반 범죄자처럼 복역하고 출소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끔찍한 범죄가 또 벌어지지 않겠나. 정신감정은 본인이 요청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게 아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한다. 그리고 국가가 흉악범의 정신이상 여부를 감정하고, 치료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형량이 감경되는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또 형기가 끝났다고 다 나오는 것도 아니다.”
―형기가 끝났다고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공주치료감호소는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들이 복역하며 치료를 받는 곳이다. 하지만 형기가 끝나도 치료가 덜되면 치료 기간을 연장해 안 내보낸다. 병이란 게 형기에 딱 맞춰 낫는 게 아니니까…. 치료감호소 내에 의료부장이 위원장인 퇴소심사위원회가 있는데 형기가 끝난 수감자 중 퇴소시킬 사람을 선정해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올린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심사해 대상자를 최종 결정한다. 못 나간 사람도 많다.”
―조두순이 불과 2년 후인 2020년 12월이면 출소한다고 걱정이 많다.
“지금은 공주치료감호소에만 적용되는 연장 치료를 일반 교도소까지 확장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일반 교도소에서도 복역 중에 정신이상이 생기는 수감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별도의 교도소에 모아서 치료한다. 단지 이곳에 있는 정신질환 수감자들은 공주치료감호소와 달리 정신병이 다 낫지 않아도 형기가 끝나면 내보낼 수밖에 없다. 어느 교도소에 있든지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사이코패스 증상이 다 낫지 않은 수감자는 내보내지 않고 치료하는 제도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일부러 가둬놓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인권 침해 논란이 있겠지만 치료가 안 된 채 나와서 저지를 재범 우려를 생각하면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두순은 경찰의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진단 기준인 25점을 넘는 29점을 받았다. 부녀자 10여 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은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25점이었다. 조두순과 김길태는 현재 흉악범들을 수감하는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있다.
―김성수가 정신감정을 받는 데 한 달 걸린다는데…. 정신감정이 그렇게 복잡한가.
“그 한 사람만 하는 데 한 달 내내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감자도 많고, 또 수사기관에서 정신감정 의뢰를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정신감정을 하려면 일이 몰려 그 정도 걸린다.”
―정신이상 판정을 받으면 감형된다는 걸 알고 속이는 경우는 없나.
“하하하, 한 달 정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하다 보면 그런 경우는 다 알 수 있다. 그런 일은 없다.”
―김성수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우울증은 자기가 죽고 싶은 거지 남을 죽이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하는데….
“극단적인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분노와 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노는 대부분 아주 어릴 적 엄마의 보살핌이 결핍되면 불만이 쌓이면서 생긴다. 예를 들어 한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다면 아이는 항상 불안에 떨면서 살게 된다. 자기를 지켜주지 않는 엄마에 대해 좌절한 갓난아이의 분노는 극심한 거다.” (한 살 때도 그런 걸 느끼나?) “느낀다. 6세 이전에 그 정도의 결핍을 느껴 장애가 오면 정신분열이 생긴다. 극단적 흉악범은 대개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그 분노가 밖을 향하면 흉악범이 되고, 밖으로 못 나가고 자기를 향하면 우울증을 앓고 자살을 한다. 이 둘이 혼재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자살도 엄마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해서’, ‘인기를 유지하기 힘들어서’라는 말을 하는데 핵심은 아주 어릴 적 엄마와의 관계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지만 우리가 근본적인 접근을 못하고 피상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후에 받는 상처로는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안 간다.”
지난달 22일 공주치료감호소로 이송 중인 김성수.
―요즘은 맞벌이가 많아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가 많은데….
“그래서 저녁에 아이와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낮에도 전화해서 목소리도 듣고…. 그러면 해소가 된다. 그런데 그런 필요성을 모르고 ‘아이는 혼자 크는 거야’ 하면서 간과하면 장애가 생기기 쉽다. 이건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모든 정신병의 근본은 아주 어릴 적 엄마와의 정서적 관계다.”
“우리 형법에 그런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잘못 아는 게 심신미약이라고 무조건 형을 감경해 주는 게 아니라, 그 증상이 범죄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를 따져서 판결한다. 정신질환자라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해당 범죄 발생과는 무관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중형을 받는다.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질병의 유무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해당 정신질환이 범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판사가 판단하기 때문에 사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2차 정신감정을 맡았던 김길태 사건도 정신감정 때마다 판단이 달랐다.
“1차 감정은 다른 사람이 하루 했는데 ‘정신이상이 없고 연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소견을 냈다.” (하루 했다고?) “정신감정에 정해진 시간은 없다. 며칠 만에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고, 한 번 보고 해달라고 하면 본 대로 보고한다. 그런데 판사가 보니까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야. 사람이 이상하다는 건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당시 공주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이던 나한테 2차 감정을 의뢰했다. 입원시킨 뒤 한 달을 지켜보는데 과거 병력기록을 보니 그 사건 전에도 다른 범죄로 4년간 복역하면서 3명의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더라. 아주 심한 정신병 환자에게 주는 고농도 약물도 4년간 먹었고.” (기록도 있는데 왜 1차에서는 이상 없다고 했을까?) “놓친 것 같다. 그래서 2심 재판정에서 1심 정신감정인에게 과거 기록을 봤냐고 물으니까 못 봤다고 하더라.”
―그렇게 결론이 난 건가.
“1, 2차 감정 결과가 다르니까 검찰이 서울대병원에 3차 감정을 다시 맡겼다. 여기서 일주일 정도 했는데 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엉?) “정신감정은 면담을 충분히,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주일이라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하고, 뇌파 찍고 하는 데 며칠 걸리니까 면담 시간이 적을 수 있다. 또 정신치료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이 형식적으로 하면 환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의사의 정신감정은 참고일 뿐이다. 판사가 판단하는데 결국 정신장애가 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받았다.”
―왜 치료감호소에서 일한 건가. 근무환경이 아주 열악했을 텐데….
“정신의학은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가장 효과가 좋다. 그런데 요즘은 대체로 약물 위주고 정신치료 수련은 미흡하다. 그전에는 개업의를 했는데 사회에서 노이로제 환자 정도만 보는 걸로는 성이 안 찼다. 정말 중증 정신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었다. 마침 국립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에 있는 후배가 부탁을 해 2008년 과장으로 갔는데 그해 말에 공주치료감호소 의료부장 자리가 비었다고 요청이 왔다. 생각해 보니 나한테 딱 맞는 자리인 거다. 속된 말로 완전히 미친 데다 나쁜 범죄까지 저지른 사람들이니…. 그때는 의사 한 명당 100명씩 담당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서 사실 치료보다는 수용소 비슷한 상태였다. 위험한 수감자가 많으니까 어떤 의사들은 병실에 잘 안 들어가고 간호사실에서 보고를 받기도 했고…. 그런 곳을 수용이 아니라 치료하는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사이코패스 같은 극악무도한 정신이상 흉악범도 치료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의사에게 충분한 치료를 받는다면, 또 환자 자신도 나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모든 사람은 치료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너무 어릴 때 상처를 받아서 병이 오래되고 깊으면 치료가 더딜 수는 있겠지만…. 치료가 안 되는 병은 없다고 믿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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