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먹여 살릴 ‘과학계 어벤저스’, 7인을 주목하라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3-29 03:00 수정 2019-03-2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과학동아 통권 400호… 과학기술 ‘파워피플’ 7명 선정


《2019년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대표적 과학기술인은 누구일까. 1986년 1월 창간한 과학동아가 통권 400호를 맞아 연구와 과학행정, 과학문화 분야에서 지난 1년간 뛰어난 활약을 보인 ‘파워피플’ 7명을 국내 과학계와 함께 선정했다. 학문적인 영향력과 대중적인 인지도, 정책 결정의 파급력 3가지 면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이끌 창의 인재 양성”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과학행정가로 이번 과학계 파워피플에 뽑혔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을 지내다가 2011년 이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초대 원장 등 정부기관을 두루 거쳤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이 됐으나 ‘금배지’를 반납하고 교육계로 되돌아왔다.

13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난 오 총장은 “다양한 외부 경험으로 대학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구조에 맞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이공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독창성과 열정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토론과 탐구융합적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신용현 의원 “과학계 숙원 해결-연구환경 개선에 주력”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기관장직을 내려놓고 2016년 당시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누구보다 과학기술계의 숙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 역시 파워피플 7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과학계의 숙원이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2016년 대표발의했다. 공운법 개정안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기관의 성격과 업무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신 의원은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 안전법)’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 의원은 “현행 연구실 안전법은 연구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연구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으로 전면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재승 KAIST 교수 “뇌 연구 바탕 도시 지속가능성 고민”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대중에게는 과학의 전도사로 친숙한 대표 과학자다. 대표저작 ‘과학콘서트’는 스테디셀러다. 방송 프로그램 ‘알쓸신잡’으로 이름도 알렸다. 하지만 16일 대전 KAIST에서 만난 그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설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데이터로 만들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서 시민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다. 정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정부가 국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총괄책임자(마스터플래너)를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연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라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을 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 “한국형발사체 완성 위해 매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지난해 11월 28일 누리호의 1단과 2단에 들어가는 75t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발사체 발사를 성공시킨 주역이다.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깔끔한 성공’이라는 평을 들은 발사였다.

11일 대전 항우연에서 만난 고 본부장은 “2021년 누리호 최종 발사까지 남은 일들이 더 많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당장 3월 중순부터 3단 엔진에 추진제를 충전하고 배출하는 시험이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1단 엔진, 후년에는 새로 만든 발사대의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주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함께 일하는 기술진 250명의 의견을 잘 수렴해 끝까지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 “세포 비밀 밝혀 새역사 쓸 것”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는 한국 생명과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2018년 6월에 과학저널 네이처가 선정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에도 뽑혔다.

김 교수는 2002∼2003년 세포 안에서 발견되는 짧은 외가닥 유전물질인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최초로 규명하고 생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안에서 발생, 성장, 노화 등 다양한 생명 현상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마이크로RNA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기기에, 질병과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밝혀내야 할 물질로 꼽힌다.

김 교수는 “과학자도 산악인이나 예술가처럼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알려지지 않은 유전조절의 원리를 찾아 ‘역사를 바꾸는 발견’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환경에 도움되는 과학 알릴 것”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한국 과학자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연구자이다.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분해하는 미생물이 주요 업적이다. 미생물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시스템 대사공학’의 창시자가 된 그는 관련된 국제학술지 두 곳의 편집장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2016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글로벌미래위원회 중 생명공학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 정책을 결정하는 중국과학원과 우한대 등 7개 기관 및 대학에서 명예교수로도 재직하며 중국 연구진과도 협업 중이다.

그는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국제 학회 등에서 이를 잘 알리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이 인류와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 “수학 분야에 더 많이 도전하길”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대중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학자다. 강연도 하고 책도 쓴다. 지난해 8월 수학을 주제로 쓴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출간 1주일 만에 자연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확률론을 설명하며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는 왜 대부분 지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됐다.

그는 난제를 푼 수학계의 대가이기도 하다.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중 ‘정수계수 다항식의 해가 되는 유리수’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이론인 ‘산술적 위상수학 이론’을 2000년대 초에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수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기초실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이 수학 분야에 더 많이 뛰어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어떻게 선정했나

인류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과학기술인을 선정하기 위해 ‘학문적인 영향력’ ‘대중적인 인지도’ ‘정책 결정의 파급력’ 3가지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왕성한 활약을 보인 후보 30명을 과학기술계의 조언을 얻어 추렸다. 그 뒤 과학기술인 400명으로 구성된 투표인단이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열흘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최종 선정자는 7일 선정위원회에서 확정됐다.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맡았고,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