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진이 맛을 담을 수 있나” 인스턴트 사진 거부 움직임

김민 기자

입력 2019-04-08 03:00 수정 2019-04-0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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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편하게 쉬고 즐기게 ‘인증샷 금지’ 카페-식당 늘어

‘인증샷’ 남발을 정중히 사양하는 카페도 있다. 유행하는 인테리어보다 커피 제조 전문성을 강조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 내부 모습.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진 한 장에 공간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을 모두 담을 수 있을까? 공간을 사려 깊게 들여다보고 공을 들여 촬영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순간 촬영해 타임라인 위에서 몇 초 만에 소비하는 사진에서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인스턴트’ 사진을 위한 공간이 되길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주말에 한해 과도한 사진 촬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욕설을 하거나 신발을 벗는 행위를 삼가 달라는 글귀도 부착했다. 카페 측은 “커피는 분위기와 맛,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곳은최근 카페가 많아진 지역이다. 인근 카페에 비해 고객의 연령대가 높은 해당 카페는 단골이 편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한 덕분에 올해 5년 차를 맞으며 이 거리에서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푸드스타그램’, ‘인증샷 금지’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생겼다. 2013년에는 미국 뉴욕의 프렌치 레스토랑 ‘불리’가 식당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그 대신 주방에 들어와 사진을 찍도록 해 긴 줄이 늘어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셰프 데이비드 불리는 당시 뉴욕타임스에 “식사할 때 이곳저곳에서 플래시가 터지면 좋은 추억을 남기기 힘들다”고 했다.

영국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더 워터사이드 인’은 입구에 ‘사진 금지(No photos, please)’ 문구를 달았다. 셰프 미셸 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을 참을 수 없다”며 “스마트폰 사진이 맛을 담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에도 영국의 패밀리레스토랑인 ‘프랭키 앤드 베니’가 저녁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 화제가 됐다. 영국 전역 250곳에 체인을 갖고 있는 이 식당은 “이곳을 찾는 가족들이 서로 대화하고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이런 조치를 내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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