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배터리 끼우듯 건물에도 배터리 넣을 수 있죠”

대전=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4-15 03:00 수정 2019-04-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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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

기계공학도 출신인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를 개발했다. 정체돼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휴대전화나 자동차에 배터리를 넣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집이나 건물에 배터리를 끼우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 본사에서 3일 김부기 대표를 만났다. 스탠다드에너지는 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를 포함해 KAIST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와 소재 등을 연구한 박사급 연구원 6명이 11명의 연구원 및 직원과 함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건물에 배터리라니, 기발한 비유”라고 칭찬하자 김 대표가 ‘비유나 농담이 아니다’라는 듯 정색을 했다. 그가 보여주는 제품 사진을 봤다. 영락없는 사각 건전지 모양의 배터리였다.

“크기는 건전지보다는 좀 큽니다. 길이가 60cm 정도 되니까요. 하지만 같은 방식의 ESS가 공장 크기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습니다. 물론 이 배터리 하나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모듈형 배터리로, 용량에 따라 여러 개 모아 차곡차곡 쌓습니다.”

ESS는 마치 수조에 물을 저장해 두듯,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저장해 두는 장치다. 보통은 건물 밖에 거대한 시설을 짓는데, 김 대표는 “사람이 손으로 들고 문으로 들어가 쉽게 설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말 배터리처럼 만들었다.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는 전기차나 IT 기기를 천하통일한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인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한 게 장점이다. 김 대표는 “안전도 안전이지만, 세계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97%를 전기차와 IT기기가 써서 ESS용 물량이 없다는 점도 레독스 흐름 배터리를 개발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레독스 흐름 배터리 분야에서 후발 주자다. 하지만 기존 레독스 흐름 배터리는 거대한 크기의 설비와 수명이 아직 일정치 못하다는 단점 때문에 아직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차세대 레독스 흐름 배터리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들은 ‘기계의 달인’답게 자체 개발한 기술로 전해질을 흐르게 하는 펌프를 소형화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건전지 모양의 소형 케이스 안에 부품을 다 넣어 모듈화를 실현했다. 미려한 디자인도 채택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비밀이라 밝힐 수 없지만 모든 것은 성능이 말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수명은 5000회 충방전에도 거의 100% 성능을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스탠다드에너지는 국내외 에너지 분야 기업들과 성능을 교차 검증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1월 9일 제품을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 1월 9일이냐고 물으니 “2007년 1월 9일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날이라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배터리계의 아이폰을 꿈꾼다”며 “이미 성능과 사용자 편의성은 다른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새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대전=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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