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터지는 5G, 속 터지는 이용자 "동의하셨는데요 고객님?"

동아닷컴

입력 2019-04-17 12:47 수정 2019-04-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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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AR 앱 개발자 유씨. 그는 평소에도 새로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다. 현재 직업상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에 그는 지난 4월 5일,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판매가 시작되는 당일, KT 대리점을 찾아가 5G 개통을 완료했다. 기대감이 컸다. 일주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얼마 전, 유씨가 IT동아에 제보를 해왔다. 그는 "5G 개통에 대해서 기대가 컸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AR 앱이 5G에서 얼마나 잘 실행되는지도 궁금했고. 이에 출시 당일 바로 5G로 개통했다"라며,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당황스럽다. TV 광고만 보면 모든 서비스가 잘 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5G를 사용할 수 있는 커버리지(지역)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집인 경기도 파주 대부분 지역에서 5G를 사용할 수 없다. 이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서비스 초기니까. 하지만, 5G를 사용하다가 LTE로 넘어갈 때 끊기는 현상이 심했다. 사용하던 앱이 멈추고, 네비게이션이 끊겼다"라며, "6만 원대 LTE 요금제를 사용하닥 9만 원에 가까운 5G 요금제로 바꿨는데, 지불하는 요금만 늘어나고 잘 사용하던 서비스에 문제만 발생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 KT 대리점에서 이용자가 5G 서비스 가입에 필요한 안내를 받고 있다, 출처: KT >

마지막으로 그는 "답답함에 KT 고객센터에 전화해 문의했는데, 화나는 일만 늘었다. 상담원이 개통할 때 5G 음영지역이 있다는 것에 내가 동의했다며, 5G 음영지역에서는 LTE 사용을 권장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체 내가 왜 비싼 요금을 주고 5G를 개통했나 싶더라"라며, "마치 고객에게 사용 책임을 묻는 듯한 말투에 화가 났다. 그리고 분명히 개통할 때 5G 음영지역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음영지역이라는 단어를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한다. 만약 그런 말을 들었다면, 다시 묻기라도 했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이에 IT동아는 KT에 유씨가 겪은 일에 대해서 문의했다. KT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용자에게 음영지역이 있다고 동의 받은 것은 아니다. 설명에 대한 동의다. 직영점이나 대리점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대응하는 매뉴얼은 이렇다. 5G 음영지역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해당 설명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이다"라며, "통화 품질이나 서비스, 기기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고객이 원한다면 14일 이내 통화 철회 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고객센터에는 해당 권한이 없다. 고객이 방문하면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 처리된다"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KT에게 안내 받은 결과는 'LTE 우선 사용 권장'이다. 더 비싼 요금을 내고 5G를 개통했는데, LTE를 우선 사용하란다.

< KT 황창규 회장이 서울 광화문 일대 5G 네트워크 기지국 구축 현장을 살피는 모습, 출처: KT >

5G 상용화 선언은 했지만, 소비자 불만은 늘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4월 3일 밤 11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일제히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의 치열한 눈치 싸움에서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 타이틀은 지켰지만, 초기 사용자 불만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핸드폰 고장났다는 줄 알았다는 KT 사용자들의 불만이 인터넷 카페 및 커뮤니티 등에 등장했다. 하나같이 급격히 저하된 LTE 속도를 꼬집었다. 출퇴근길 지하철로 한강을 건널 때마다 통신이 끊기고, 전송속도도 떨어진다는 것.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화웨이 등 핸드폰 기종을 막론하고 끊김 현상은 일어났다. 5G 기지국을 늘리기 위해 4G 기지국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뒤따랐다.

이러한 소비자 불만에 KT는 "LTE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4G 기지국을 줄이거나 전송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린다는 것은 오해다. 5G 품질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최적화 작업 진행 중 LTE 기지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라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해 16일 새벽까지 작업을 완료했다. 16일 오전부터는 LTE가 끊기는 현상을 해결했다"라고 말했다.

< KT LTE 속도 저하, 출처: IT동아 >

KT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LTE 끊김 현상은 5G 네트워크 최적화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다. 안테나 방향 조정, 출력 조율, 5G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5G 네트워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최적화 작업 중 LTE 기지국에 영향을 미쳐 장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5G에서 LTE로, LTE에서 5G로 넘어갈 때 끊기는 현상에 대해서도 응답했다. KT는 "관련된 현상을 확인하고 대응해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모든 지역으로 적용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5G 서비스 지역, 전체 통신망 중 10%에 불과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전국 85개 도시(특별시, 광역시, 중소도시 등)에서 5G를 서비스한다고 말한다. 행정 구역상 서비스 지역이 상당히 넓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지역이더라도 모든 곳에서 5G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 같은 구라도 어떤 동은 5G 서비스가 되고 바로 이웃 동은 서비스가 안 되는 곳이 허다하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되는 곳이 있고, 안되는 곳이 있다.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5G는 4G 보다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우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KT가 공개한 5G 서비스 지역, 출처: KT >

KT 서비스 지도를 보면 5G 서비스는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와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아래 지도를 보면 4G 서비스는 강원도 등 일부 산간을 제외하면 백령도와 울릉도 등 전 지역에 해당된다. 참고로 4G 기지국과 5G 기지국은 주파수 특성상 기지국 주변 서비스 거리도 차이가 난다. 4G 기지국은 15km, 5G 기지국은 3.5km 정도. 때문에 5G 기지국은 보다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 KT LTE 서비스 지역, 출처: KT >

실제로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설치한 5G 서비스 지역은 정부가 요구한 전체 지역의 10%대에 불과하다. 업계는 서비스 지역 확충과 통화 품질 향상 등에 대한 해결책을 '가입자 수 증가'로 답변한다. 실상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과거 3G에서 4G LTE로 전환할 때도 지금과 비슷한 끊김 현상, 서비스 지역 미비 등 동일한 문제가 있었다. 결국 초기 5G 이용자들은 당분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금 당장 5G를 사용하고 싶다면, 수도권으로 이사 준비부터 권장한다.

지금의 결과는 이동통신 3사 모두가 강조한 LTE 대비 20배 가까이 빠른 전송속도(초고속), 1ms에 가까운 빠은 응답속도(초저지연), 수많은 기기가 접속해도 안정적인 서비스(초연결) 등 5G 특성과 동떨어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무리하게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는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5G 초기 이용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4G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료 베타 테스터', '5G 호구'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KT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여전히 초능력, 초시대를 외치며 5G는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묻고 싶다. 언제까지 사용자는 호구여야만 하는지. 5G는 안 터지고 이용자 속만 터지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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