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광현]뉴칼라(New Collar)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19-03-06 03:00 수정 2019-03-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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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이 발전하면서 우선적으로 대체될 직업은 대체로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이용자나 고용주 입장에서 봤을 때 비용이 많이 드는 변호사, 의사, 증권 애널리스트 같은 고소득 직종, 그리고 돈을 떠나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업종이다. 오히려 양극단 가운데 어정쩡한 직업이 상대적으로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직종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직업 계층을 ‘뉴칼라(New Collar)’라고 한다.

▷‘뉴칼라’라는 용어는 IBM 최고경영자 버지니아 로메티가 2017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이 새로운 일자리를 차지할 계층을 ‘뉴칼라’라고 불렀다. 자동화가 진행되면 그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뉴칼라 계층이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는 졸업장이 큰 의미가 없다. 디지털 혁명의 흐름을 선도하고 적응할 능력이 필요할 뿐이다. 실제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인 IBM 직원 3명 중 1명이 2년제 대학 출신이다.

▷4일 서울 세명컴퓨터고등학교가 ‘뉴칼라 스쿨’ 2개 반 52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였다. 고교 3년과 2년제 대학의 5년 통합교육과정이다.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및 빅데이터 분석 등 인공지능 관련 수업이 중심이다. 수업 방식도 실무 중심의 토론식이라고 한다. 머리를 싸매고 외우면서도 졸업 후에 과연 이 지식을 몇 번이나 써먹을까 끝없이 의문이 들게 하는 교과 과정이나 광복 이후 요지부동인 6·3·3·4학제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양성, 융통성, 실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월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공 가운데 하나가 수학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투자를 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데 수학, 컴퓨터프로그래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감각으로 채권투자의 전설로 불리던 미국의 빌 그로스가 빅데이터와 투자 알고리즘을 장착한 애송이 뉴칼라 세대에 밀려 48년간 몸담았던 채권시장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도 새로운 시대의 반영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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