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처럼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기재부·고용부 내부 검토 착수
뉴스1
입력 2018-10-05 13:35 수정 2018-10-05 13:38
노동력 수급 왜곡·지역 낙인효과 등 부작용 우려
임금과 물가 수준이 높은 서울과 그렇지 않은 지방에 각기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실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본격적인 내부 검토에 착수했지만 지역차별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 법 개정 등이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고 해도 각국의 상황이 달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을 두고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할 뿐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에서도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본 정책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구상을 밝히진 않고 있다.
지역별 차등적용의 불씨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댕겼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역별 차별화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함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범위를 주고 지방(지방자치단체)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의지를 보인 ‘최저임금 정책 수정·보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8월 취업자 수 증가가 3000명으로 급감하자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 제기된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총리의 발언에 실무부처인 고용부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 일각에서는 “검토한 적도 없다”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발언이 화제가 되자 기재부에서는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타당성,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부총리 발언 이후 고용부는 내부 검토에 착수하는 단계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부는 지역별 차등적용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고용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10~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방안을 검토했다. TF는 “지역별로 경제상황, 임금수준, 생계비 등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구분적용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1일 생활권이고, 지역별 구분에 따라 노동력이 이동해 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되며, 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과 국민통합 및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불필요’ 의견을 냈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TF 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며 “TF 의견에 따라 위원회에서도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또 다른 주제인 ‘업종별 차등적용’과 다르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난관도 있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업종별 차등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노사 간 이견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돼 왔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역별 차등적용 관련 법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지난 8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각 시·도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저임금의 80∼120% 범위로 시·도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여당마저 지역별 차등적용 도입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해 법안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지역별 차등은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지역별 차등적용은 세금을 지역별로 차등부과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더 주는 지역과 덜 주는 지역을 나누어 지역 간 격차와 차별을 더 확대하는 지역차별법”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차등적용을 하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각 지역의 노동자 생계비, 사업장의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저임금위 심의를 거쳐 업종 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할 수도 있다. 특정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수는 318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5.5%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 나라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최저임금을 시행할 초기부터 지역별 차등적용을 할 정도로 역사가 깊고 권역별 차등적용 등 유연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해당 조사 데이터가 국내에 쌓여있지 않고, 당장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린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적용은 지역차별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일단 의견수렴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적용 문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사회적 대화와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2018.10.2/뉴스1 © News1
임금과 물가 수준이 높은 서울과 그렇지 않은 지방에 각기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실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본격적인 내부 검토에 착수했지만 지역차별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 법 개정 등이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고 해도 각국의 상황이 달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을 두고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할 뿐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에서도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본 정책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구상을 밝히진 않고 있다.
지역별 차등적용의 불씨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댕겼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역별 차별화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함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범위를 주고 지방(지방자치단체)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의지를 보인 ‘최저임금 정책 수정·보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8월 취업자 수 증가가 3000명으로 급감하자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 제기된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총리의 발언에 실무부처인 고용부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 일각에서는 “검토한 적도 없다”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발언이 화제가 되자 기재부에서는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타당성,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부총리 발언 이후 고용부는 내부 검토에 착수하는 단계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부는 지역별 차등적용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고용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10~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방안을 검토했다. TF는 “지역별로 경제상황, 임금수준, 생계비 등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구분적용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1일 생활권이고, 지역별 구분에 따라 노동력이 이동해 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되며, 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과 국민통합 및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불필요’ 의견을 냈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TF 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며 “TF 의견에 따라 위원회에서도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또 다른 주제인 ‘업종별 차등적용’과 다르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난관도 있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업종별 차등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노사 간 이견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돼 왔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역별 차등적용 관련 법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지난 8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각 시·도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저임금의 80∼120% 범위로 시·도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여당마저 지역별 차등적용 도입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해 법안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지역별 차등은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지역별 차등적용은 세금을 지역별로 차등부과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더 주는 지역과 덜 주는 지역을 나누어 지역 간 격차와 차별을 더 확대하는 지역차별법”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차등적용을 하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각 지역의 노동자 생계비, 사업장의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저임금위 심의를 거쳐 업종 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할 수도 있다. 특정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수는 318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5.5%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 나라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최저임금을 시행할 초기부터 지역별 차등적용을 할 정도로 역사가 깊고 권역별 차등적용 등 유연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해당 조사 데이터가 국내에 쌓여있지 않고, 당장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린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적용은 지역차별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일단 의견수렴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적용 문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사회적 대화와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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