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데이터, 민간 활용 길 열렸다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2-28 03:00 수정 2019-02-2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정부, 2호 규제 샌드박스 5건 승인


A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최근 경기도의 한 상가 밀집 단지에 직영점을 내려고 유동인구 정보만을 토대로 상권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상권 정보가 부족한 탓에 수많은 상가 건물 중 어떤 건물에 입점해야 좋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상가 단지라도 장사가 잘 안 되는 건물에 들어갔다가는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유동인구 외에도 상가의 일별, 월별 전력 사용량으로 어떤 상가가 실제 영업이 활발한지 알 수 있다. 2250만 개의 가구와 기업 고객 정보가 담긴 한국전력공사 전력데이터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한전이 신청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안건’을 포함한 5개 사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현대자동차의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등 4개 안건을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푼 데 이어 보름 만에 5개 사업을 추가로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다음 달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전력데이터 공유센터를 공식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 센터는 민간, 공공 등 전력데이터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전력사용량과 전기료 납부 현황 등 전기와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공개하는 일을 한다. 한전은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가공한 데이터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전력데이터에 들어가는 개인정보는 성별, 이름, 주소, 연락처, 고객번호 등이다. 한전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개인정보 적정성평가단을 통해 기업이나 복지시설이 요구한 정보의 성격에 맞게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가령 성별이 들어간 전력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주소를 시군구 단위까지만 제공하고 성별이 필요 없는 데이터라면 읍면동 단위까지 개인정보를 좁히는 식으로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이렇게 가공된 데이터는 민간 기업의 상권 분석이나 복지 서비스, 에너지 수요 관리사업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기관이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평소 전기 사용량 데이터와 실제 사용량을 비교하다가 갑자기 전기 사용량이 줄어드는 경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홀몸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자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 통계청 데이터 프리존처럼 민간에서 필요한 전력 관련 공공데이터를 개인정보를 지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전력데이터가 필요한 사업자는 직접 공유센터를 방문해야 전력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한전이 준 데이터로 상권 분석 등 필요한 결과물을 뽑은 뒤 최종 결과만 외부로 가져갈 수 있다. 정보가 무작위로 유출돼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날 심의회에서는 수동 휠체어 앞부분에 킥보드 모양의 전동보조장치를 달도록 하는 수동식 휠체어 전동보조키트와 순도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임시 허가해주는 안건도 처리됐다. 유산균의 한 종류인 프로바이오틱스로 만든 화장품도 안전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허가해주기로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