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빼앗긴 ‘첫 5G’ 타이틀

정임수 논설위원

입력 2019-03-18 03:00 수정 2019-03-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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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휴대전화가 처음 개통된 건 서울 올림픽 직전인 1988년 7월 1일이다. 무게가 요즘 신형 폰의 5배가량 되는 771g으로 ‘벽돌폰’이라 불린 첫 휴대전화는 아날로그 방식이었고, 단말기 가격에 개통비까지 더하면 승용차 한 대 값(약 500만 원)과 맞먹었다. 그 후 벽돌폰은 스마트폰으로, 이동통신 기술은 5G(5세대)까지 진화했다.

▷5G 시대의 개막은 현 4G(LTE)보다 통신망 속도가 20배 빨라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5G는 인간의 오감보다도 빠른 0.001초의 반응 속도로 자율주행차, 가전기기, 공장 설비, 원격 의료로봇 등 세상의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3G, 4G가 바꿔놓은 세상과 차원을 달리한다. 4G가 손 안의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면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동맥이 된다. 세상을 바꾸고 산업 지형을 뒤흔들 5G의 경제적 가치는 2035년 12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니 5G 주도권을 놓고 패권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 보안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극한 대결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세계 첫 5G 주파수 송출에 성공한 데 이어 3월에 5G 상용화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3월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다. 디지털시대 선두주자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상용화 목표가 최근 다음 달로 미뤄졌다. 5G 전용 스마트폰 출시도, 요금제 결정도 늦어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사실상 가격 인하를 압박하며 이동통신사의 5G 요금제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는 새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이 다음 달 11일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확인하고 세계 시장과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버라이즌이 2개 도시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토롤라의 LTE용 스마트폰에 별도 모듈을 달아야 하는 반쪽짜리 5G폰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가 주력해야 할 것은 최초 타이틀을 넘어 완벽한 5G 서비스를 개통하는 일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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