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편의 실패를 속편에서 제대로 보완하다 '디비전2'
동아닷컴
입력 2019-03-20 17:58 수정 2019-03-20 18:06
지금은 이미 운명을 달리했지만, 톰클랜시 만큼 한 작가의 소설이 게임으로 개발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이 그의 이름을 빌린 대필작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부터 고스트 리콘, 스플린터 셀, H.A.W.X(혹스)까지 수 많은 게임 시리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특히,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 타이틀에는 앞에 '톰클랜시'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이번에 소개할 '톰클랜시의 더 디비전2'(이하 디비전2) 역시 이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지난 2016년 3월에 출시된 디비전의 후속작인 디비전2는 장점과 단점이 뒤섞인 전작의 콘텐츠를 보완하고, 더 다양해진 멀티플레이 시스템과 TPS와 RPG를 조합한 색다른 밀리터리 파밍 요소를 극대화시키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던 1편의 요소를 개선한 것이 특징.
사실 전작이 아직 서비스되고 있고, 패치를 통해 점차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만큼, 디비전2의 출시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많은 게이머들이 "전작도 멀쩡히 서비스 중인데, 벌써 후속작을 내놓는다고? 이거 디비전 2.0 아니야?"라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디비전2는 이러한 논란을 새로운 콘텐츠와 발전된 시스템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한 모습이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가장 변화된 부분은 달라진 환경이다. 변종 바이러스로 황폐화된 뉴욕의 겨울을 배경으로 했던 1편과 비교해 디비전2는 미국의 수도였지만, 이제는 약탈자, 변절된 군벌로 가득찬 워싱턴 DC의 무더운 여름을 무대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우거진 숲이나, 문명이 소퇴한 도시에서 뛰오는 동물들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에 무거운 군용 장비를 착용한 적들까지 겨울의 황량함만이 가득했던 전작과는 다른 새로운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느낌을 제공한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게임 진행의 큰 틀을 잡아주는 메인 임무와 보조 임무 및 지역 점령이나 SPD 박스 획득 등의 부가 요소로 나뉜다. 메인 콘텐츠는 일정 지역의 해방이나 특수 인물 혹은 거점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작전이 진행되며, 시나리오에 맞추어 많은 적들이 등장하고, 중간 보스나 최종 보스가 등장하는 RPG와 유사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서브 미션은 이 메인 미션의 소프트 버전으로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아이템의 파밍이나 신규 장비 도안 등을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서브 퀘스트 요소로 등장한다. 더욱이 정말 짜디 짠 파밍으로 원성이 자자했던 전작과 비교해 이번 디비전2의 아이템은 상당히 후한 편으로, 지역 이동 중 만나는 적들에게도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아이템 제공이 후해졌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실제로 임무 하나에 아이템 2~3개는 기본으로 얻을 수 있을 정도이며, 거점을 지원하는 자원이나 기타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까지 정말 다양하게 얻을 수 있고,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제공되는 지원상자까지 더해져 임무를 하다 보면 인벤토리가 부족해질 지경이다. 단 디비전2의 아이템은 게이머의 레벨에 맞추어 제공되기 때문에 아무리 상급 임무를 하더라도 아이템 레벨이 정해져 있어 아이템 파밍을 하겠다고 돌아다니는 것 보다 디아블로3나 WOW처럼 일단 레벨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적들이 호락호락 당해주는 것은 아니다. 패턴이 정해져 있고, 머리에 총을 100발을 쏴도 죽지 않던 전작의 적들과 비교해 디비전2는 적들의 체력과 방어력이 표시되어 있고, 생각보다 빠르게 처치할 수 있지만, 돌격병이 연속 사격으로 탄막으로 발을 붙잡아 놓고, 투척병이 은폐 후 수류탄을 던지며, RC카를 이용해 폭탄을 배달하는 등 사방팔방에서 게이머의 목숨을 노린다.
때문에 한자리에서 가만히 적을 사격하면 레벨이 아무리 낮은 적이라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공격에 방어력이 금세 깎이기 때문에 빠르게 엄폐물을 바꾸어 가며 전투를 벌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병풍 같았던 자경단 역시 의외로 체력과 공격력이 좋기 때문에 거점 공략의 경우 일단 지원 요청을 한 뒤에 병력들과 함께 전투를 벌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만큼 적들의 AI가 호락호락 하지 않은 수준이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이와 함께 적들의 방어력이 단순히 수치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 방어구를 파괴하는 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적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었다. 물론 괴랄할 정도로 방어력이 높은 것은 비슷해서 체력은 금세 깎이지만, 방어력 깎는데 100발짜리 기관총 한 탄창 이상을 갈아 넣어야 하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디비전2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다양한 지형과 엄폐물이 공존하는 디비전2의 전장에서 적을 시야로 확인하기 힘든데, 상대가 뛰는 발자국이나 목소리 등이 매우 입체적이고, 상대의 위치에서 정확하게 들려 배그를 플레이하며 지인들에게 '귀XX'라고까지 불렸던 본 기자가 귀로 상대를 캐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산탄총과 저격총 그리고 기관단총과 일반 돌격소총까지 사운드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멀리서 총소리 혹은 폭탄 소리만 듣고도 어떤 총을 사용하는지, 어떤 병종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디비전 시리즈의 레이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다크존도 이번 작에서 동일하게 등장한다. 다만 게이머의 장비나 레벨에 따라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던 전작에 비해 다크존에 입장함과 동시에 능력치가 평준화가 되기 때문에 솔로 플레이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실제로 튜토리얼 수준의 첫 미션을 제외하면 아이템 파밍하기 겁날 정도로 적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며, 다른 게이머와 함께 미션 혹은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파티를 맺지 않으면 어려울 정도로, 다크존의 난이도가 높아져 긴장감 속에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작에서부터 꾸준히 지적된 서버 문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초창기 말도 안되는 서버 오류로 가득했던 전작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지만, 게이머가 몰리는 시간대에서는 적에게 준 대미지가 한번에 들어가거나 아이템을 착용했는데 적용이 안되는 등의 서버 밀림 현상이 벌어진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처럼 디비전2는 보다 풍성해진 파밍 시스템과 발전된 AI 그리고 다양한 미션과 위험하지만 그만큼 값어치 있는 다크존까지 전작의 단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게임 프렌차이즈 시리즈로 발돋움할 수 있는 수준의 게임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디비전2 스크린샷, 출처: 게임동아
물론 유플레이의 불편한 UI는 여전하지만, TPS로 진행되는 전투의 박진감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인 아이템 파밍 요소는 확실히 보장되는 만큼 '앤썸'의 악몽이나 디비전1에서 느낀 실망으로 선뜻 게임을 선택하기 꺼려하는 게이머들에게 디비전2는 확실히 재밌는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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