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온라인게임의 재흥행 어떻게 이뤄졌을까?
동아닷컴
입력 2019-04-08 18:03 수정 2019-04-08 18:12
2019년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잊혀졌던 온라인게임들이 다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치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한 인기를 다시 얻고 있는 희귀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리마스터, 출처: 게임동아
지난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강산도 변하는 10년 만에 다시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카트라이더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 '카트라이더'는 지난해 여름 기간 대비해 일간 접속자 수가 최고 6배가량 증가했으며 PC방 순위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5위를 달성했다.
특히, 난 1월 개막한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또한 인기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일정에 넥슨 아레나 전 좌석이 매진되는가 하면, 유튜브 생중계 동시 시청자 수 1만 6천여 명을 달성하는 등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카트라이더 이미지, 출처: 게임동아
이러한 인기의 배경은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게임의 콘텐츠를 갈고 닦아온 개발사의 노력과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통해 게임 내 다양한 콘텐츠를 이슈화 시키는 최신 트렌드 발맞춘 마케팅, 그리고 꾸준히 이어온 e스포츠 리그의 흥행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형독', '김택환' 등 '카트라이더 리그' 출신의 게임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카트라이더' 영상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는 한편 문호준, 유영혁, 신종민 등 현재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며 게임 및 리그의 인기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는 e스포츠의 순기능과도 연결된다.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프로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게임 내 플레이 이른바 '메타'로 정립시키고 이를 다시 일반 게이머들이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서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트라이더 리그인 셈이다.
카트라이더 결승전, 출처: 게임동아
아울러 오랜 시간 서비스된 게임임에도 젊은 게이머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눈에 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게임과 리그에 성원을 보내주는 게이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리그 선수, 해설위원 등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해 유튜브, 트위치 등 플랫폼에서 온라인 생방송을 실시하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총 8회에 걸쳐 넥슨 유튜브에서 김대겸, 정준 해설위원과 문호준 선수, 김효진 아나운서가 참여해 매회 전 주차 경기를 솔직하게 리뷰하는 토크쇼 형식의 라이브 방송 '카트라이더 리그++'를 진행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출연진들이 '카트라이더 리그'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직설적인 경기 해설을 제공하고 시청자들의 실시간 댓글에 적극적으로 답하면서, 2회 방송서 실시간 시청자수 2천 5백여 명을 달성하는 등 기존 인기 게임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카트라이더 스트리밍 방송, 출처: 게임동아
이와 함께 넥슨 트위치 채널을 통해 '카트라이더 리그' 선수를 초청해 게임 플레이 노하우를 듣고 게이머들과 레이싱을 즐기는 '카트라이더 라이브'를 진행해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10초 가량 늦게 시작하거나 한 손으로 플레이하는 등 재치 있는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게임을 즐기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리그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과 일반 게이머들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방송 도중 게임 내 주행을 막는 이른바 '막자'가 큰 인기를 끌어 새로운 이벤트로 자리잡는 등 지속적인 이슈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리니지 리마스터, 출처: 게임동아
최근 리마스터를 진행하면서 다시 그때 그 시절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도 주목할 만한 게임이다. 지난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15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온라인게임 100만 회원 시대를 열었으며, 단일 게임 최초로 2016년 누적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게임 산업의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게임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빛나는 기록을 지닌 리니지이지만, 게임 내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래픽의 기본 툴이 1998년 그때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1세대 온라인게임들의 특징인 복잡한 전투 시스템과 불편한 콘텐츠 그리고 엄청난 과금을 진행한 게이머들로 인해 아저씨들이나 하는 ‘아재 게임’의 대명사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27일 리마스터를 진행한 리니지는 그래픽의 변화와 자동시스템의 등장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과거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에게는 추억을 신규 게이머들에게는 새로움을 주기 위한 엔씨의 노림수가 통한 모습이다.
리니지 리마스터 예티 구동 화면, 출처: 게임동아
실제로 리니지 리마스터는 출시 이후 게이머들이 다시 리니지로 접속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3월 4주 PC방 순위(더 로그 기준)에서 전주 대비 무려 42.2% 사용량이 증가하며, 순위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엔씨소프트의 주가 역시 지난 3월 28일 최고 8%의 상승율을 보이며 최고가 50만 원을 경신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PC방 서비스 최적화로 과거 800x600 해상도에서 4배 증가된 1920x1080 와이드 해상도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프레임도 2배 향상되어 PC방에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시야의 반경도 4배 가까이 증가해 해골병사 등 유닛들의 효과나 모습도 정교해져 보다 다이나믹하고 전략적인 협동 전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직관성과 가독성을 향상시킨 현대적인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가 도입되어 새로워진 환경에 걸 맞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물론, 기존 리니지의 UI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위해 설정 메뉴를 통해 '클래식 인터페이스'를 선택할 수도 있도록 구성해 게임의 익숙함을 더한 것도 주요했다.
리니지 리마스터, 출처: 게임동아
특히, 서비스 21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한 리니지 리마스터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성장의 한계가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던 리니지의 평가가 다시 높아지고 있어 향후 클래식 온라인게임으로 불리는 작품들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가 오래된 게임들은 신규 게이머의 지속적인 유입과 기존 게이머의 복귀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하느냐가 게임의 수명에 향방을 가르는 요소”라며, “최신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과 꾸준한 e스포츠리그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카트라이더와 리마스터를 통해 이미지의 변신을 꾀한 리니지는 기존 클래식 온라인게임들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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