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정보 저장 능력 커진 ‘인공 DNA’ 탄생
동아일보
입력 2019-02-25 03:00 수정 2019-02-25 03:00
기존 분자 수보다 4개 늘어 총 8개… 독자적 생명체로 클 가능성은 없어
미국의 합성생물학 연구기업 파이어버드 바이오몰레큘라 사이언스사의 설립자이자 생화학자인 스티븐 벤너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 석좌위원팀은 기존 DNA와 구조 및 크기가 유사하지만 구성 원자 몇 개의 종류와 수, 위치를 조금씩 바꾸는 방법으로 총 8개의 인공 DNA 염기를 개발해 ‘사이언스’ 21일자에 발표했다.
벤너 위원은 “개발한 새 DNA 체계에 ‘여덟 글자’라는 뜻의 일본어 ‘하치모지(八文字)’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이들이 기존 DNA와 거의 같은 이중 나선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염기들은 기존 염기들처럼 2개씩 짝을 이뤄 상보적(마치 열쇠와 열쇠구멍처럼 둘끼리만 결합)으로 결합하며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RNA를 만드는 정보 전환 단계도 안정적으로 거쳤다. 다만 새 DNA를 갖고 독자적인 생명체로 자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벤너 위원은 “인공 염기와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세심히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않는 한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생명체는 A, T, G, C 네 개의 염기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지만 하치모지 생명체는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DNA 체계를 탐구하는 이유는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찾기 위해서다. 지구 생명은 4개 DNA를 쓰지만 지구 밖 외계생명체까지 4개의 DNA를 이용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또 DNA가 나타내는 정보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지구의 DNA는 A, T, G, C 네 개의 알파벳으로 된 문자를 이용한 언어다. 24개 문자로 된 영어 알파벳이나 역시 24개 자음과 모음으로 모든 발음을 표현하는 한글(한글맞춤법 제2장에 따른 분류)에 비해 문자 종류가 적다. 생명은 문자 세 개를 묶어 하나의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마치 한글이 ‘ㅎ’과 ‘ㅏ’와 ‘ㄴ’이 모여 ‘한’이라는 하나의 글자를 구성하듯 DNA도 ‘AAU’ 또는 ‘AAC’ 세 글자(분자)가 모여 하나의 아미노산(아스파라긴) 정보를 나타낸다. 이 방식으로 총 20개의 단백질과 ‘복제 중단’ 등의 명령어를 표현한다. 염기 분자 수가 늘어나면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늘어나고 정보를 더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 외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지닌 단백질을 만들어내 신약을 개발할 때나 특정 질병을 진단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8개 DNA 체계는 이번에 처음 나왔지만 인공 DNA 연구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다. 필립 홀리거 영국 분자생물학연구소(MRC) 교수팀은 DNA의 원자를 조금씩 바꾸거나 구조를 변형한 분자를 6개 만들어, DNA를 복제하는 DNA 중합효소가 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복제까지 하도록 하는 데 성공해 2012년 4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CeNA’라는 이름의 이 인공 DNA는 99.6%의 정확도로 복제가 가능했다. 벤너 위원도 2011년 미국화학회보(JACS)에 99.8%의 정확도로 복제가 가능한 6개 DNA 분자를 발표했다.
2012년 7월 플로이드 롬스버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인공 DNA는 99.99%까지 복제가 가능해 가장 ‘원본’ DNA와 비슷한 인공 DNA로 꼽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미국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인공 DNA의 분자 결합 구조를 모사했다. 기존 DNA는 네 개 분자를 썼지만 연구팀은 8개 분자를 이용해 기존과 비슷한 이중 나선 구조를 이뤘다. 사진 출처 인디애나의대
‘생명의 언어’로 불리는 유전물질인 DNA에, 정보를 나타내는 분자인 ‘염기’를 인공적으로 추가 합성한 ‘확장판 DNA’가 나왔다. 기존의 4개가 아닌 8개 염기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해 정보 저장 능력을 높였다.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할 때나 DNA로 정보를 저장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미국의 합성생물학 연구기업 파이어버드 바이오몰레큘라 사이언스사의 설립자이자 생화학자인 스티븐 벤너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 석좌위원팀은 기존 DNA와 구조 및 크기가 유사하지만 구성 원자 몇 개의 종류와 수, 위치를 조금씩 바꾸는 방법으로 총 8개의 인공 DNA 염기를 개발해 ‘사이언스’ 21일자에 발표했다.
벤너 위원은 “개발한 새 DNA 체계에 ‘여덟 글자’라는 뜻의 일본어 ‘하치모지(八文字)’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이들이 기존 DNA와 거의 같은 이중 나선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염기들은 기존 염기들처럼 2개씩 짝을 이뤄 상보적(마치 열쇠와 열쇠구멍처럼 둘끼리만 결합)으로 결합하며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RNA를 만드는 정보 전환 단계도 안정적으로 거쳤다. 다만 새 DNA를 갖고 독자적인 생명체로 자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벤너 위원은 “인공 염기와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세심히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않는 한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생명체는 A, T, G, C 네 개의 염기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지만 하치모지 생명체는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DNA 체계를 탐구하는 이유는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찾기 위해서다. 지구 생명은 4개 DNA를 쓰지만 지구 밖 외계생명체까지 4개의 DNA를 이용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또 DNA가 나타내는 정보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지구의 DNA는 A, T, G, C 네 개의 알파벳으로 된 문자를 이용한 언어다. 24개 문자로 된 영어 알파벳이나 역시 24개 자음과 모음으로 모든 발음을 표현하는 한글(한글맞춤법 제2장에 따른 분류)에 비해 문자 종류가 적다. 생명은 문자 세 개를 묶어 하나의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마치 한글이 ‘ㅎ’과 ‘ㅏ’와 ‘ㄴ’이 모여 ‘한’이라는 하나의 글자를 구성하듯 DNA도 ‘AAU’ 또는 ‘AAC’ 세 글자(분자)가 모여 하나의 아미노산(아스파라긴) 정보를 나타낸다. 이 방식으로 총 20개의 단백질과 ‘복제 중단’ 등의 명령어를 표현한다. 염기 분자 수가 늘어나면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늘어나고 정보를 더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 외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지닌 단백질을 만들어내 신약을 개발할 때나 특정 질병을 진단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8개 DNA 체계는 이번에 처음 나왔지만 인공 DNA 연구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다. 필립 홀리거 영국 분자생물학연구소(MRC) 교수팀은 DNA의 원자를 조금씩 바꾸거나 구조를 변형한 분자를 6개 만들어, DNA를 복제하는 DNA 중합효소가 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복제까지 하도록 하는 데 성공해 2012년 4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CeNA’라는 이름의 이 인공 DNA는 99.6%의 정확도로 복제가 가능했다. 벤너 위원도 2011년 미국화학회보(JACS)에 99.8%의 정확도로 복제가 가능한 6개 DNA 분자를 발표했다.
2012년 7월 플로이드 롬스버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인공 DNA는 99.99%까지 복제가 가능해 가장 ‘원본’ DNA와 비슷한 인공 DNA로 꼽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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