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연 5%? 포인트 적립, 은행 이자보다 낫네

강지남 기자

입력 2019-03-30 22:27 수정 2019-03-30 22:5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shutterstock]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같은 유통업체는 대부분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구매 고객에게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적립금을 제공한다. 적립금은 구매금액의 0.1~0.5% 수준. 10만 원짜리 물건을 구매하면 적립금 100~500원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특정 상품에 한해 1% 특별 적립금을 주거나, 제품구매 후기를 작성할 경우 소액의 적립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적립금은 해당 업체에서 새로 물건을 구매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좋고 업체는 고객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어 좋은, 상부상조(相扶相助) 마케팅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포인트 규모가 대폭 커지는 추세다. 포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열었다. 1월부터 네이버는 자사의 간편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금액에 대해 2% 적립금을 지급한다. 또 네이버페이로 물건을 구매할 경우 구매금액의 1%를 적립해주던 것을 ‘플러스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일정 조건을 만족시킨 소비자에 한해 2% 적립으로 바꿨다.


헐, 은행보다 꿀이잖아!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이란 간단히 말해 네이버에 미리 돈을 예치해놓는 것이다. 이렇게 예치한 돈은 네이버페이로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하면 된다. 네이버는 최대 2만 원까지 충전 적립금을 즉시 지급한다. 100만 원을 예치하면 2만 원의 포인트를 바로 받을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 예금 대비 괜찮은 수익률이다. 100만 원을 연 2% 이율의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에 넣어두면 1년 후 찾는 돈은 101만6920원이다. 이자 2만 원이 발생하지만, 그에 대해 3080원의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에 예치한 돈은 60% 이상 사용해야 나머지를 환불받을 수 있다.

한편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예치해놓은 돈은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차감된다. 이를 고려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일정 금액에 맞춰 자동 충전되도록 설정해놓으면 2%의 포인트가 추가로 지급된다. 10만 원을 자동 충전하면 4000원의 포인트를 받는 것이다.

‘플러스 포인트’는 이번 1분기 내(3월 31일까지) 30만 원 이상, 그리고 7건 이상 구매한 고객에 한해 적용될 예정. 이 조건을 충족하면 다음 3개월 동안 구매금액의 2%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는 1월부터 예치금에 대해 2%, 구매금액에 대해 최대 2% 적립금을 주고 있다. [네이버 홈페이지]

이러한 네이버의 적립금 마케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시기상조라 수치를 공개하기 어렵지만 소비자 반응은 꽤 괜찮은 것 같다”고 전했다. 회사원 정모(37·여) 씨는 “온라인 쇼핑 때 네이버페이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해 신용카드사가 주는 포인트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동시에 챙기면서 플러스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충족시켰다”며 “네이버페이에 가맹한 온라인 쇼핑몰이 매우 많기 때문에 네이버페이로 원하는 소비를 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가맹점은 26만 업체에 달한다.

그러자 쿠팡이 반격에 나섰다. 2월 중순부터 네이버보다 더 파격적인 포인트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쿠팡은 자사의 간편결제서비스 ‘로켓페이’에 돈을 예치해놓는 ‘로켓머니’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최대 200만 원까지 로켓머니 충전금에 대해 연 5% 적립금(‘쿠팡캐시’)을 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처럼 ‘후불’로 쌓인다. 충전하는 즉시 적립금을 주는 게 아니라, 보관한 일수에 비례해 매달 1일 지급한다. 예를 들어 1월 1일부터 200만 원을 계속 로켓머니로 예치할 경우 2월 1일에 약 8300원(2,000,000원×0.05÷365일×30일)을 지급받는다. 1년 내내 로켓머니 예치금액 200만 원을 유지하면 총 10만 원의 적립금이 쌓인다. 요즘 금리 수준에서는 200만 원을 시중은행에 맡길 경우 연이자를 5만 원 이상 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투자처’인 셈이다.

또한 쿠팡은 로켓머니로 결제할 경우 조건 없이 구매금액의 2%를 적립금으로 쌓아주기로 했다. 쿠팡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이번 로켓머니 프로모션 같은 파격적인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도 덧붙였다.


결제수단으로 소비자 ‘묶어라’

쿠팡의 간편결제 예치금 ‘로켓머니’에 대한 쿠팡 홈페이지 내 홍보 이미지. [쿠팡 홈페이지]
이러한 쿠팡의 ‘파격’은 유사수신행위 논란을 불렀다. 금융업 인허가를 받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는 법(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쿠팡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헐! 연 5%? 은행보다 꿀이잖아!’ 같은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쿠팡이 예치 금액에 대해 적립해주는 쿠팡캐시는 현금으로 전환할 수 없고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만 사용 가능하다. 쿠팡캐시는 지급받고 한 달 안에 사용해야 한다.

네이버와 쿠팡이 파격적인 포인트 제공에 나선 것은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 교수(한양대 유통연구센터장)는 “e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업체마다 고객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해졌다”며 “최근 마케팅에 집중하는 움직임도 그러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머니 서비스 도입 취지에 대해 “고객에게 더 좋은 혜택과 쇼핑의 편리함을 주기 위해서”라면서 “이를 통해 고객이 쿠팡에 대해 더 많은 로열티(충성심)를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체크카드 사용자의 경우 한밤중 은행 점검시간에는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는 불편이 있었는데, 로켓머니를 충전해놓으면 그러한 불편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한편 쿠팡과 달리 직접 물건을 매입해 판매하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하는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로 직접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포인트 제공으로 네이버페이 확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 관련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판매자들의 매출 신장을 도와 그것이 네이버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확산으로 결제가 편리해지면 소비가 증가해 네이버페이 가맹점들의 매출이 늘고, 그것이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치킨게임 될까 ‘우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네이버와 쿠팡의 고객 유치 경쟁은 자사의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대한 소비자의 친숙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모바일 쇼핑이 더욱 대세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이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듯, 특정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다른 쇼핑 앱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 모바일은 개인용 컴퓨터(PC)보다 화면이 작아 소비자들은 자주 사용하는 앱에 편안함을 느끼고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전 교수는 “소비자들은 결제수단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 e커머스 업체들에겐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 때문에 네이버와 쿠팡이 네이버페이, 로켓페이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 재테크’가 가능할 정도로 업체들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이득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 피로감을 높인다. 몇몇 쇼핑 앱의 판매가와 쿠폰, 적립률 등을 꼼꼼히 비교하며 소비한다는 가정주부 최모(38) 씨는 “이제는 할인이나 쿠폰, 적립이 없으면 물건을 사지 않는 지경이 됐다”며 “각종 혜택도 결국 물건 값 안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어 할인받으면서도 속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워낙 포인트, 쿠폰 문화에 익숙해 있어 이러한 혜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상린 교수는 “e커머스 업체들은 과도한 마케팅 투자를 해서라도 살아남아 시장의 승자가 되겠다는 것인데, 치킨게임을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2호에 실렸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