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온 메르스… 위기경보 관심→주의 격상

김윤종 기자 , 조건희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18-09-10 03:00 수정 2018-09-1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중동 다녀온 60대 설사증세 신고… 공항 검역소 체온만 재고 통과
4시간뒤 감염 진단… 22명 격리


2015년 39명의 사망자를 내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발생했다. 이 환자는 공항 검역소를 무사히 통과한 후 4시간여 만에 메르스 감염 진단을 받아 감염병 방역체계에 여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건설사 임원인 A 씨(61·서울 거주)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쿠웨이트를 방문한 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7일 오후 4시 51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 씨는 공항 검역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역관에게 설사 증상을 신고했지만 검역관은 체온만 잰 뒤 정상(36.3도)으로 확인되자 A 씨를 통과시켰다. 중동에서 입국한 데다 환자 스스로 메르스 주요 증상을 신고했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특히 A 씨는 검역대를 통과할 당시 휠체어를 탈 정도로 설사 증세가 심했다. 그는 쿠웨이트에 있을 때도 설사가 심해 현지 병원을 찾았다.

결국 A 씨는 입국장을 나와 스스로 공항 리무진 개인택시를 타고 이날 오후 7시 22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오후 9시 34분 보건당국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뒤 4시간여 만이다.

A 씨는 이 시간 동안 항공기 승무원과 승객,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의료진, 가족 등 22명과 접촉했다. A 씨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택시운전사와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는 초기에 파악이 안 돼 8일 1차 발표에선 ‘밀접접촉자’에서 빠지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검역인력 확충, 공항 검역소 강화, 전문인력 보강 등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21명은 자택에, 1명은 시설에 격리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메르스 관련 긴급 장관회의를 열어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조기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미리미리 대처하고 질문이 더 나오지 않을 만큼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메르스 위기경보는 ‘관심’(해외 메르스 발생)에서 ‘주의’(메르스 국내 유입)로 한 단계 격상됐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유근형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