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포르쉐 718 박스터 ‘기통수가 뭣이 중헌디?’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6-15 08:57 수정 2016-06-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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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가속페달을 좀 밟으니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폭발적 순간 가속력은 여전했다. 오히려 그 시점이 조금 더 당겨진 느낌이다. 카랑카랑한 엔진음과 ‘후드득 후드득’ 터지는 배기음은 더욱 미끈해진 차체 디자인과 함께 구미를 당긴다.

미드십 엔진(midship engine)의 태생적 성향인 농익은 고속 안정성과 코너에서 유독 기민해지는 핸들링 반응으로 스포츠카의 필요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여기에 저속으로 달리는 중에는 루프 개폐를 할 수 있어 느닷없이 발생하는 기후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앞뒤로 트렁크를 사용 할 수 있는 부분 역시 독특한 매력이다.

배기량을 줄이고 6기통에서 4기통으로 자연흡기에서 터보차저로 포르쉐 마니아들에겐 상상 조차 할 수 없던 변화가 닥쳤다.
이름 앞 ‘718’ 이란 낯선 숫자를 달고 트렁크 덮개와 윈드 스크린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부분에서 디자인 변경도 이뤄졌다. 이것저것 빼고 더했지만 여전히 수평대향 엔진 방식을 채택하고 3개로 나뉜 전면부 하단 공기흡입구, 둥글게 마감한 차체 디자인 등 포르쉐 고유의 정체성은 빼놓지 않았다.

포르쉐가 1996년 1세대 등장이후 20년 만에 ‘박스터(Boxster)’에 터보차저가 적용된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얹으며 6기통 고수 정책의 사실상 종말을 선언했다. 지난 2014년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브랜드 최초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에 직렬 4기통 엔진을 적용한 바 있는 포르쉐는 2도어 모델로는 처음으로 박스터에 수평대향 4기통을 탑재했다.
지난 13일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에서 포르쉐 독일 본사가 주관하는 글로벌 트랙 행사 ‘2016 포르쉐 월드 로드쇼(2016 Porsche World Road Show, PWRS)’를 통해 오는 18일 국내 출시를 앞둔 718 박스터를 미리 살짝 경험해 봤다.

먼저 새롭게 박스터 앞에 붙게 된 ‘718’이란 숫자는 1950~60년대 전설적인 레이스를 휩쓴 미드엔진 스포츠카 718의 명성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더해졌다.

2.0리터 터보의 718 박스터와 2.5리터 터보 718 박스터 S 두 모델로 출시될 신차는 각각 최고출력이 300마력, 350마력으로 기존 대비 35마력 향상됐다. 여기에 가솔린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터보차저에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GT)를 적용해 성능은 더욱 향상되고 13%의 연비 향상도 가져왔다.
718 박스터의 경우는 최대토크가 이전보다 10.2kg.m 증가한 38.8kg.m을 발휘하고 718 박스터 S는 6.1kg.m 증가한 42.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각각 1950rpm, 1900rpm에서 최대토크가 시작돼 이전 보다 저회전 실용영역에서 주된 힘을 맛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신형 박스터는 포르쉐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장착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전 모델보다 0.8초 빠른 4.7초 만에 도달하며, 718 박스터 S의 경우는 동일한 장비 적용 시 이전 박스터 S보다 0.6초 빠른 4.2초 만에 도달 가능해 졌다.

2016 PWRS 프로그램에는 코드네임 981의 구형 박스터 GTS와 신형 718 박스터 S의 약 150m 드래그 레이스를 통해 신차의 순발력을 평가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결과는 718 박스터 S의 싱거운 승리.
포르쉐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터보’ 하면 초기 반응이 일반 NA엔진(Naturally Aspirated Engine)에 비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드래그 레이스 결과와 같이 718 박스터는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 빨라졌다”라고 말했다.

슬라럼과 서킷주행을 통해 718 박스터의 운동성능 역시 짧게 맛볼 수 있었다. 주행은 줄곧 스포츠 모드를 이용했다. 미드십 엔진의 특성상 50:50의 무게 배분에서 얻어진 이점과 선대 모델에서 이어져 온 코너링의 민첩함은 여전했다.

코너에서 차체는 서킷에 밀착이라도 된 듯 역동적이지만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잘 달리고 잘 멈추고 잘 돌아나가니 달리는 맛은 타면 탈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때에 따라 강력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묘한 쾌감이 들었다.
결국 718 박스터는 터보에 대한 이질감을 어느 순간에도 느껴 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에 비해 더 빨라졌지만 효율성은 높아진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다. 보다 적은 기름을 태우고 더 빨라졌으며 누구나 쉽고 편하게 몰 수 있다. 서킷과 일반도로 어디라도 아쉬울 것이라곤 자연흡기에 대한 추억 만 남길 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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