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도 못배운 실무 습득”… 캄보디아 청년들 IT창업 꿈 활짝

프놈펜=김도형 기자

입력 2019-02-26 03:00 수정 2019-02-2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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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케시, 프놈펜서 SW 교육사업
한해 80명씩 뽑아 코딩 등 교육, 수료생들 고액연봉 취업하며 인기
현지진출 한국IT업체도 인력 숨통… “우즈베크 등으로 교육사업 확대”


22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코리아 HRD센터’에서 6기 수강생들이 수료식에서 발표할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프놈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어눌한 한국말로 부르는 노래가 낮게 울려 퍼졌다. 잔칫날처럼 들떴던 분위기가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22일 오후(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놈펜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프트웨어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인적자원개발)센터’의 6기 졸업식. 태극마크가 그려진 하늘색 교복을 입은 캄보디아 학생 38명이 ‘꿈꾸지 않으면’ 노래를 합창하면서 9개월에 걸친 교육이 비로소 막을 내렸다.


○ 캄보디아 IT인재 키우는 ‘웹케시’


HRD센터는 토종 1호 핀테크 상장사인 웹케시가 2013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설립한 현지 소프트웨어(SW) 인력 교육기관이다. 매년 현지에서 80명 정도씩을 뽑아 5개월간 SW 기초과정을 가르치고 이 중 절반가량에게 4개월 동안 심화교육을 한다. 하루에 8시간씩 수업을 들으면서 매달 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따라 생활비도 차등 지급하는 빡빡한 과정이다. 하지만 명문대학에서도 코딩 같은 실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 하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정보기술(IT)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수료식에서 조별 발표에 나선 학생들은 구글이나 애플의 앱 장터에 자신들이 개발해 이미 등록까지 한 e북과 퀴즈 애플리케이션(앱)의 개발 과정을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보여줬다. 김태경 HRD 센터장은 “IT 전공 대학생을 뽑아서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교육한다. 뛰어난 학생들이 너무 많아 ‘캄보디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저평가받는 나라구나라고 매년 느낀다”고 했다.

IT 분야 인재가 부족한 캄보디아에서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은 현지에서 남다른 대우를 받는다. 이번 수료생 38명을 데려가려고 16개 기업이 채용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월평균 200∼300달러 수준인 현지의 대학 졸업자 초봉에 비해 훨씬 높은 500달러가량을 받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가 단순히 캄보디아에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보장받는 고액 연봉만은 아니다. 캄보디아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콩 붕소반레아크 씨(21)는 “한국 유학을 다녀온 뒤 꼭 고국에서 IT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바라는 의사의 꿈을 접고 IT 전공을 선택했지만 사실 실무를 익히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길이 보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콩 씨처럼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고국으로 돌아가 IT기업을 창업하겠다는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많다. 기존 수료생들 사이에서도 IT 창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센터가 뿌린 씨앗이 캄보디아에서 IT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 “교육 사업 연계한 모델 확대할 것”


인구 1500만 명의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 컴퓨터 보급과 유선 인터넷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면서 무선을 이용한 IT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웹케시는 해외 봉사의 일환으로 HRD센터를 설립했지만 현지 사업에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수료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기업 중 한 곳은 현지 최대 IT 기업인 ‘코사인(KOSIGN)’이다. 웹케시와 안랩 등 한국 IT 업체들이 공동 출자해 세운 곳으로 수료생 약 400명 중 100여 명이 취업했다. 이 덕분에 한국이 서비스 기획과 설계를 담당하고 실제 개발은 캄보디아가 진행하는 방식의 사업모델도 가능해졌다. 웹케시는 이런 현지 교육과 사업을 연계한 모델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토목 인프라 건설은 중국과 일본 등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IT 분야만큼은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회공헌 활동도 한국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더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놈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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