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비밀번호 필요없어요”…맨손으로 예금 출금 가능해진다

김형민기자 , 조은아기자

입력 2019-04-14 17:27 수정 2019-04-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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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 창구 앞에 놓인 휴대폰 크기의 전자 기기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1초 뒤 ‘띡’하는 전자음이 두 번 울렸다. 최 위원장 손바닥 정맥을 통해 본인확인이 완료됐다는 신호다. 이후 모니터에 전자 서명을 한 뒤 그는 계좌에 있던 돈을 인출 받을 수 있었다.

최 위원장이 처음 바이오 정보를 등록하고 인증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미 한 번 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손바닥만 기계에 대면 바로 인증 절차가 진행된다. 주민등록증이나 통장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도 필요가 없다.

국민은행의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손바닥 정맥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바이오 인증 서비스다. 손바닥을 기계 위에 대기만 하면 다른 절차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바이오 인증은 이미 금융권에서 활용돼 왔지만, 지금까지는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만 가능했고 비밀번호 등 다른 인증 수단과 함께 이용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인증수단 없이 정맥 인증만으로 출금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예금을 지급할 때 통장이나 인감 확인 의무를 명시한 은행업감독규정을 올해 상반기 안에 개정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통장, 인감이나 서명 없이 바이오 인증만으로 신원을 확인받고 출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이오 인증이 일반 영업점에서도 확산되면 고령층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 소비자들은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아 영업점 방문을 선호하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신분증을 집에 놓고 오기 십상이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은행 고객 약 1800만 명 중 300만 명이 영업점 방문을 선호하는 ‘대면성향’ 고객이었고 이 중 27%가 60대 이상이었다.

바이오 인증과 관련된 산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4년 74억6000만 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1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5%에 이르는 성장세다.

국내 은행들도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인증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 12월부터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에 손바닥 정맥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자는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정맥 인증을 받아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아이폰 이용자가 목소리로 본인 인증을 받는 ‘보이스 뱅킹’을 지난해 선보였다. 고객이 아이폰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시리(Siri)’에 “내 딸에게 10만 원을 보내줘”라고 말한 뒤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본인 인증을 받으면 송금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앱’에서 지문, 홍채, 얼굴인식을 활용한 본인인증을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2017년 스마트폰 앱에서 홍채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바이오 정보를 남용하지 못 하게 두 부분으로 쪼개 금융사와 금융결제원에 각각 보관하도록 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바이오 정보가 아직은 해킹으로부터 100%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은 “바이오 인증이 다른 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계속 해킹 시도가 있기 때문에 세계의 위·변조 동향을 살피고 기술적 결함이 보이면 즉각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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