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영상 위해 최소 다섯 번 이상 촬영”

정혜연 기자 , 정보라 기자

입력 2019-02-23 20:03 수정 2019-02-25 13:4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인기 틱톡커 ‘댄서소나’ 김솔아 씨

[지호영 기자]
바야흐로 동영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시대다. 유튜브가 대세지만 그보다 더 간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의 인기도 못지않다. 틱톡커(틱톡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초. 그사이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야 시선을 끈다.


인싸춤 발원지 ‘댄서소나’

누군가는 화장 전후 비교, 몸매 자랑, 예쁜 척, 귀여운 척을 한다. 그러나 틱톡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상은 춤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오나나나 춤, 와리가리 춤, 핑거댄스 등 ‘인싸’(인사이더의 준말로 무리에 잘 섞이는 사람을 뜻함) 춤들은 틱톡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 틱톡커 가운데 태초부터 춤을 무기로 등장한 이가 있다. 일명 ‘댄서소나’로 활동하는 김솔아 씨. 소나는 해외에서도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지은 이름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틱톡 팔로어 100만 명을 달성했다. 그 덕에 CJ ENM과 계약하고 다이아TV 소속 파트너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2월 현재 팔로어 170만 명으로 국내 틱톡커 순위에서 3위를 기록 중이다. 안무가로 일하며 틱톡커,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틱톡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언제 처음 틱톡을 시작하게 됐나.

“2017년 5~6월쯤 중국에서 동영상 앱 ‘도우인’(틱톡의 중국판)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에서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댄스 강습을 하고 있었다. 잘 아는 중국인이 내게 선풍적 인기를 끌던 도우인을 추천하며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 시작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즐기면서 영상을 올릴 수 있어 좋았다. 한 달 뒤 한국에도 틱톡이 생겼다고 해 넘어갔다.”


제일 처음 올린 영상은 무엇인가.

“레드벨벳의 ‘빨간 맛’ 안무를 따라 한 영상이었다. 사실 그 전에 올린 영상도 있는데 워낙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했다. ‘빨간 맛’ 커버 영상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나마 준수해 남겨뒀다. 최근에도 ‘첫 영상 보러 오신 분?’이라며 댓글을 남기는 팔로어들이 있어 고맙고 신기하다.”


처음 시작할 때 이 정도로 유명해질 거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내 춤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짧게 댓글로 소통하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팔로어가 늘었다. 사실 틱톡 초창기에는 사용하는 이가 거의 없어 영상 한두 개만 올려도 팔로어 대부분이 반응해줬다. 틱톡은 접속만 하면 추천 영상이 뜨는데, 초기에는 하루에 새로 올라오는 영상이 30개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내가 올린 영상도 자주 추천돼 정성껏 답글을 달았다. 지금은 댓글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답글을 달 수가 없다.”


‘하프 앤드 하프’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첫 영상 기억하는가.

“한쪽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면 반대쪽에서 손짓하는 대로 움직이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 전까지 단순히 춤추는 영상을 올렸는데 가만 보니 카테고리가 중요하더라. 인지도를 얻으려면 유행하는 걸 따라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 마침 ‘하프 앤드 하프’가 생겨서 도전했다. 급하게 찍어 퀄리티는 좋지 않았는데 ‘좋아요’가 터졌다. ‘하프 앤드 하프’ 덕분에 해외 팔로어가 빠르게 늘었고 100만 팔로어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마냥 기뻤다.”


포인트를 딱딱 맞추기 힘들 것 같은데 NG 없이 촬영하나.

“한 번에 찍기 어렵다. NG를 많이 내는데 지금은 다섯 번 정도 촬영하고 편집한다. 그냥 찍으려 하면 어려운데 음악을 천천히 틀어놓고 춤춘 다음 편집할 때 2배속으로 붙인다. 어렵게 보여도 천천히 찍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보통 15초 ‘하프 앤드 하프’ 영상을 촬영하는 데 정말 짧게는 15초, 옷 갈아입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넣으면 네다섯 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댄서소나의 인기 원인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틱톡은 2030세대보다 10대가 많이 사용한다. 요즘 10대는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하고 아이돌 춤을 많이 따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안무 영상에 관심을 갖는다. 특정 춤 영상을 올리면 댓글에 ‘이런 춤도 올려주세요’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다양한 안무를 짧지만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틱톡에서 유튜브로 영역 확

김솔아는 틱톡 내 인기에 힘입어 4개월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새 단장해 ‘소나 월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동영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틱톡과 유튜브는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틱톡은 15초(최근 1분 올리기 기능도 생겼다)라는 시간 제약이 있는 반면 유튜브는 무한대다. 비유하자면 틱톡은 예고편, 유튜브는 본방쯤 된다. 이에 그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자 4개월 전 유튜브 채널 ‘소나 월드’를 새 단장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6년 전에 채널을 개설했는데 거의 방치돼 있었다. 팔로어와 좀 더 소통하고 싶어 4개월 전 기존 영상들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유튜브는 틱톡보다 영상이 기본적으로 길고, 공을 들여야 해 어렵다. 시간 안에 어떤 주제를 다뤄야 개인적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어떤 영상의 반응이 좋은가.

“라이브 방송, 리뷰, 디제잉, 커버 댄스, 브이로그, 틱톡 같은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영상이 가장 반응이 좋다. 친한 틱톡커 ‘유니리’와 함께 춤춘 영상의 반응이 좋았고, 후속 영상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직업이 안무가다 보니 올해는 커버 댄스, 창작 댄스, 공연 영상을 많이 올릴 생각이다.”


틱톡과 유튜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각각 매력이 다르다. 간단하고 인상적인 춤을 하나 짠 뒤 촬영해 올리고 싶을 때는 틱톡이 좋다. 그런데 즉흥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싶을 경우에는 틱톡에 그런 기능이 없어 유튜브에서 진행한다. 서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둘 다 재미있다.”


인스타그램(인스타)과 비교하자면 어떤가.

“인스타는 틱톡, 유튜브와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인스타는 대다수가 일상을 공유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그런데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인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그 시간에 틱톡에 올릴 영상을 구상하고 촬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팔로어가 많은데 좋았거나 힘들었던 일화는 없나.


“오프라인 행사나 이벤트에 나가면 많이 알아봐준다. 사진이나 영상을 같이 찍자고 해주면 오히려 뿌듯하고 기쁘다. 다만 틱톡 영상에 누군가 악플을 달면 팔로어끼리 서로 싸우는 것은 마음 아프다. 예를 들어 ‘너무 말랐어요’라는 댓글에 ‘소나님은 마르지 않았어요’라는 식으로 서로 싸운다. 사실 나는 악플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데 먼저 나서서 괜찮다고 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어느새 인기 틱톡커,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

틱톡에서 김솔아는 화면을 절반으로 나눠 편집한 ‘하프 앤드 하프’ 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틱톡 화면 캡처]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에 교사를 제치고 크리에이터가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그는 우연치 않게 인기 틱톡커이자 크리에이터가 됐지만 “대충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원래 직업인 안무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틱톡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확고히 자리 잡고 싶다고 한다.


원래 꿈은 가수였나.

“아니다. 안무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모여 재미 삼아 춤을 췄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춤을 배웠다. 대회에도 줄곧 나갔는데 그때부터 안무가의 꿈이 생겼고, 꾸준히 춤추다 보니 자연스레 안무가가 됐다. 틱톡과 유튜브에 자주 노출돼 전문 크리에이터로 알려졌지만 하루 일과를 보면 춤추는 시간의 비중이 가장 크다.”


본의 아니게 인기 크리에이터로 살게 된 기분은 어떤가.

“크리에이터로 완벽하게 살고 있지 않아 아쉽긴 하다. 춤이란 게 혼자 추면서 만족감을 얻기도 하지만, 많은 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여러 사람이 보내주는 피드백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닉네임에 ‘댄서’를 붙인 것도 춤추는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면에서 안무가와 크리에이터를 병행하는 것이 각 영역에 득이 되고 있다.”


가족의 반응은 어떤가.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한다. 틱톡을 매일 보고 ‘오늘은 이거 한 번 해봐’ ‘이거 미국에서 유행하는 영상이니까 해봐’라며 조언해준다. 팔로어 수에도 관심이 많은데 ‘어제보다 몇 명 더 올랐더라’ ‘이거 하면 더 오를 것 같다’며 피드백을 준다. 사실 집에서는 내가 안무가로 꿈을 정했을 때부터 찬성하며 응원해줬다. 어머니는 1호 팬이자 최고 매니저다.”


유튜브는 팔로어 수, 영상 조회수로 수익이 발생한다. 틱톡도 수익이 있나.

“틱톡은 팔로어 수나 ‘좋아요’ 수가 많다고 돈을 주지는 않는다. 올해부턴 광고를 붙이고 있다. 틱톡 측에서 나중에 공지를 해준다고 하는데, 아마 유튜브와 비슷한 방식이 될 듯하다. 인기 틱톡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럼 현재 부가적인 활동으로 수익을 얻는가.

“그렇다. 오프라인 행사 제안이 자주 들어온다. 지난해 11월에는 ‘틱톡 갈라 페스티벌’, 12월에는 ‘틱톡 오프라인 행사 대흥민국 파티’에서 각각 행사 촬영과 디제잉을 했다. 최근에는 넥슨에서 진행한 ‘아스텔리아 챌린지’에 댄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유튜브로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 팔로어 4만 명에 조회수가 높은 영상도 있는데, 커버 댄스의 경우 배경음악이 저작권 침해로 걸린다. 일반인은 걸리는 즉시 영상을 내려야 한다. 유명 크리에이터는 게재를 허락받는 대신 시청자가 아무리 많이 봐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괜찮은 비트를 넣은 창작 안무를 짜서 올려볼 생각이다.”


틱톡을 시작하는 이에게 촬영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제일 중요한 건 조명이다. 조명이 부족하면 영상이 깨진다. 값비싼 조명기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자연광이라도 좋으니 밝은 곳에서 찍길 권한다. 조명만큼 중요한 것이 구도다. 너무 위에서 찍으면 머리가 큰 가분수로 나와 보기에 좋지 않다. 전신을 찍는다면 카메라를 배꼽 쪽에 놓고 찍는 것이 좋다. 상반신을 찍는다면 배꼽보다 조금 높게 두고 찍길 권한다. 이 두 가지만 신경 써 촬영해도 시선을 끌 수 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정리=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7호에 실렸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