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게임’이란 무엇일까?[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4-03-15 11:00 수정 2024-03-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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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개발비가 투입됩니다. 이 개발비는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의 인건비 그리고 프로그램 사용 비용, 사무실 임대비용 등 여러 비용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요.

이 개발비가 타 게임보다 월등히 높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게임을 따로 분류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AAA 게임’이 그것이죠.

GTA6
이 ‘AAA 게임’이라는 명칭은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약간 생소하지만, 게임의 규모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어 게임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직관적으로 게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망한 게임으로부터 시작된 AAA급 게임

그렇다면 이 ‘AAA 게임’이라는 수식어는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요? 1990년 말 당시 몇몇 게임사에서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할 때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AAA GAM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AAA 게임’이 게임업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작품은 다름 아닌 세가에서 선보인 비운의 명작 ‘쉔무’였습니다.

쉔무 1&2
1999년 세가에서 출시한 ‘쉔무’는 방대한 맵과 높은 자유도 그리고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한 NPC들이 풀보이스로 등장하는 등 현재 등장하는 액션 어드밴처 게임의 기틀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당시 기준으로 무려 70억 엔이라는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됐는데요. 1999년 자장면 가격이 2,700원이었으니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약 1,000억에 가까운 비용이 투자된 셈입니다.

쉔무
‘쉔무’는 QTE 액션. 자유도 높은 퀘스트 등 시대를 앞서간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을 보여준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적인 시스템과 투박한 액션 등의 다양한 이유로 1편이 120만 장, 2편은 고작 47만 장 판매에 그치는 등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죠.

이러한 성적과 별개로 북미와 유럽 쪽에서는 ‘쉔무’를 극찬하는 개발자들이 많았고, 이 쉔무의 게임 콘텐츠는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세가 제네시스’(일본명 메가 드라이브)의 영향으로, 세가의 팬들이 많았던 북미, 유럽 지역의 유저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 게임은 최초의 ‘AAA 게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AAA 게임은 왜 개발비가 높을까?

‘쉔무’의 사례에서 보듯 초창기 ‘AAA 게임’은 개발비가 높은 게임에 주로 사용됐는데요. 현재의 ‘AAA 게임’은 일반적으로 개발비와 마케팅에 큰 예산이 사용되고,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한 상호작용, 뛰어난 사운드와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한 작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했습니다.

AAA 게임으로 분류되는 작품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과 유사한 단계를 거칩니다. 유명 제작사가 대규모 제작 예산을 투입하고, 각종 콘텐츠와 최고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최상급의 전문가들이 투입됩니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여기에 최첨단 그래픽 퍼포먼스를 통한 놀라운 비주얼, 모션 캡처, 얼굴 인식, 제스터 제어 등 최신 기술이 도입되고, 현실감을 주기 위한 오디오 구현 작업과 게임의 문제를 해결하는 QA 등 현재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 모두 투입되죠.(실제로 AAA 게임 엔딩 크레딧은 평균 5분을 훌쩍 넘길 만큼 수천 명의 인원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또한, 출시에 발맞추어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까지 진행되는데, 이 마케팅 비용 역시 개발비 못지않게 투입됩니다. 이 모든 개발 과정과 마케팅 하나하나마다 돈이 소비되니 AAA 게임의 개발비용은 높을 수밖에 없죠.

GTA5
실제로 2010년 무렵에는 약 1,500만 달러(한화 약 178억 원)에서 2천만 달러(한화 약 238억 원) 수준의 금액이 투입된 게임이 ‘AAA 게임’으로 불렸지만, 2013년 이후에는 평균 7천만 달러(한화 약 92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작품이 ‘AAA 게임’으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락스타 게임즈에서 출시를 준비 중인 ‘GTA6’는 개발비만 20억 달러. 무려 2조 6천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천 억대를 넘어 조 단위의 개발비를 찍은 ‘AAA 게임’이 등장하는 시대로 접어드는 셈입니다.


●AAA 게임은 왜 만들까?

그렇다면 이처럼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붓는 게임은 왜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훨씬 거대한 규모의 작품을 만든 만큼 더욱 큰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19년에 발매된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출시 이후 3일 동안 전 세계에서 6억 달러 이상(한화 약 7,000억 원)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출시 3일 만에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전부 회수한 기록이었죠.

여기에 ‘GTA5’는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해 약 2억 6천만 달러(한화 약 2,79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는데, 출시 된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 약 8억 달러(한화 약 8,686억 원)의 수익을 거둬 영화, 소설 및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틀어 최단기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게임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AA 게임’은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만큼 엄청난 이득을 거둘 가능성도 높습니다.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상품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AAA 게임’은 출시 자체만으로 전세계 게임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게임 시장 매출 확장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삼성이나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시장 전체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처럼 말이죠.


●AAA 게임이 좋은 게임의 기준?

물론, ‘AAA 게임’이 무작정 좋은 게임의 기준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 1천억 원 이상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가 소모됐지만, 치명적인 버그와 실망스러운 콘텐츠로 혹평받은 ‘앤썸’이나, 2023년 출시 이후 엉망진창 콘텐츠로 흥행에 참패하여 스튜디오가 폐쇄된 ‘포스토큰’ 등 실패 사례는 수도 없이 존재합니다.

앤썸
이 ‘AAA 게임’이 실패를 겪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AAA 게임’답지 않은 완벽하지 않은 게임을 출시한 사례죠.

실제로 3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이 투자된 CD 프로젝트의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초반 각종 버그로 몸살을 앓으며, 출시 초기 혹독한 평가를 받았고, 2023년 최대 기대작으로 불렸던 베데스다의 ‘스타필드’는 2천억이 넘는 개발비가 투입됐지만, 텅 빈 우주만을 보여주어 엄청난 혹평만 남았습니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개발사가 완성도와 검수를 완벽하게 체크하지 않고 급하게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고, 거대한 세계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더욱 세밀하게 콘텐츠를 가다듬고, QA를 통해 게임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수정해야 하지만 이 단계를 부실하게 진행하거나, 대충 뛰어넘은 것이죠.

스타필드
다만 개발사도 할 말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상적인 개발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상당수의 게임 일정이 연기됐는데, 이 기간만큼 개발비가 추가로 발생했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피치 못하게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작이라고 해서 높은 가격을 주고 게임을 샀는데, 막상 콘텐츠는 부실하고, 버그는 곳곳에서 등장하는 게임을 좋게 평가해줄 유저는 아무도 없겠죠. 이유는 알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돈과 인력을 들였는데 이것밖에 못 하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비슷한 후속작들의 양산입니다. 전작에서 큰 성공을 거둔 AAA 게임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변화를 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기존의 리소스를 재활용해 콘텐츠를 다시 선보이고, 그래픽 품질만 높여 출시하는 식의 안정적인 방식을 택하기 쉽습니다.

때문에 ‘콜 오브 듀티’, ‘어쌔신 크리드’, ‘EA 스포츠 FC’(구 피파) 등 오랜 시간 출시된 프렌차이즈 게임의 경우 비슷한 시스템과 비슷한 모션 등 이전의 작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마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콜 오브 듀티’, ‘어쌔신 크리드’ 등 다수의 인기 시리즈의 신작들의 평가가 점차 내려가는 중이기도 하죠.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이처럼 ‘AAA 게임’은 게임 시장의 트랜드를 이끄는 첨병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대작을 일컫는 수식어임과 동시에 게임 자체로 재미를 주기보다 마케팅에 더 주력하는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는 등 ‘명과 암’이 갈리는 수식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 등 해외 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인 대규모 AAA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과연 이들 게임이 대박을 터트린 해외 게임사들의 사례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혹평 속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게임과 같은 길을 걸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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