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물건 번쩍…인류를 바꿀 ‘뇌의 탄생’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4-03-25 03:00 수정 2024-03-25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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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테크]BCI 기술 적용한 ‘칩인류’의 등장

뇌 안쪽에 칩 심어 전기신호 전송…하반신 마비 환자 일어나 걷기도
미국-유럽 등 10년간 투자 이어와…국내선 규정 없어 임상 시도도 못해


미국, 중국, 유럽이 경쟁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진짜 ‘칩인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BCI 산업이 이를 따라잡으려면 정부 주도의 BCI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월 말 뉴럴링크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실험 참가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뉴럴링크의 발표 이후 8시간 만에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사지마비 환자 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이식해 의수로 병을 잡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도 지난해 5월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의 뇌에 칩을 심어 척수에 전기자극을 줘 걷게 했다.

24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BCI 기술의 실제 성과가 속속 나오자 뇌에 칩을 이식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것을 의미하는 ‘칩인류’ 현실화는 물론이고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는 환자가 BCI로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이 BC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연구자들은 임상 시도도 어려워 연구에 제약이 있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 인간 뇌 이해에 도움 줄 BCI에 대거 투자

과학자들은 BCI가 칩인류나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인류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뇌를 한층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세기 8대 신기술 중 하나로 BCI를 꼽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굵직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국가들은 지난 10여 년간 BCI 기술에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정부의 투자로 기업이 뛰어들어 산업 규모가 커진 셈이다. 대표적인 게 머스크 CEO의 뉴럴링크다.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인간 뇌 지도 구축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가동한 데 이어 2022년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머스크 CEO도 2016년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머스크 CEO가 투자한 뉴럴링크 외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호주의 BCI 스타트업 ‘싱크론’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도 2013년 10년간 총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투자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BCI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침습형 BCI가 핵심… 국내서도 임상 시도돼야

BCI 기술은 뇌 외부에서 뇌파를 측정해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는 비침습형과 뇌 안쪽에 칩이나 전극을 심어 뇌 전기신호를 전송하는 침습형으로 나뉜다. 이 중 칩인류나 환자 치료에 쓰일 것으로 기대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은 침습형이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비침습형은 대부분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로 교육, 엔터테인먼트, 수면 등을 보조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침습형 BCI 기술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나 사지마비, 실명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비침습형 BCI 기술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라고 말한다. 침습형 BCI 기술에 필요한 신소재공학이나 의학, 전기통신학, 반도체, 기계공학 등 개별 분야에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침습형 BCI에 대한 안전 규정 자체가 없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병훈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임상시험을 해봐야 시험을 평가하고 어떤 안전을 기울여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정부에서도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BCI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집중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CI 기술 (Brain-Computer Interface)
뇌와 연결된 컴퓨터가 뇌파를 해독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기술이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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