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 읽어주고, 핵심만 뽑아주고… “난 북튜브로 책 본다”

이설 기자

입력 2019-02-27 03:00 수정 2019-02-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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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경영서 주요 내용 소개부터, 할머니가 그림책 읽어주는 영상 등
다양한 주제의 채널 인기 끌어… “드라마보다 덜 피로하고 유익”


회사원 심지연 씨(33)는 퇴근 후 휴대전화와 TV부터 연결한다. 북튜브(Book+Youtube)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다루는 북튜브는 드라마, 영화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내용도 유익하다”며 “라디오처럼 흘려듣기에도 ‘딱’ 좋다”고 했다. 북튜브 전성시대, 기자가 20여 개 채널을 직접 구독한 뒤 맞춤형 가이드를 정리했다.


○ 초보 독서인

‘겨울서점’의 김겨울은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에서 조곤조곤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가 매력 포인트. 그는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감상은 솔직히 전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흥 강자다.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사월이네 북리뷰’와 ‘책선비’는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 ‘사월이네…’는 고전을 주로 다룬다.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방송하는 ‘책선비’는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한다. 잘난 척하지 않고 지식을 나눠주는 친구 같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 CEO·수험생

지식 교류가 중요한 리더들에게는 책의 핵심만 떠먹여주는 채널이 유용하다. ‘책그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디오스크라이브 방식을 사용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읽찌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책그림’ 성격으로, 경제·경영서를 주로 다룬다. “성장하고 싶은데 퇴근 후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라는 게 운영자 이가희 씨의 설명이다.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룬다. 투박한 PPT를 배경으로 성우가 작품 특징, 줄거리, 소감을 들려준다.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 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 번아웃된 이들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은 어른들의 자장가 역할까지 해낸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 문학, 한국 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 떡메 치는 소리, 참숯 익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같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도 볼 수 있다. ‘루나 펄스(lunar pulse)’는 고전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이 주 메뉴.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하는 ‘쏭아지네’도 있다.


○ 영어+지식 획득

해외 북튜브를 꾸준히 보면 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코믹, 차분함, 동화책,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국내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영어 초보자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베키(StoryTimeWithMsBecky)’를 추천한다.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도 밝은 분위기로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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