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서 책 펼치자 TV 꺼지고 ‘독서모드’… 인간 중심의 5G
바르셀로나·본=신동진 기자
입력 2019-03-04 03:00 수정 2019-03-04 05:23
SKT와 협력 도이치텔레콤 가보니
14개국에서 1억6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도이치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변방인 유럽에서 5G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도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분데스리가 축구경기를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협업해 ‘소셜 VR’와 증강현실(AR) 기반 멀티플레이 게임 등 5G 기반 서비스를 여럿 선보였다. SK텔레콤과는 5G 네트워크와 미디어, 보안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가 차린 MWC 전시장에는 ‘인생은 나누기 위한 것(Life is for sharing)’이란 표어가 붙어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붙은 ‘#TAKEPART(참여)’ 해시태그는 디지털에 무관심하거나 소외된 사람에게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5G 시대를 맞아 심화될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해소가 상용화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회사의 철학을 보여줬다.
○ 인간에게 초점 맞춘 5G 초연결 기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본의 도이치텔레콤 본사에서도 5G에 대한 이 회사의 인간중심적인 접근이 묻어났다. 디지털 사회 미래상을 한곳에 모아둔 ‘디자인 갤러리’에서는 인간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직관적인 사용자경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가득 차 있었다.
거실 탁자에 놓인 책을 펼치자 조명과 TV가 저절로 꺼지면서 독서 모드로 전환됐다. 잡지를 읽다가 관심 있는 상품을 터치하자 TV 화면에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과 쇼핑 방법이 안내됐다. 스포츠 중계를 보려고 VR 헤드셋 상자를 열었더니 TV가 자동으로 VR 화면으로 전환됐다. 모두 책과 상자 속에 사물인터넷(IoT) 칩을 심어놓은 간단한 기술이지만 기술에 인간의 삶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위에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보였다.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거실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엌이다. 냉장고에 장착되는 게 일반적인 스마트디스플레이가 아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 디스플레이로 일정, 레시피, 음악 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 키친 허브’가 완성됐다. 식탁에는 스마트빔으로 피아노 건반을 만들어 음식을 기다릴 때나 차를 마실 때 연주가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 태블릿과 연결된 체스판을 통해 인공지능(AI)이나 외국에 있는 친구와 체스 경기도 할 수 있었다.
AI 홈스피커는 집 안 기기와 연결돼 조명 밝기와 TV 채널, 실내 온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 “할로 마겐타(Hallo, Magenta)”가 마법의 단어였다.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미술작품으로 바꿔 벽에 띄우는 ‘스마트월’로 집 안의 인테리어가 가능했다.
○ “5G 상용화 속도보다 보안 등 기본이 중요”
도이치텔레콤은 5G 상용화 시점을 한국보다 1년 늦은 2020년으로 잡고 있지만 이미 기업 간 거래(B2B)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시범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디지털 전문가는 도이치텔레콤에만 4800명에 이른다.
독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산업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약 10년 전부터 만들어왔다. 제조업을 IoT와 연결하는 이 분야의 시장 규모는 내년에 1530억 유로(약 196조 원)로 커지고 독일 기업들의 디지털화도 8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디지털화한 산업에 5G를 접목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아직 5G 주파수 경매도 하지 않은 독일에서 정부와 도이치텔레콤 등이 파트너사들을 지원하며 관련 생태계 창출에 힘쓰는 이유다.
도이치텔레콤이 5G 상용화에 앞서 강조하는 부분은 ‘책임’이다. 이 회사는 AI 가이드라인을 담은 디지털 윤리 백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준법경영을 넘어 장차 인간과 AI 간 일자리 공존,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등 기술의 올바른 사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마커스 린데만 T시스템스(도이치텔레콤 자회사) 글로벌 IoT 총괄은 “5G 시대에 범람하는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연결하며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지 수년째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이 5G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도이치텔레콤은 기본을 탄탄히 하면서 5G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독일 본 도이치텔레콤 본사에 마련된 5G 스마트시티 체험존에서 현지 직원이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원격 수리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AR글래스(홀로렌즈)를 쓰면 안내 화면을 볼 수 있어 초보자라도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4개국에서 1억6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도이치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변방인 유럽에서 5G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도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분데스리가 축구경기를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협업해 ‘소셜 VR’와 증강현실(AR) 기반 멀티플레이 게임 등 5G 기반 서비스를 여럿 선보였다. SK텔레콤과는 5G 네트워크와 미디어, 보안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가 차린 MWC 전시장에는 ‘인생은 나누기 위한 것(Life is for sharing)’이란 표어가 붙어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붙은 ‘#TAKEPART(참여)’ 해시태그는 디지털에 무관심하거나 소외된 사람에게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5G 시대를 맞아 심화될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해소가 상용화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회사의 철학을 보여줬다.
○ 인간에게 초점 맞춘 5G 초연결 기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본의 도이치텔레콤 본사에서도 5G에 대한 이 회사의 인간중심적인 접근이 묻어났다. 디지털 사회 미래상을 한곳에 모아둔 ‘디자인 갤러리’에서는 인간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직관적인 사용자경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가득 차 있었다.
거실 탁자에 놓인 책을 펼치자 조명과 TV가 저절로 꺼지면서 독서 모드로 전환됐다. 잡지를 읽다가 관심 있는 상품을 터치하자 TV 화면에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과 쇼핑 방법이 안내됐다. 스포츠 중계를 보려고 VR 헤드셋 상자를 열었더니 TV가 자동으로 VR 화면으로 전환됐다. 모두 책과 상자 속에 사물인터넷(IoT) 칩을 심어놓은 간단한 기술이지만 기술에 인간의 삶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위에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보였다.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거실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엌이다. 냉장고에 장착되는 게 일반적인 스마트디스플레이가 아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 디스플레이로 일정, 레시피, 음악 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 키친 허브’가 완성됐다. 식탁에는 스마트빔으로 피아노 건반을 만들어 음식을 기다릴 때나 차를 마실 때 연주가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 태블릿과 연결된 체스판을 통해 인공지능(AI)이나 외국에 있는 친구와 체스 경기도 할 수 있었다.
AI 홈스피커는 집 안 기기와 연결돼 조명 밝기와 TV 채널, 실내 온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 “할로 마겐타(Hallo, Magenta)”가 마법의 단어였다.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미술작품으로 바꿔 벽에 띄우는 ‘스마트월’로 집 안의 인테리어가 가능했다.
○ “5G 상용화 속도보다 보안 등 기본이 중요”
도이치텔레콤은 5G 상용화 시점을 한국보다 1년 늦은 2020년으로 잡고 있지만 이미 기업 간 거래(B2B)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시범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디지털 전문가는 도이치텔레콤에만 4800명에 이른다.
독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산업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약 10년 전부터 만들어왔다. 제조업을 IoT와 연결하는 이 분야의 시장 규모는 내년에 1530억 유로(약 196조 원)로 커지고 독일 기업들의 디지털화도 8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디지털화한 산업에 5G를 접목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아직 5G 주파수 경매도 하지 않은 독일에서 정부와 도이치텔레콤 등이 파트너사들을 지원하며 관련 생태계 창출에 힘쓰는 이유다.
도이치텔레콤이 5G 상용화에 앞서 강조하는 부분은 ‘책임’이다. 이 회사는 AI 가이드라인을 담은 디지털 윤리 백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준법경영을 넘어 장차 인간과 AI 간 일자리 공존,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등 기술의 올바른 사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마커스 린데만 T시스템스(도이치텔레콤 자회사) 글로벌 IoT 총괄은 “5G 시대에 범람하는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연결하며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지 수년째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이 5G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도이치텔레콤은 기본을 탄탄히 하면서 5G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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