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IT업계 “SW개발 몇달씩 걸려… 선택근로 기간도 늘려야”

염희진 기자 , 황성호 기자 , 주애진 기자

입력 2019-02-21 03:00 수정 2019-0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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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확대’ 기업-업종별 반응

19일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두고 중소·중견기업과 벤처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된 것을 두고 ‘숨통을 틔웠다’ ‘여전히 빠듯하다’고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들 업계는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합의안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긴 힘들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탄력근로제 1년 확대를 주장해온 정보기술(IT) 및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근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의 특성상 근로시간의 기준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창업자, 너는 직원으로 나눠서 탄력근로제에 합의하고 초과근로수당까지 챙겨주는 건 이 업계와 동떨어진 얘기”라고 평가했다.

IT 및 스타트업 업계에선 현행법상 1개월인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택근로제는 한 달 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주 동안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 2주는 몰아서 쉬는 식이다. 선택근로제는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일하는 IT업계나 스타트업 업계에서 선호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이를 수행하는 데 3, 4개월이 소요되는데 한 달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업무 특성상 다른 인력으로 보완하는 것도 불가능해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고 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업종별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한 것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기업에 스마트폰 관련 기기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는 “기업 간 거래를 하는 업체들은 발주가 특정 시기에 몰려 탄력근로제 3개월이 빠듯했는데 6개월로 연장되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에어컨 제조업체의 경우 통상 5∼10월이 일감이 가장 많은 성수기여서 5개월간 초과 근무를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성수기가 있는 일부 중소기업은 평균 성수기 연속기간이 5.6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 가공업체 대표는 “자체 제작 업체가 아닌 대기업 납품 업체는 언제 얼마만큼의 일감이 떨어질지 몰라 최대한의 단위 기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6개월로는 주문업체의 요구에 제때 대응할 수 없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탄력근로제가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운 이유로 노사 대표의 합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부분을 꼽았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 회사 내에서도 A파트에 일이 몰려도 B파트는 정상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탄력근무 운용을 위해 전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근로자 개개인의 합의를 통해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황성호·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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