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처럼 끼고 문어처럼 움직이고… ‘소프트 로봇’이 뜬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4-12 03:00 수정 2019-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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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펴는 동작 유연한 손 로봇… 실리콘 소재 문어 로봇까지
충격에 강해 다양한 분야 활용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 웨어러블 손 로봇인 ‘엑소 글러브(Exo-Glove) 폴리Ⅱ’를 착용한 손 마비 환자가 커피 잔을 스스로 들고 있다. 서울대 제공
종이접기는 접는 방식에 따라 비행기, 곰, 강아지, 개구리, 학 같은 다양한 형태가 나온다. 가위로 자르거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접는 행위만으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놀이다. 과학자들은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해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드럽고 정교한 움직임에 특화한 ‘소프트 로봇’이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로봇은 접합 부문에 볼트와 너트가 많이 들어가지만 소프트 로봇에는 볼트와 너트 사용을 크게 줄였다. 최근에는 이 소프트 로봇에 센서나 모터를 달거나 인공지능(AI)까지 접목하고 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착용자의 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 웨어러블 손 로봇인 ‘엑소 글러브(Exo-Glove) 폴리 Ⅱ’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엑소 글러브 폴리 Ⅱ는 영상으로 착용자의 의도를 예측하는 손 로봇이다.

손 근육이 손상된 환자가 카메라가 달린 안경과 엑소 글러브 폴리 Ⅱ를 착용하고 컵을 바라보면 컵을 안정적으로 쥘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에 탑재된 AI 시스템이 컵을 영상으로 인식하고 컵을 쥐는 동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엑소 글러브 폴리 Ⅱ에 부드럽고 정교한 움직임을 명령하는 식이다. 종이접기 원리에 AI를 접목해 이런 움직임을 구현했다. 종이접기를 응용한 소프트 로봇은 이처럼 복잡한 로봇을 단순화하며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해 정교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종이접기 로봇처럼 고정관념을 깬 소프트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 연구자별로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6년 서울대 연구팀이 개발한 ‘스누맥스’, 2016년 서강대 연구팀이 개발한 ‘가오리 로봇’이 대표적이다. 스누맥스는 포유동물 아르마딜로를 본떠 바퀴가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소프트 로봇이다. 가오리 로봇은 쥐의 심장근육세포에 유전자조작을 가해 빛의 양에 따라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며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미국 연구진은 전기에너지가 없어도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옥토봇’으로, 과산화수소가 백금에 닿으면 산소와 수증기로 분해되는 성질을 이용해 전기에너지 없이 움직이는 문어 형태의 실리콘이 들어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소프트 로봇은 바닷속과 같은 거친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외부 충격에 강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의료, 탐사, 재난과 같은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이달 14일부터 18일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주관하는 ‘로보소프트(RoboSoft) 2019’가 열린다. 이탈리아 리보르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로보소프트에서는 국내외 소프트 로봇 전문가와 로봇산업계 관계자 400여 명이 모여 최신 기술들을 선보인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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