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폰 꿈틀… 이통사 철옹성 흔들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3-26 03:00 수정 2019-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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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다음 달 5일 출시하는 세계 첫 5세대(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를 전량 자급제폰으로 내놓는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급제폰은 애플이 개발했던 유통전략으로 특정 이동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전에 싣지 않은 이른바 공기계(언락폰)다. 이통사의 반발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가 계획을 접기는 했지만 앞으로 자급제폰의 비중을 점차 늘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스마트폰 판매량의 90% 이상을 이통사를 통해 공급해온 휴대전화 시장의 유통망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이통사들에 갤럭시 S10 5G폰을 통신사에 상관없이 개통이 가능한 자급제폰으로만 내놓겠다고 통보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통신사 제품 대신 자급제폰 물량을 늘리면 소비자는 어느 곳에서라도 5G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발품을 팔거나 대기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통신사별 선탑재 앱이나 업그레이드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재고 관리가 편리해진다.

반면 이통사들은 자급제폰 확대에 대해 우려가 크다. 통신사별로 선탑재 앱을 통해 자사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고 가입자 확대 효과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언락폰 비율을 높일 경우 자급제가 급속히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이통3사가 직접 유통하는 스마트폰이 거의 100%였다. 자급제폰 시장은 수년 전까지 저가폰 위주로만 유통되거나 프리미엄폰은 통신사가 정해진(이통사향) 제품보다 10%가량 비싸게 가격이 책정된 탓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매달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정책이 시행되고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서 갤럭시 S9 등 프리미엄 제품도 이통사향 단말과 자급제폰 출시 시점과 가격을 맞추기로 하면서 자급제폰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도 자급제 활성화 기조를 내세우며 올해부터 이통3사가 공통으로 출시하는 단말기를 모두 자급제로도 판매하도록 했다. 제조사끼리 또는 유통망끼리 경쟁을 부추겨 가격을 낮추고 스마트폰 구입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가 자급제폰 확대를 검토한 이유는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 작용했다. 이달 초 출시한 갤S10 LTE의 경우 첫날 개통량의 20∼30%가 자급제폰이었고 삼성닷컴 등 온라인 직영 채널에서 일부 모델이 매진되기도 했다. 전작인 갤S9의 자급제폰 판매율은 전체의 10% 정도였다. 자급제폰을 취급하는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쿠폰이나 적립금 혜택 등 부가 할인 서비스 경쟁이 나타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자급제폰이 확대되면 통신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으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중 후자 부분에서 경쟁을 일으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통사용 단말기는 시간이 지나도 가격 하락이 더디지만 자급제폰은 하락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5G폰 가격 인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자급제로 인한 가격 효과를 보려면 제조사나 통신사끼리 가격 경쟁이 전제돼야 하는데 모델이 제한된 5G 초기 시장에선 경쟁에 한계가 있어 당장 5G폰 가격 인하가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5G 시대 자급제폰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 ‘외산폰의 무덤’이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일대변혁이 일수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해외 제조사들은 국내 이통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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