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3000명 늘었다는데… 왜 ‘고용참사’라고 할까
조건희 기자
입력 2018-09-18 03:00 수정 2018-09-18 03:00
정부 발표 고용지표 바로 읽기
최근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내놓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취업자와 실업자 등 주요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과 노동 친화적 정책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노동계에선 “일부 고용지표가 악화했다고 ‘노동정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하나의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같은 지표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매달 나오는 고용지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 ‘취업자 3000명 증가’의 의미
가장 자주 언급되는 통계는 ‘취업자 증가폭’이다. 흔히 취업자라고 하면 회사에 출근하거나 가게를 열어 주 5일 이상 일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모두 취업자로 본다. 한국 통계청도 이 기준을 따른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2690만4000명)보다 3000명 늘었다. 고용지표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다.
얼핏 보면 3000명이라도 취업자가 늘었으니 고용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고용참사’라고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과거보다 점점 더 많은 여성과 노인이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걸 감안하면 취업자가 적어도 10만 명 이상씩 증가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전년도인 2016년 8월(2669만6000명)보다 20만8000명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31만 명에 이른다. ‘취업자 3000명 증가’는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2010년 1월(1만 명 감소) 이후 최악의 결과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 주된 이유가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고 한다. 이 추론을 검증하려면 전체 경제활동인구 구조를 봐야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총 4421만1000명이었다. 이 중 일을 할 능력이나 뜻이 없는 사람(비경제활동인구)을 뺀 나머지 경제활동인구는 2803만9000명이다. 여기서 취업자 수를 빼면 실업자 수가 나온다.
8월 실업자 수는 각각 2016년 99만4000명, 지난해 99만9000명, 올해 113만2000명이었다. 정부의 해석대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이라면 실업자 수도 같이 줄어야 하지만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이 현재 수준의 취업자 증가폭 둔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고용률은 0.3%포인트 하락도 큰 낙폭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6일 반론을 제기했다. 취업자 수와 무관하게 고용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세 이상 전체 인구 대신 15∼64세 생산가능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각 국가의 고용률을 비교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15∼64세 고용률은 2009년(63%)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66.6%를 기록했다. 올해 1∼7월엔 66.2∼67.0%를 유지했다.
문제는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이 66.5%로 지난해 8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낙폭은 6월 0.1%포인트, 7월 0.2%포인트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고용률은 분모(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워낙 커서 통상 큰 변동이 없다. 0.3%포인트도 상당한 낙폭이라는 얘기다.
월별 고용률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손에 꼽을 정도다. 고용률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취업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생산가능인구도 줄지만 일자리는 더 빨리 줄고 있다는 의미다.
○ “각종 지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실업률은 고용률과 계산 방식이 다르다.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은 빼고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비율로 산정한다.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8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2000년(4.1%)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로 1999년 8월 이후 최악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고용지표 중 어느 하나만 뽑아 고용 상황을 설명하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계처럼 정치적인 분야가 없다’는 말이 있다”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로선 일부 유리한 지표에 매달리지 말고 각종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 취업준비생들이 몰려 일자리 정보를 찾고 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와 실업자 수, 실업률 등 각종 지표가 최악을 기록해 고용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취업자 증가폭 3000명 쇼크’ ‘실업자 113만 명, 외환위기 후 최악’….최근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내놓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취업자와 실업자 등 주요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과 노동 친화적 정책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노동계에선 “일부 고용지표가 악화했다고 ‘노동정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하나의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같은 지표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매달 나오는 고용지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 ‘취업자 3000명 증가’의 의미
가장 자주 언급되는 통계는 ‘취업자 증가폭’이다. 흔히 취업자라고 하면 회사에 출근하거나 가게를 열어 주 5일 이상 일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모두 취업자로 본다. 한국 통계청도 이 기준을 따른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2690만4000명)보다 3000명 늘었다. 고용지표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다.
얼핏 보면 3000명이라도 취업자가 늘었으니 고용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고용참사’라고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과거보다 점점 더 많은 여성과 노인이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걸 감안하면 취업자가 적어도 10만 명 이상씩 증가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전년도인 2016년 8월(2669만6000명)보다 20만8000명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31만 명에 이른다. ‘취업자 3000명 증가’는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2010년 1월(1만 명 감소) 이후 최악의 결과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 주된 이유가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고 한다. 이 추론을 검증하려면 전체 경제활동인구 구조를 봐야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총 4421만1000명이었다. 이 중 일을 할 능력이나 뜻이 없는 사람(비경제활동인구)을 뺀 나머지 경제활동인구는 2803만9000명이다. 여기서 취업자 수를 빼면 실업자 수가 나온다.
8월 실업자 수는 각각 2016년 99만4000명, 지난해 99만9000명, 올해 113만2000명이었다. 정부의 해석대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이라면 실업자 수도 같이 줄어야 하지만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이 현재 수준의 취업자 증가폭 둔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고용률은 0.3%포인트 하락도 큰 낙폭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6일 반론을 제기했다. 취업자 수와 무관하게 고용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세 이상 전체 인구 대신 15∼64세 생산가능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각 국가의 고용률을 비교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15∼64세 고용률은 2009년(63%)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66.6%를 기록했다. 올해 1∼7월엔 66.2∼67.0%를 유지했다.
문제는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이 66.5%로 지난해 8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낙폭은 6월 0.1%포인트, 7월 0.2%포인트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고용률은 분모(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워낙 커서 통상 큰 변동이 없다. 0.3%포인트도 상당한 낙폭이라는 얘기다.
월별 고용률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손에 꼽을 정도다. 고용률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취업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생산가능인구도 줄지만 일자리는 더 빨리 줄고 있다는 의미다.
○ “각종 지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실업률은 고용률과 계산 방식이 다르다.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은 빼고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비율로 산정한다.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8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2000년(4.1%)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로 1999년 8월 이후 최악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고용지표 중 어느 하나만 뽑아 고용 상황을 설명하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계처럼 정치적인 분야가 없다’는 말이 있다”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로선 일부 유리한 지표에 매달리지 말고 각종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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