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출산 신생아 생체정보, 무선으로 모니터링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3-01 04:00 수정 2019-03-01 04:00
‘파스’ 형태의 작은 센서 붙이면 복잡한 선 없이 데이터 송수신
사이언스 “의학 모니터링에 혁명”
이들을 안쓰럽게 본 게 부모만은 아니었다. 의사와 재료·전자공학자들도 조금이라도 아기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연약한 신생아의 피부에 무리를 주는 생체신호 측정 장비를 ‘파스’ 형태의 얇고 작은 센서에 집약했다. 전력과 데이터를 모두 무선으로 송수신하게 해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앴다. 젊은 한국 출신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이룬 성과다. 인류 건강에 미칠 영향을 높이 평가한 학술지와 재단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하욱 미국 노스웨스턴대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원과 김봉훈, 이종윤, 이중엽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은 존 로저스 노스웨스턴대 교수, 스티브 수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와 함께 조기 출산 아기에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무선센서를 개발해 ‘사이언스’ 28일자에 발표했다. 순수기초과학 연구를 주로 다루는 사이언스가 실용적인 융합 연구에 대한 논문을 실은 것은 이례적이다. 사이언스는 신생아 전문가의 별도 기고를 빌려 “전 세계의 의학 모니터링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연구팀은 심장박동수, 호흡, 체온, 혈중 산소, 혈압 등 현재 NICU에서 측정하고 있는 주요 생체신호 5가지를 한번에 측정할 수 있는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 잘 늘어나고 접히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부드러운 실리콘 패치에 광센서와 전극 등 측정 장비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소형화해 넣었다. 내부에서 전기와 데이터를 전송하는 금속도선은 두께 0.005mm로 머리카락의 10분의 1 굵기다. 이 안에 교통카드에 들어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를 넣었다. 연구팀은 “완성된 센서는 길이가 16%까지 늘어나고 잘 휘어 피부에 감거나 밀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서는 신생아의 가슴이나 발바닥에 부착돼 생체신호를 모은다. 정보는 신생아 침대 바로 아래에 놓인 가로세로 약 30cm 크기의 넓은 판 형태의 기기로 바로 전송된다. 거꾸로 센서를 움직이기 위한 전류는 이 판에서 센서로 무선 전송된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정하욱 연구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NFC는 통신거리가 짧고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나 속도가 제한적이라 의료신호 통신에 이용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를 최적화해 새로운 사용처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피부다. 정 연구원은 “아기는 피부가 매우 연약해 초기부터 피부과 및 소아과와 함께 연구해 왔다”며 “센서를 피부에 부착했다 뗄 때 피부가 딸려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신생아의 피부는 손상되는데, 이런 부분을 실리콘 내부에 (마치 미세한 물길처럼 생긴) 미세유체채널을 넣어 센서의 물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사이벨(Sibel)’사도 설립했다. 정 연구원과 이종윤 연구원, 스티브 수 교수, 존 로저스 교수가 공동 창업자다.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투자에 동참해, 잠비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10개국 임산부 및 신생아 3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대규모 시험을 올해 중순 시작한다. 정 연구원은 “신생아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배터리를 포함해 이동성을 개선한 센서도 개발 중”이라며 “신생아는 물론 환자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사이언스 “의학 모니터링에 혁명”
새로 개발된 신생아 무선 센서를 신생아 인형에 장착했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얇은 파스 형태지만 혈압과 체온 등 다섯 가지 의료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무선전송할 수 있다. 노스웨스턴대 제공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여린 존재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신생아 집중치료시설(NICU)에서 각종 생체측정 장비를 몸에 단 채 특급 관리를 받아야 겨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1.5kg이 안 되는 작은 몸에 거추장스러운 기기를 붙이고 누운 모습을 보는 부모는 속이 탄다. 이런 아기가 미국에서만 한 해 30만 명이 넘게 태어난다.이들을 안쓰럽게 본 게 부모만은 아니었다. 의사와 재료·전자공학자들도 조금이라도 아기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연약한 신생아의 피부에 무리를 주는 생체신호 측정 장비를 ‘파스’ 형태의 얇고 작은 센서에 집약했다. 전력과 데이터를 모두 무선으로 송수신하게 해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앴다. 젊은 한국 출신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이룬 성과다. 인류 건강에 미칠 영향을 높이 평가한 학술지와 재단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하욱 미국 노스웨스턴대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원과 김봉훈, 이종윤, 이중엽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은 존 로저스 노스웨스턴대 교수, 스티브 수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와 함께 조기 출산 아기에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무선센서를 개발해 ‘사이언스’ 28일자에 발표했다. 순수기초과학 연구를 주로 다루는 사이언스가 실용적인 융합 연구에 대한 논문을 실은 것은 이례적이다. 사이언스는 신생아 전문가의 별도 기고를 빌려 “전 세계의 의학 모니터링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연구팀은 심장박동수, 호흡, 체온, 혈중 산소, 혈압 등 현재 NICU에서 측정하고 있는 주요 생체신호 5가지를 한번에 측정할 수 있는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 잘 늘어나고 접히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부드러운 실리콘 패치에 광센서와 전극 등 측정 장비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소형화해 넣었다. 내부에서 전기와 데이터를 전송하는 금속도선은 두께 0.005mm로 머리카락의 10분의 1 굵기다. 이 안에 교통카드에 들어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를 넣었다. 연구팀은 “완성된 센서는 길이가 16%까지 늘어나고 잘 휘어 피부에 감거나 밀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서는 신생아의 가슴이나 발바닥에 부착돼 생체신호를 모은다. 정보는 신생아 침대 바로 아래에 놓인 가로세로 약 30cm 크기의 넓은 판 형태의 기기로 바로 전송된다. 거꾸로 센서를 움직이기 위한 전류는 이 판에서 센서로 무선 전송된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정하욱 연구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NFC는 통신거리가 짧고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나 속도가 제한적이라 의료신호 통신에 이용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를 최적화해 새로운 사용처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피부다. 정 연구원은 “아기는 피부가 매우 연약해 초기부터 피부과 및 소아과와 함께 연구해 왔다”며 “센서를 피부에 부착했다 뗄 때 피부가 딸려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신생아의 피부는 손상되는데, 이런 부분을 실리콘 내부에 (마치 미세한 물길처럼 생긴) 미세유체채널을 넣어 센서의 물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사이벨(Sibel)’사도 설립했다. 정 연구원과 이종윤 연구원, 스티브 수 교수, 존 로저스 교수가 공동 창업자다.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투자에 동참해, 잠비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10개국 임산부 및 신생아 3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대규모 시험을 올해 중순 시작한다. 정 연구원은 “신생아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배터리를 포함해 이동성을 개선한 센서도 개발 중”이라며 “신생아는 물론 환자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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