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 키즈들, 올해 부활할 수 있을까?

동아닷컴

입력 2019-02-25 16:40 수정 2019-02-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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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가 선보인 게임 플랫폼 카카오 게임하기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확 바꿨다.

이전까지는 스마트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젊은 층에 국한됐던 모바일 게임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놀이문화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카카오톡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가 명절 때 같은 게임을 즐기면서 웃음을 나누는 정겨운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그 결과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처럼 마니아들만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것이라는 인식변화를 이끌었다.

카카오 게임하기(출처=게임동아)

또한, 온라인 게임은 MMORPG 중심으로 심화되면서 자금이 많은 대기업들만 게임회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인상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규모 인원으로도 수준 높은 게임들을 만들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되면서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 아이러브커피로 유명한 파티게임즈,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 등 카카오 게임하기와 함께 출범한 스타트업들, 이른바 카카오 키즈들은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 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국민이 아는 유명 회사로 거듭났으며, 급격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하지만, 요즘 카카오 키즈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첫 작품의 흥행을 앞세워 상장을 하긴 했으나, 원 히트 원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선데이토즈 정도만 애니팡 시리즈, 위 베어 베어스 등 꾸준한 후속작으로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들은 몇 년째 적자 상태를 이어오고 있으며, 심지어 4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신화를 이끌었던 창업주들도 대부분 지분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파티게임즈 로고(출처=게임동아)

아이러브커피로 잘 알려진 파티게임즈는 상장폐지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회생했다. 2017년 재무감사 때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가 확정됐으나, 회계 법인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해 극적으로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된 것.

상장폐지를 극적으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아이러브커피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변함없다. 아이러브파스타, 숲 속의 앨리스 등 SNG 신작, 다다소프트 등 개발사 인수와 퍼블리싱 사업, 중국 진출 시도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며, 모다에 인수된 뒤에도 가상화폐, 바이오 사업 진출 등 신사업을 시도한 것들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5년 -63억, 2016년 -86억, 2017년 -31억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8년도 3분기까지 -61억을 기록해 사실상 연결 기준 4년 연속 적자다. 창업주가 회사를 매각한 다음에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게임회사이면서 본업인 게임을 제쳐두고, 너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다보니 정체성을 잃었다.

아이러브커피(출처=게임동아)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사에 아직 자금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비엔엠홀딩스 지분을 1200억에 매각하면서 현재 2000억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85.50% 이긴 하지만, 부채를 제외하더라도 1000억이 넘는 자금 규모다.

파티게임즈는 이 자금을 통해 중국 퍼블리싱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며, 한빛소프트의 블록체인 브릴라이트와 손을 잡고 블록체인 대응 게임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창업주 이대형 대표가 회사를 떠난 만큼 예전처럼 SNG 명가 소리를 듣기는 힘들겠지만, 보유한 자금을 토대로 적극적인 퍼블리싱 사업을 추진한다면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다. 물론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데브시스터즈 로고(출처=게임동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2015년 2분기부터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에 별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해 관리대상종목을 지정되는 것은 피했지만, 신작들을 못 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쿠키런의 뒤를 잇는 쿠키런:오븐브레이크를 선보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쿠키런 IP 확대를 노리고 야심차게 선보였던 쿠키워즈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공동 개발사인 오름랩스가 폐업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었다. 엄청난 성과를 거둔 쿠키런의 뒤를 잇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몇 년간 회사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출시 초반 악몽 같은 성적을 거뒀던 쿠키런:오븐브레이크가 계속된 업데이트로 중위권으로 회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2014년 상장 이후 4년간 선보인 게임이 쿠키런:오븐브레이크와 쿠키워즈, 단 2종 뿐이라는 것은 데브시스터즈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데브시스터즈의 현재 재무 상태를 보면 15분기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건실한 편이다. 2015년 -41억, 2016년 -121억, 2017년 -144억, 2018년 -114억으로 영업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1300억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부채 비율도 4.64%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넷마블, 넥슨, 엔씨 등 대형 게임사들의 사활을 건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 신작을 출시하지 못해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데브시스터즈벤처스의 펄어비스 투자 성공 등 희소식도 있었으며, 다른 회사들과 달리 아직까지 창업주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출처=게임동아)

결국 현재 데브시스터즈는 자금은 충분히 있지만, 쿠키런을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가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장르로 발을 넓힌 쿠키워즈가 그 역할을 해줬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데브시스터즈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쿠키런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과 RPG와 SNG를 결합시킨 쿠키런킹덤 등 7종의 게임을 준비 중이다. 급하다고 너무 서둘러서 미완성된 상태로 등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데브시스터즈의 행보를 보면 절박함없이 느긋하게 준비하다가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뒷북을 치지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액션스퀘어 로고(출처=게임동아)

블레이드로 2014년 게임 대상을 차지하며, 고품격 모바일RPG 시대를 연 액션스퀘어는 블레이드로 상장한 첫해부터 적자전환을 해 2015년 -25억, 2016년 -114억, 2017년 -108억, 2018년 -100억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확률이 높다.

액션스퀘어가 상장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 언리얼 엔진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실력 있는 개발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장래가 총망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줄줄이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뛰어들고 장르 유행이 변화하면서, 액션RPG 하나에만 올인하던 액션스퀘어의 몰락이 시작됐다.

2017년에 선보인 삼국블레이드가 어느 정도 한숨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판호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해결책이 되지 못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노리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활을 걸고 준비한 블레이드2가 참패하면서, 더욱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다.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액션RPG를 넘어 MMORPG로 진화했지만, 전작의 명성에 짓눌려 3년 동안 사무실에서 한 곳만 바라보다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것이다.

블레이드2(출처=게임동아)

그 와중에 창업주인 소태환 대표가 떠났으며, 든든한 구원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카카오게임즈도 200억을 투자했다 120억 가까이 손해를 보고 지분을 정리했다. 여전히 신작 퍼블리싱 계약 등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액션스퀘어가 자력으로 부활하기 전까지는 큰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반전 가능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악재가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지난해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빠지기가 어렵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부채비율이 58.16% 이긴 하지만, 250억이 넘게 개발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블레이드2의 글로벌 출시가 상반기에 진행되고, 해외 시장을 노리고 만든 기간틱 엑스와 이터널 랩소디, 블레이드 스위치 버전, 미공개 PC 스팀용 게임 등도 준비 중이다. 중국 판호 상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넷이즈가 계약한 삼국블레이드의 중국 출시와 레도인터렉티브에서 개발 중인 블레이드2 MMO가 플러스 알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주가는 관리 종목 지정 우려 때문에 연중 최저가를 계속 갱신 중이다. 다만, 개발자들의 실력은 업계 상위 수준인 만큼, 블레이드의 그늘을 벗어난 새로운 작품으로 또 다른 혁신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해봐야 할 상황이다.

썸에이지(출처=게임동아)

액션스퀘어와 형제 회사라고 할 수 있는 썸에이지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영웅 for kakao를 성공시키며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그 후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 for kakao가 꽤 오랜 시간 버텨 주긴 했지만, 2016년 -15억으로 적자 전환한 후 2017년 -89억, 2018년 -286억으로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매출이 오르는 넷마블의 마블 퓨처 파이트를 보고 야심차게 준비한 DC언체인드와 서구권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고스터버스터즈 IP를 활용한 AR게임 고스터버스터즈 월드의 실패가 뼈아프다. DC 영화는 아쿠아맨이 기적의 부활을 성공시켰지만, 그 열기가 게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며, 고스터버스터즈 월드는 포켓몬고가 AR 게임이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포켓몬 게임이라서 성공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DC언체인드(출처=게임동아)

다만, 영웅 for kakao가 굉장히 오랜 기간 버텨준 덕분에 자금력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부채비율이 177%로 다소 높은 편이긴 하나, 500억에 가까운 개발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썸에이지는 그동안 많은 부분을 보완한 DC언체인드의 글로벌 출시로 아쿠아맨으로 부활한 DC 영화의 흥행 파워가 게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고스터버스터즈 월드도 대규모 업데이트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또한, 퍼블리싱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며, 신작 모바일 MMORPG와 서든어택의 아버지 백승훈 사단의 미공개 신작 등 자체 개발작들도 많이 준비 중이다. 썸에이지와 액션스퀘어가 동반 부활로 로스트킹덤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 회사 4:33을 다시 회생시킬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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