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한 ‘코리안 페이’, 동남아 소비자들의 지갑이 되다
자카르타=송충현 기자 , 프놈펜·양곤=이건혁 기자
입력 2019-04-04 03:00 수정 2019-04-04 03:00
[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1부 아세안의 금융 코리아 <3> 디지털 뱅킹 선구자로
지난달 19일 오후 8시 베트남 하노이.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 ‘황자 샤브샤브’는 회식 인파로 북적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20, 30대 베트남인 3명이 카운터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다.
직원 1명이 페이 앱에 뜬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자 ‘띡’ 소리 한 번 만에 결제가 끝났다. 고객 하티번 씨는 “1년 전부터 페이 앱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1주일에 5, 6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금융산업과 결제시장에서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한복판에 한국 금융사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쌓아올린 디지털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아세안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 은행들, 동남아 페이 시장 빠르게 침투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 국가에서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3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4400만 명이던 베트남의 인터넷 이용자는 2020년 8200만 명으로 86%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네시아 역시 같은 기간 인터넷 이용자가 13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 활동은 동남아 국가에선 이미 일상이다. 특히 아세안의 결제 시장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발판 삼아 현금에서 페이로 퀀텀점프(대도약) 중이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커피숍 곳곳에는 ‘리브 페이(KB국민은행의 간편 결제 서비스)로 계산하면 가격을 20% 할인해 준다’는 안내판이 중국 알리페이, 현지 업체가 만든 ‘파이페이(Pi pay)’ 안내판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 페이 시장의 선두는 25만 명의 가입자를 앞세운 파이페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최근 파이페이와 가맹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빠른 속도로 캄보디아 페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이용자는 약 8만 명 수준이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리브페이는 간편 결제는 물론이고 은행 계좌와 연결한 모바일 송금도 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카드 및 페이 결제가 늘어나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우리스토어에 가입한 가맹점에서 고객이 페이 앱을 실행하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때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우리스토어로 가입한 ‘황자 샤브샤브’의 레탄롱 대표는 “카드 결제가 빠르니 손님들이 계산할 때 줄을 안 서도 된다”며 “젊은 고객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이용자가 늘 것 같다”고 했다.
이정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장은 “베트남은 화폐 종류가 워낙 많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 모바일 중심 아세안 고객에 적합
“비대면 계좌 개설 화면 켜주세요.”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신한인도네시아은행.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정보기술(IT)실에서 김연준 신한은행 e뱅킹부장이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었다. 이 회사 IT팀 사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켜자 왼쪽 화면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다른 사무실에서 스마트폰 화상 통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다른 직원의 얼굴이었다.
변상모 신한인도네시아은행장은 “인도네시아 로컬 금융사와 글로벌 금융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한국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한국 금융사가 택한 전략은 ‘디지털’”이라고 했다.
아세안에서 한국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은 페이 시장을 넘어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확장 중이다. 특히 약 1만5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업체가 곳곳에 수천 개의 지점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들고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사 고객의 인터넷, 모바일 거래 건수는 7만1034건으로 1년 전(8099건)의 약 8.8배 수준이다.
○ 핀테크 업체와 협업도
한국 금융사들은 IT, 핀테크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현지화에 나서기도 한다. 현지인에게 익숙한 플랫폼에 한국식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MOU를 맺었다. 렌트 익스프레스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핀테크 업무제휴를 맺었다. 회원 5000만 명을 보유한 라인에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모바일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이다.
1부 아세안의 금융 코리아 <3> 디지털 뱅킹 선구자로
지난달 19일 오후 8시 베트남 하노이.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 ‘황자 샤브샤브’는 회식 인파로 북적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20, 30대 베트남인 3명이 카운터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다.
직원 1명이 페이 앱에 뜬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자 ‘띡’ 소리 한 번 만에 결제가 끝났다. 고객 하티번 씨는 “1년 전부터 페이 앱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1주일에 5, 6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금융산업과 결제시장에서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한복판에 한국 금융사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쌓아올린 디지털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아세안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 은행들, 동남아 페이 시장 빠르게 침투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 국가에서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3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4400만 명이던 베트남의 인터넷 이용자는 2020년 8200만 명으로 86%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네시아 역시 같은 기간 인터넷 이용자가 13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 활동은 동남아 국가에선 이미 일상이다. 특히 아세안의 결제 시장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발판 삼아 현금에서 페이로 퀀텀점프(대도약) 중이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커피숍 곳곳에는 ‘리브 페이(KB국민은행의 간편 결제 서비스)로 계산하면 가격을 20% 할인해 준다’는 안내판이 중국 알리페이, 현지 업체가 만든 ‘파이페이(Pi pay)’ 안내판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 페이 시장의 선두는 25만 명의 가입자를 앞세운 파이페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최근 파이페이와 가맹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빠른 속도로 캄보디아 페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이용자는 약 8만 명 수준이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리브페이는 간편 결제는 물론이고 은행 계좌와 연결한 모바일 송금도 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카드 및 페이 결제가 늘어나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우리스토어에 가입한 가맹점에서 고객이 페이 앱을 실행하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때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우리스토어로 가입한 ‘황자 샤브샤브’의 레탄롱 대표는 “카드 결제가 빠르니 손님들이 계산할 때 줄을 안 서도 된다”며 “젊은 고객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이용자가 늘 것 같다”고 했다.
이정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장은 “베트남은 화폐 종류가 워낙 많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 모바일 중심 아세안 고객에 적합
“비대면 계좌 개설 화면 켜주세요.”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신한인도네시아은행.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정보기술(IT)실에서 김연준 신한은행 e뱅킹부장이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었다. 이 회사 IT팀 사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켜자 왼쪽 화면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다른 사무실에서 스마트폰 화상 통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다른 직원의 얼굴이었다.
변상모 신한인도네시아은행장은 “인도네시아 로컬 금융사와 글로벌 금융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한국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한국 금융사가 택한 전략은 ‘디지털’”이라고 했다.
아세안에서 한국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은 페이 시장을 넘어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확장 중이다. 특히 약 1만5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업체가 곳곳에 수천 개의 지점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들고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사 고객의 인터넷, 모바일 거래 건수는 7만1034건으로 1년 전(8099건)의 약 8.8배 수준이다.
○ 핀테크 업체와 협업도
한국 금융사들은 IT, 핀테크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현지화에 나서기도 한다. 현지인에게 익숙한 플랫폼에 한국식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MOU를 맺었다. 렌트 익스프레스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핀테크 업무제휴를 맺었다. 회원 5000만 명을 보유한 라인에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모바일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잘로’,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와 연계해 모바일 간편 대출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자카르타=송충현 balgun@donga.com / 프놈펜·양곤=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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