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페이 시대… 현금 없이 괜찮을까요?
강기승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입력 2019-04-16 03:00 수정 2019-04-16 03:00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현금 없는 사회’가 온다고 하는데요. 정말 돈을 안 갖고 다녀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까요?
A.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겠지요. 돈이 있으면 멋진 옷도 사서 입고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또 최신형 스마트폰도 살 수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속담에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고 서양에도 ‘돈이면 다 된다(Money talks)’는 격언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돈을 갖고 싶어 해왔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점점 ‘돈 구경’을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나 동전으로 된 현금을 갖고 다니려 하지 않습니다. 현금 화폐가 없어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는 ‘○○페이’와 가상화폐 등 ‘비현금 전자지급수단’이 돈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금 화폐 대신 전자지급수단이 널리 사용되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라고 합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고 신용카드 같은 전자지급수단으로만 결제를 해야 하는 상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미 2014년부터 스웨덴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호주 등이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금 없는 사회’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거의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는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현금을 받지 않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00만 원어치 물건을 살 때 76만 원어치는 신용카드 등 전자지급수단으로 결제했고, 현금을 사용한 것은 24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와 동전(순발행액 기준)은 2017년 10조5000억 원에서 2018년에는 7조5000억 원으로 3조 원(28.9%)이나 감소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액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나가는 디딤돌의 하나로 한국은행은 2017년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줘야 할 잔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 주고 여기에 쌓인 돈을 나중에 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큰 장점은 전자지급수단이 현금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겁니다. 현금을 찾으러 바쁜 시간을 내 은행에 갈 필요가 없고, 지갑에 넣어둔 현금을 분실하거나 도둑맞을 위험도 없습니다. 상점에서도 현금보다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계산하기도 쉽고 거스름돈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에도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판 자료가 남기 때문에 세금을 정확히 매길 수 있습니다. 또 뇌물과 같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지폐나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노인들은 대체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돈을 훔쳐 가면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일어나 컴퓨터와 통신시설이 멈추는 경우 모든 전자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현금 없는 사회’는 더 빨리 찾아올 겁니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현금 없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강기승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A.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겠지요. 돈이 있으면 멋진 옷도 사서 입고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또 최신형 스마트폰도 살 수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속담에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고 서양에도 ‘돈이면 다 된다(Money talks)’는 격언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돈을 갖고 싶어 해왔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점점 ‘돈 구경’을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나 동전으로 된 현금을 갖고 다니려 하지 않습니다. 현금 화폐가 없어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는 ‘○○페이’와 가상화폐 등 ‘비현금 전자지급수단’이 돈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금 화폐 대신 전자지급수단이 널리 사용되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라고 합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고 신용카드 같은 전자지급수단으로만 결제를 해야 하는 상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미 2014년부터 스웨덴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호주 등이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금 없는 사회’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거의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는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현금을 받지 않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00만 원어치 물건을 살 때 76만 원어치는 신용카드 등 전자지급수단으로 결제했고, 현금을 사용한 것은 24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와 동전(순발행액 기준)은 2017년 10조5000억 원에서 2018년에는 7조5000억 원으로 3조 원(28.9%)이나 감소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액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나가는 디딤돌의 하나로 한국은행은 2017년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줘야 할 잔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 주고 여기에 쌓인 돈을 나중에 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큰 장점은 전자지급수단이 현금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겁니다. 현금을 찾으러 바쁜 시간을 내 은행에 갈 필요가 없고, 지갑에 넣어둔 현금을 분실하거나 도둑맞을 위험도 없습니다. 상점에서도 현금보다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계산하기도 쉽고 거스름돈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에도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판 자료가 남기 때문에 세금을 정확히 매길 수 있습니다. 또 뇌물과 같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지폐나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노인들은 대체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돈을 훔쳐 가면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일어나 컴퓨터와 통신시설이 멈추는 경우 모든 전자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현금 없는 사회’는 더 빨리 찾아올 겁니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현금 없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강기승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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