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첫 5G 상용화,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경쟁력

동아일보

입력 2019-04-05 00:00 수정 2019-04-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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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가 그제 오후 11시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5세대(5G)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사의 1호 가입자들에게 세계 첫 5G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를 먼저 개통해 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 12월 세계 첫 5G 주파수 송출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빠른 전송, 방대한 데이터, 실시간 연결 등이 특징인 5G 이동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이자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일상생활의 변화는 물론이고 산업 간 융합과 혁신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5G의 경제적 가치가 2035년 12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이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과시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초 타이틀을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은 개운치 않다. 정부는 당초 3월 말로 5G 상용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요금제 인가와 전용 스마트폰 출시가 지연되면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먼저 상용화를 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다시 이달 5일을 D데이로 잡은 정부는 버라이즌이 4일로 일정을 앞당긴다는 소식이 들리자 부랴부랴 이통사를 불러 한밤중 기습 개통을 주문했다. 한 이통사는 수정 신고한 5G 요금제를 공개하기도 전에 1호 가입자를 개통해 앞뒤가 바뀐 모양새가 됐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과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빚어낸 결과다.

일반 고객들은 예정대로 5일부터 5G폰을 개통할 수 있지만 아직 대도시 중심의 제한적 서비스다. 5G가 꽃피우려면 네트워크 단말기 장비뿐만 아니라 전용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2G 때부터 이어져 오는 통신·요금 규제, 빅데이터 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개인정보 규제 등 5G 서비스를 막는 규제도 그대로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체 산업 측면에서 5G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풀고 산업계는 과감한 투자로 플랫폼, 콘텐츠 등 다방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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