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이비 종교의 행복한 가정 파괴, '환원(還願) -Devotion-'

동아닷컴

입력 2019-02-27 11:03 수정 2019-02-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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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이야기는 전하고 가야겠다. '환원(還願) -Devotion-(이하 디보션)'은 현재 PC 게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높은 것은 별개로 게임에 숨겨진 이스터에그 때문이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1980년대 대만과 종교적 색채를 다루는 '디보션'에는 부적이 등장하며 부적에 적힌 '메시지'가 논란이 됐다. 시진핑 주석을 풍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게임의 개발은 대만의 레드캔들게임즈 맡았고, 퍼블리싱은 대만의 윈킹엔터테인먼트가(WINKING ENTERTAINMENT)가 진행했다. 윈킹은 대만에 회사를 두고 있으나 중국을 무대로 게임을 서비스한다.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고려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중국 게이머들은 '디보션'에 스팀 별점 테러를 강행했고, 퍼블리셔는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개발사에서는 한 개발자가 진행한 일이라며, 입장을 밝히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해당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많은 시선이 쏠리자 게임의 전수조사를 위해 스팀에서 판매 중지에 돌입했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한 개발자가 몰래 넣은 정치적인 이슈로 좋은 게임이 많은 게이머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다. 빠른 문제 해결을 바라본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환원(還願) -Devotion'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 게임이다. 게임은 1980년대 대만의 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과 사운드, 대만의 종교적인 특색까지 모두 녹아있다. 아시아권의 감성을 가진 국내 게이머도 어렵지 않게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게임은 한 빌라의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TV를 보고 있는 남자 캐릭터가 주인공이며, 저녁 식사 시간 인듯하다. 마침 TV에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변한다. 누군가가 집 문을 쾅쾅 두드리고, 문을 열고 나가 다른 문으로 들어오면 또 그 집이다. 게이머들은 과거 기억의 집, 또 과거 기억의 집을 넘나들며 퍼즐을 해결하며, 자신이 꿈꾸던 미래 혹은 현실로 나아가야 한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디보션'은 행복한 공간인 집에서 일어난 과거의 일을 다루며 게이머들에게 공포를 전한다.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집에서 만나는 공포는 역시 심장을 꽉 죄는 재미를 전한다. 가족의 구성원인 아내와 아이, 특히 아이가 게임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물이며, 귀신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는 아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엄청난 공포감을 선사한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특히, 이 게임은 후반부 잠깐을 제외하면 뛰어가는 액션이 없다. 천천히 걷는 주인공과 게이머의 감정이 더욱 공조 되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디보션'은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귀를 자극하는 불편한 사운드와 배경음악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것에 크게 한몫했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수집한 문서와 단서를 활용해 퍼즐을 해결하는 재미도 갖춰졌다. 게임을 핵심부에서는 과거의 집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된다. 1980년의 집, 1985년의 집, 1986년의 집을 오가며 퍼즐을 해결해 기억을 채워줄 단서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겹겹이 쌓여 있던 퍼즐의 실타래가 풀리고 가족이라는 표상에 묻혀 있던 감당할 수 없는 진상과 마주하게 된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게임의 핵심은 잘못된 종교나 믿음에 빠진 가장이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 줄이겠다. 게이머는 주인공이 과거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게임을 진행하며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에는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늘어간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특히, 게임 내 수집 요소나 상호작용 요소들을 꼼꼼하게 본 게이머라면, 3~4시간 분량의 게임을 다 끝내고 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분노를 느끼는 게이머도, 연민을 느끼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누구에게 감정을 더 이입했느냐가 포인트다.

환원(還願) -Devotion-, 출처=게임동아

게임의 제목인 환원(還願, 돌아올 환, 원할 원)은 신에게 기원하라는 뜻이다. 병이 중하여 낫기 위해서는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게임 플레이를 마친 이용자라면, 본래의 상태로 되돌린단 의미가 큰 환원(還元, 돌아올 환, 으뜸 원)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가 원했던 환원과 아내, 그리고 아이가 원했던 환원은 다르지 않았을까.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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