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문서 복합기에 넣었더니… 한글로 바뀌어 나오네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4-10 03:00 수정 2019-04-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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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업체들, AI-IoT 접목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후지제록스 복합기와 연동된 클라우드 스캔 번역 서비스로 영어를 한국어로 자동 번역해 출력한 문서(왼쪽). 이미지와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한 채 문자 부분만 해당 언어로 번역해 준다. 번역에 걸리는 시간은 1장당 20초. 후지제록스 제공
한국미즈노㈜의 다나카 데쓰야 사업총괄부장은 6년째 매주 반복된 한국 영업 자료의 일본어 번역 업무와 최근 결별했다. 클라우드 스캔 번역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한국 내 월별 실적이나 마케팅 정보 등 문서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거꾸로 본사에서 온 지시 사항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PPT나 워드 등 전자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리고 원하는 언어를 선택만 하면 e메일로 번역된 문서를 받는다.

다나카 부장은 “문장을 일일이 긁어서 웹 번역기를 돌릴 때 1, 2시간 걸렸던 작업이 이제 5분 안에 가능해졌다”면서 “외주 번역을 맡길 때 건당 50만 원 이상 들었지만 클라우드 번역은 월 10만 원의 이용료만 내면 돼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후지제록스의 스캔 번역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8개 국어의 문서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 주는 서비스다. PC와 복합기로 스캔된 외국어 문서가 클라우드를 통해 장당 20초 속도로 번역돼 외국어 제품 설명서 등 대용량 문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문서의 레이아웃이나 이미지 위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문자 부분만 번역해주기 때문에 문서를 재가공할 필요도 없다.

후지제록스는 포화 상태인 사무기기 시장과 페이퍼리스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문서관리 컨설팅 기업’으로의 변화를 택했다. 2007년 “복사기 사업에서 졸업한다”고 선언한 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지제록스는 주력인 ‘문서 서비스’에서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마트 워크 혁신’을 표방하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 실험 중인 ‘도큐먼트 AI’는 사무실의 모든 문서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작업자의 요청대로 ‘가치 있는 지식’을 추출해 내는 기술이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장난감 제조사 마텔은 모바일 인기로 아이들의 관심과 매출이 계속 떨어지자 장난감을 앱 게임과 연동시켰다. 장난감에 따라 캐릭터 무기를 구분해 좋은 장난감을 사면 게임 안에서 강력해지는 방식이다. IBM은 AI 왓슨의 개발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왓슨은 디지털로 정리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 탁월한 AI로 인간과의 토론, 퀴즈 등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 경지에 올랐다. 제조업의 대명사 제너럴일렉트릭(GE)도 엔진에 달린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해 원격으로 엔진 성능을 유지해 줌으로써 엔진 판매 자체보다 엔진 관리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신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공통점은 고객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후지제록스는 디지털 정보 외에도 자필 기록 등을 컴퓨터 처리에 적합하게 변환함으로써 전문 지식 추출에 힘을 쏟고 있다. IBM 왓슨도 메모나 사람 머릿속 정보를 분석해 법률, 의료 등 전문 영역은 물론이고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마켓 센싱’ 시장을 노리고 있다. 후지제록스 관계자는 “사내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IoT 기술을 통해 그간 정량화하기 어려웠던 작업자 행동 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업무 스타일 개선을 위한 솔루션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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